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한 번도 빠짐없이 부동산 경제 관련 칼럼을 써 온지 벌써 1년반이 넘어 가다 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꾸준히 읽고 계시고, 미국 곳곳에서 매주 칼럼을 놓치시지 않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으신 것 같다. 더욱 부지런히, 정성을 다해 좋은 칼럼을 계속 써야겠다는 다짐을 드리고 싶다.
지난주 어느 날,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이리저리 잔무를 정리하고 있던 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타지역 번호가 떠올라 있었다. 전화를 받긴 받아야 하는데, 밤 9시가 훨씬 넘었고, 그 날 따라 장거리 운전 탓이었는지 눈도 조금씩 감기고 있던 터라,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전화가 끊겨 버렸다. 메시지도 남겨 있지 않고… 얼마 동안은 고민을 했다. 내일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고객의 고민을 들어드리면 되니까 내일 전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다시 맘을 바꾸어서 바로 전화를 했다. 미국하고도 동부, 뉴욕에서 한국일보 칼럼을 장기적으로 애독하시는 고객이셨는데, 이미 뉴욕 시간으로는 자정이 넘어 새벽으로 가는 중이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면 자정에 전화를 다 하셨을까. 미안하다는 말씀을 두세 번 하시고는 그간 궁금하고 궁금했던 여러 질문들을 막걸리 주전자에서 사발로 탁주가 쏟아지듯 물으셨다.
거의 많은 고객들이 갖고 있는, 동일한 질문이었다. 경기가 힘들어 가계 수입이 반 이상 줄었고, 집 페이먼트는 점점 올라가 더 이상 내기 힘들고, 주 은행에 이자율을 하향 조정해 달라고 신청을 했는데, 서너 달 동안 연락이 없다가 최근에야 그 신청이 거절당했는데, 여태 못 내온 페이먼트와 은행의 변호사 비용까지 같이 내지 않으면 곧 경매에 들어간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숏 세일을 해야 하나, 한 번 더 모디피케이션을 신청할 수는 없을까, 지금 이 집에 계속 언제까지 지낼 수가 있을까, 숏 세일을 하면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언제쯤에 이사를 가야 하는지 등등.
고객과 상담이 마무리되고 그 고객께서는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어느새 시간이 40여분이 지났다. 뉴욕으로 전화를 다시 하길 백번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단 40여분의 대화로 그간 속에 갇혀 있던 많은 궁금증들이 어느 정도 사라진 고객께서는 오늘 저녁 그래도 편함 맘으로 주무실 수 있지는 않을까.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밤새 속에 답답한 내용들을 넣어두고 되새기고 되새기며 걱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리라.
실상, 미국 내 타지역뿐만 아니라 LA 지역, 또는 발렌시아 지역이더라도, 솔직히 고백하건대, 단지 전화문의만으로는 부동산 수입으로 연결되는 확률은 거의 없다. 있어도 극소수며, 특히 LA 이외의 타 지역에서는 직접 고객의 에이전트가 되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보니, 전화상담은 거의 전화상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동산을 오래 한 에이전트는 전화상담은 가급적 간단하게, 그리고 항상 사무실로 고객을 초빙해서 얼굴을 마주하고 업무상담을 하고 있다. 얼굴을 마주 해야 좀 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각인이 되고, 고객과 전담 에이전트라는 업무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래야 그 고객이 더 이상 타에이전트를 찾지 않고, 오직 그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 상담은 전화상담을 잘 해주는 에이전트하고 하고, 실제 부동산 거래는 다른 에이전트하고 해서, 실제의 혜택은 다른 에이전트에게 돌아가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단다.
하지만, 매사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렇게 하나하나 장래에 일어날 일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계산해서 철저히 구분해서 처리해야 하는지,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서 곧 백만장자가 된다면 그렇게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잘 하는 일은 분명 아닌 것 같다.
“고객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하라”라고 어느 경영학 백과에 나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는 그 빚이 자신에게 좋은 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것이 차라리 맞는 말인 것 같다. 물론 그 빚이 좋은 일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계산된 잔머리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눈에 띄게 계산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보람되게, 사는 듯이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661)373-4575
jasonsu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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