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 침례 교회가 주최하는 제1회 사진 컨테스트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기나긴 준비 기간을 보며, 마치 빌리 그레이엄 전도 대회 준비를 보는 것 같았다. 새로 태어나는 신자들을 위해 열달을 준비한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 방을 단장하듯이, 준비 위원들은 이 기나긴 준비 기간 동안 기도로 무장하고 영적인 아기 방을 위해 열심히 단장한다.
주최측과 처음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아주 조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큰 상은 주최 교회의 교인들이 타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타는 들러리 행사가 되지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알고, 아무말 않고 심사 위원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2005년에 있었던 낙선자의 비방 소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이 칼럼으로 경고성 멧세지도 띄웠다. 그리고 심사 위원 선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목사님은 이러한 행사에 심사위원이 되는 것은 좋지않다는 뜻을 주최측에 전했다. 많은 교회에서 사소로운 일에도 목사님을 끼우거나 끼실려고 하는 일을 보아왔다. 이제 한인 크리스찬들도 이 정도 사진 컨테스트는 믿음으로, 기도로, 또한 그리스도의 은혜로 진행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다고 믿기 때문에, 굳이 목사님을 심사위원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을 예술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있으신 남녀노소 네분으로 구성했었다.
심사위원 탈락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신 목사님이 개방적이라 나머지는 주최측의 선교부원들 몫이었다. 처음 개최하는 대회라 시행 착오도 있을 법했지만, 수많은 컨테스트의 참가와 두번의 심사위원장 경험이 성공적인 개최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컨테스트는 경쟁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시각적인 기술로 전달해야한다.
사진 기술로는 전달에 온전하지 못했지만, 이면의 이야기로 코 끝을 찡하게 했다는 사진이 있어서 더욱더 값진 행사이었던 것 같다. UC 샌 디에고에 다니는 한 학생이 출품했던 “멀고도 구비치는 길 (A Long and Twisted Road)”인데 심사위원장으로서 크게 무게를 두지않았던 사진이다.
한 진행위원의 이야기에 의하면, “작품의 첫인상은 인생 여정을 느끼게 하였다. 곧게 뻗지않은 굽은 길 (rugged road)을 걸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약간의 여유라고 할까 아니면 아직도 먼길을 가야하는 사람의 터벅터벅 걸음거리라고 할까하는 무게가 느껴졌었다. 사진에는 고개 위까지의 길만 보이지만 그 고개를 넘어서도 또 다른 길이 있고 다시 언덕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상식에는 현재 멀리서 대학을 다니는 작가를 대신해 아버지가 대신 수상을 하셨고 그분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사진 속의 모델은 아버지 본인이셨고 이 아들이 자신을 위해 출품한 것 같아 감격해 하셨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과정에 다 장성한 아들은 아버지가 즐겨찾는 하이킹 코스를 조용히 동행하고 아버지가 걸어가는 길과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어려서 아버지의 선물이었던 카메라를 받고 즐거워하던 아들은, 이제 성장하여 아버지의 인생의 분량을 사진에 담을만큼 삶의 이해가 커졌으며, 조용히 아버지 여정의 친구가 되어줄 만큼 마음의 분량이 넓어져 있었다. 이 아버지에게는 이 사진은 큰 위로가 되었다. 아들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표현은 듣는 이들의 코가 찡긋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출품한 사진들이라, 아름다운 사진이 되었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뤄갈 수 있어서 산 호세에서 리치몬드까지 가는 길도 멀지가 않았다. 그리고, 약 다섯 시간에 걸친 심사에도 아무 불평없이 열심을 내셨던 심사 위원들, 이 때문에 두번이나 저녁 식사 예약을 변경하다 취소가 되었어도 모두가 아름다운 미소로 수상작을 골라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시상식 때, 숨은 그림자처럼 다니면서 각종 동영상을 만들어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한 분과 시상식을 위해 숨은 곳에서 정말 이름없이 빛도없이 수고하신 아름다운 분들께 사진인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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