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CMA 현대미술부 신임 큐레이터 크리스틴 Y. 김씨
“현대미술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시내용이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큐레이터는 역사적이고 창조적이며 지적으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갖고 전시를 기획해야 합니다”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 한인 큐레이터가 새로 부임했다. 크리스틴 Y. 김(혜란, 38)씨. 지난 달 16일 근무를 시작한 그녀는 현대미술부(Contemporary Art)의 어소시엣 큐레이터(Associate Curator)로, 내년초 부임할 수석 큐레이터 프랭클린 서만스(Franklin Sirmans)와 함께 컨템포러리 아트 분야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로써 라크마 현대미술부는 한국현대작가 12인전을 기획했던 수석 큐레이터 린 젤레반스키가 카네기 뮤지엄 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되면서 전시와 기획이 보다 새롭고 혁신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라크마의 약 40명 큐레이터 중 한인은 김현정 한국미술부 어소시엣 큐레이터와 크리스틴 김씨가 유일하다.
흑인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회로 두각
크리스틴 김씨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뉴욕 할렘의 스튜디오 뮤지엄(The Studio Museum in Harlem)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여성작가와 유색인종작가들을 많이 발굴하고, 실험적이며 창조적인 전시회를 다수 기획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흑인 컨템포러리 미술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손꼽히고 있으며, 그녀가 발굴한 젊은 작가 중 많은 수가 세계적인 예술가로 발돋움했다.
2003년 기획한 ‘블랙 벨트’ 전은 쿵푸 무술을 주제로 동과 서, 로컬과 글로벌, 흑인과 아시안 문화를 조명한 전시회로 주목을 끈 바 있고, 2008년의 ‘플로우’(Flow) 전은 유럽, 북미, 아프리카 등지의 흑인작가들을 소개함으로써 흑인의 아이덴티티가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권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 흥미로운 쇼로 호평 받았다.
“컨템포러리 아트는 현재 살아있는 작가들을 다루는 분야라 익사이팅하고 많은 장점이 있지요. 작가의 스튜디오에 가서 작품과 작업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작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서포트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김씨는 “요즘 작가들은 스튜디오에서 그림만 그리지 않기 때문에 세계와 소통하는 아트 미디엄들, 사람들이 일상에서 나누는 모든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Y. 김(크리스틴 김이란 동명이인 큐레이터가 있기 때문에 미들 이니셜 Y를 꼭 붙인다고 한다)씨는 성공한 의류사업가이며 아시아 최대원조기관 ‘기브투아시아’(Give2Asia)의 이사장이고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메리칸 뮤지엄의 커미셔너를 역임한 김시왕씨의 1남2녀 중 큰딸로 뉴포트비치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다. 코네티컷 칼리지에서 미술사와 프랑스어를 복수전공하고 아시안 학을 부전공했으며, 뉴욕대학에서 비평이론과 미국학 복수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 대신 먼 길로 돌아가면서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1960년대 미국에 온 한국부모들이 자녀에게 의사와 변호사가 되기를 권유했던 것과는 달리 저의 부모님은 자유롭게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인생에 도전하도록 독려하셨습니다. 그래서 좀더 넓은 범위에서 정치, 경제, 역사, 음악, 문학 등을 다 경험하면서 예술과 인간을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찰력을 학부와 대학원에서 복수전공하며 키웠지요”
2008년 할렘 스튜디오 뮤지엄을 떠나 LA로 이주, 위트니 뮤지엄의 큐레이터 샤민 M. 모민과 함께 비영리공공미술기관 랜드(LAND·Los Angeles Nomadic Division)를 창설하기도 한 그녀는 앞으로 라크마에서 큐레이팅뿐 아니라 뮤지엄 부서들 간 상호협력 업무와 미술관 안팍에서 열리는 아트 이벤트에 관해서도 폭넓게 관여하게 된다.
현재 LA 컨템포러리 컬처에 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김씨는 라크마 캠퍼스를 벗어난 장소특수적인 프로젝트들도 구상하고 있다며, 많은 아이디어가 있으나 마이클 고반 관장의 운영방향과 다른 큐레이터들과의 관계, 미술관의 여러 프로그램들, 전시장의 공간 문제 등 라크마 전체의 유기적 구조 안에서 효과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최대의 한인커뮤니티가 있는 LA에서 많이 배우고 많이 일하며 많이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크리스틴 김씨는 그녀가 만드는 기획전이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했다.
<정숙희 기자>
라크마 현대미술부의 크리스틴 Y. 김 부수석 큐레이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획전을 많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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