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LA와 리버사이드 카운티 지역에서 20여명의 소년들이 잇달아 실종됐다.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그 해 9월 제보를 받고 LA에서 동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리버사이드 카운티 위니빌(Wineville)의 ‘노스콧 랜치’(Northcott Ranch)라는 양계장에서 찾아낸 13세의 샌포드 클락이란 소년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전해 듣는다.
클락은 자신의 삼촌인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이 어린 소년들을 납치해 감금한 뒤,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으며,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클락은 또 자신도 극심한 학대를 받았으며, 죽은 소년들을 암매장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클락이 진술했던 랜치 내 수 곳의 땅을 파헤쳐 사체 일부와 혈흔이 남아있는 도끼, 그리고 실종된 소년들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물건들을 찾아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버논으로 달아났다가 체포된 노스콧은 교수형을 선고받고, 1930년 10월2일 형 집행으로 사망했다.
1920년대 말 온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위니빌 양계장 살인사건’에 관한 얘기이다. 이 사건으로 위니빌 주민들은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1930년 11월1일 지역명을 ‘미라 로마’(Mira Loma)로 개칭했다.
지난해 개봉돼 많은 관객을 끌었던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의 소재도 바로 이 사건이다.
지난 8월 18년 전 레익 타호 인근 집 앞에서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가다 납치됐던 제시 두가드(당시 11세)가 극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모든 주류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사건은 등교 길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딸이 납치됐다는 것과, 납치범 필립 가리도의 딸 2명을 낳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특히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자기 일처럼 놀라고,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악몽이었다.
미국에서 어린이가 관련된 사건·사고는 항상 크게 다뤄진다. 특히 성범죄에 희생됐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법의 관용과 용서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 그 만큼 법의 처벌이 엄하고, 집요할 정도로 그 범죄자를 뒤쫓는다.
30년 전 당시 13세 소녀와 성관계를 가졌던 사실이 발각되자 프랑스로 도주했던 그 유명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도 지난 26일 스위스에서 결국 쇠고랑을 찼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94년 제시 티멘디쿼스라는 성범죄자에게 납치돼 살해됐던 메건 칸타(당시 7세) 양 사건 이후, 미전역에서는 ‘메건스 법’(Megan’s Law)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이 법은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가 타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반드시 자신 신고하고, 로컬 사법당국은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관련 웹사이트는 등록된 성범죄자들이 우리 동네 어디에 사는지 알려준다.
이쯤 되면 이런 유의 사건은 더 이상 없을 법도 한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마음이 바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왠지 자녀의 안전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우려도 생긴다.
또 개학 전날 초등학생 자녀에게 등하교시 자동차를 조심하고, 낯선 사람이 접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설명을 했거나,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소들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 가정이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하다.
물론 앞에서 언급된 사건들은 잔인하고 극한 케이스들이다. 그리고 이를 거론한 것이 부모들에게 필요 이상의 근심거리를 주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란 것도 분명하다. 내 자녀는 이 같은 범죄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설마 나에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아니라도 자녀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너무나 많다.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지금이라도 자녀의 안전문제를 다 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작은 방심과 무관심이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다.
황성락 특집 2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