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Moon and the Finger / 달과 손가락
The finger can point to the moon.
However, the finger is not the moon.
To look at the moon,
you must gaze beyond the finger.
손가락은 달을 가리킬 수 있다.
그러나, 손가락이 달은 아니다.
달을 보려면
손가락 너머를 응시해야 한다.
선종(善終)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천국에서 보내주신 편지를 읽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 수녀님 .... 형제자매 여러분 ......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것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 받은 이로 살아온 제가 지상(地上)의 나그네 생활을 마감하고,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 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가(佛家)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 손가락만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德分)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 다 그분의 덕(德)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인(露宿人)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禍)가 나 ...... 울화가 치밀 때도 ....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 천 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있습니다. 빈민촌(貧民村)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病床)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고 한 없이 자비로우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理由)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작은 손가락 일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 변함없이 너그러우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씁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Look at the Moon, not the finger.
달을 보라,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어느 날 한 여승이 혜능 대사께 여쭙니다. 글도 모르면서 어찌 그대가 진리를 안단 말이오? 육조 혜능이 답합니다. 진리는 하늘의 달과 같다.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달을 보는데 손가락을 거칠 필요는 없다. 이것이 ‘본래 면목’(本來面目)을 간파한 육조 혜능의 ‘불립문자’(不立文字)인 것입니다.
손가락 너머 달을 보란 지혜는, 추기경의 자상한 편지를 통하든 조사의 일갈로 통하든, 이미 아는 선인들이 한결같이 전하는 말씀입니다.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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