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입대 모병관을 사칭한 영주권 사기행각이 등장,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군을 제대하고 얼마 전 유학차 도미한 S씨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미군에 입대하면 영주권을 준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을 떠올렸다. 미군에 입대하면 영어도 배우고 영주권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S씨는 한국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였다.
대답은 쉽게 구했다. 모 검색사이트에서 “학생비자로 입국했어도 입대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재미교포라는 K 모병관의 이메일 주소가 떠 있었다.
S씨는 이 재미교포 모병관에 바로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입대 가능성을 문의했다. 답은 친절하게도 다음날 바로 왔다. “귀하의 한국군 경력이면 적임자다. 입대하면 6개월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있고 영주권은 군에서 신청해준다. 우리가 먼저 선별한 후 추천하면 전부 입대할 수 있다.”
한편으론 조심스런 사족도 곁들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한국 청년들을 추천해 입대시켰는데 영주권을 취득한 후 잠적한 이들이 많아 곤란을 겪었다. 그래서 한국 청년들은 신뢰할 수 없기에 최근 입대추천을 잘 하지 않는다.”
‘모병관’의 답변에 신뢰감과 함께 희망을 얻은 S씨는 바로 구체적인 절차와 입대방법 등을 물었다. ‘모병관’의 답은 역시 다음날 날아왔다.
이 모병관은 먼저 신원조회를 거친 다음 신청서 작성, 비자 변경, 노동허가 신청, 입대 훈련, 영주권 신청 등의 향후 절차를 알려왔다.
그러면서 “한국인 청년들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 때문에 주저했지만 할 수 없이 또 해보려 한다~. 현재 신입 인력 200여 명 중 귀하와 같은 조건의 외국인이 60여명 된다. 현재 대부분 접수 진행 중이고 귀하는 늦게 막차를 타야 할 입장이므로 서류나 기타 준비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S씨가 ‘신원조회’를 위해 여권과 비자 사본을 스캔해 보내자 “귀하의 서류는 조회가 끝나 변호사가 검토한 결과~ 접수를 받기로 했다. 이민국에 비자변경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며~”라는 OK 사인이 왔다. 그리고 그 밑에는 변호사, 비자변경 신청, 경력 조회, 보증 보험, 신청비, 노동허가신청, 입교신청, 건강보험, 영주권신청 등의 명목으로 1만5천여달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이 모병관은 소요경비는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불하는 것이라며 1차분 6천500달러를 먼저 내라고 주문했다. 갑작스런 거액의 경비 요구에 S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지인들에 물어봤다. 그리고 변호사들에도 자문을 구했다. 돌아온 답은 “사기다. 응하지 말라.”였다.
S씨의 경우 다행히 ‘경비’ 지불 직전에 확인하는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한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종준 워싱턴 로펌 대표 변호사는 “S씨 케이스는 전형적인 영주권 미끼의 사기”라며 “취업난과 영주권 취득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는 유학생, 불법체류자들이 현혹되기 쉬우므로 피해자들이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병관 사칭 사기 수법은 S씨 케이스처럼 대개 미국 현지 사정에 어두운 유학생들이 대상. 인터넷 등지에서 미군 입대 희망자들을 대상자를 고른 다음 영주권 취득 가능 등의 미끼를 던져 유혹한 후 거액의 수속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이 통할 수 있는 건 사기범들의 수법이 교묘한데다 최근 미 국방부가 시행하고 있는 `매브니(MAVNI:국익 필수요원 군입대) 프로그램’ 때문.
S씨는 “모병관이란 사람이 오히려 문의자들을 의심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듯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매브니 프로그램은 미군내 의사, 간호사 요원 및 한국어 등 특수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장병이 부족함에 따라 관련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제도이다.
LA 지역 한인 모병관인 정동수 중사는 “매브니 프로그램으로 입대시 6개월이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으나 수속비는 들지 않는다”며 “경비를 요구하는 것은 사기로 보이며 이미 한인 모집은 정원이 넘쳐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정 모병관은 “사기꾼들이 메브니 프로그램을 악용해 신분이 불안정한 이들이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쁜 짓을 하는 것 같다”며 “입대는 반드시 공식 모병관을 통해 하는 것이 안전하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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