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11월 28일 매사츄세스 주 보스턴시의 저녁은 매우 을씨년스럽고 추었다. 그 당시 미국사람들은 유럽에서 발발한 세계 제 2차대전으로 인하여 침울하고 근심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보스턴시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코코넛 숲이라 불리우는 나이트 클럽에는 이러한 침울하고 무료한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댄스와 음악을 즐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원래 이곳의 정원은 약 5백명 가량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약 1천명 가량의 손님들이 일찍부터 모여들어 댄스장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비었다. “코코넛 숲”이라는 이름의 상호는 추운 지역인 보스턴에서 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그때 로스 앤젤레스에서 이미 성업하고 있었던 “코코넛 숲”이라는 상호를 그대로 본따 열대성 분위기를 풍기는 실내장식을 하였다. 실내에는 인조재료로 만든 야자수가 여기저기 구석마다 있었고, 봉고 드럼과 가늘고 긴 나무로 만든 아프리카식 의자, 그리고 천정에는 얼룩말 무늬의 장식들을 많이 달아놓았다. 특히 벽지와 바텐더 테이블의 벽은 화학물질이 많이 포함된 얼루덜룩한 인조가죽을 많이 사용하여 열대성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화재예방의 차원에서 볼 적에 실내에 가득 들어찬 이러한 화학제품의 장식들은 마치 언제라도 폭발이 가능한 개스 창고와도 같았다. 갓 결혼한 지미 더긴은 그날 자신의 신부와 그리고 4명의 친구와 함께 1층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창 흥이 무르익은 저녁 10시 15분경, 갑자기 지하층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지미 더긴의 증언을 들어본다. “처음에는 몇사람들이 지하층에서 위층으로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총을 쏘았거나 칼을 휘두른 줄로 알았죠. 그런데 바로 뒤를 이어 매캐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지하층 멜로디 룸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화학제품의 장식물이 가득했던 지하층 전체로 퍼져나갔고 카페 전체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음식을 나르던 급사가 인조 야자수 옆에서 성냥불을 켜다가 실수로 야자수에 인화되어 번지게 되었다는 설이 분분하였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앞 다투어 출구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층 계단 옆의 비상구는 잠겨 있었고, 유일한 출구는 처음에 들어 왔었던 회전문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일시에 회전문 앞으로 밀려들어 서로 먼저 나가려고 밀치고 당기다가 쓰러져, 마치 장작더미를 쌓아 놓은것 처럼 서로 엎치고 덮쳤다.
화재는 그날 마침 보스턴 인근의 시에서 보스턴시내 또 다른곳에서 발생한 화재를 지원하기 위하여 출동해 있었던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불과 30분만에 진화되었다. 또한 화학물질이 가득한 인화성 장식물들은 맹독 개스를 내 뿜으며 맹렬하게 타 오르다, 워낙 밀폐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실내에 산소가 떨어지자 스스로 꺼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엄청나서 이 화재로 인하여 “지미 더긴”의 신부를 비롯하여 4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질식사였다.
이 화재사고는 2001년 911 사태 때 발생한 월드 트레이드 쎈터 화재사고가 나기전 까지는, 미국내에서 1904년 시카고의 “유로 코이 극장”에서 발생하여 약 6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던 대형화재 사고에 이어 두번째로 큰 사고였다. 이 사고 후, 보스턴 시는 물론 미 전국의 소방법과 건축법, 실내장식 규정 등이 대폭 개정되어 더 엄격하게 적용되었으며, 특히 회전문은 크기도 훨씬 크게 하였고, 그 옆에는 반드시 밖으로 밀어서 열 수 있는 일반문 2개를 설치하도록 하는 새로운 건축규정을 만들었다.
또한 소방당국과 병원들의 화상환자를 다루는 안전규정도 크게 개선되었다. 더불어 보스턴시는 “코코넛 그로브(숲)”라는 상호를 더 이상 카페나 나이트 클럽의 이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조례를 만들어 이 상호를 보스턴시에서 영구제명하였다. 지금도 보스턴시의 Piedmont St에 가면 그때 당시의 비극을 추념하는 동판이 보도에 박혀있어 이 도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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