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적지 평안북도 신의주는 원래 조선시대 행정구역으로 의주부義州府에 속해 있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를 읽으며 나는 어렸을때 아버지한테서 들은 임상옥의 얘기를 재미있게 기억했다. 그러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그래서 임상옥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역사기록이나 문헌에 있는지를 찾아봤는데 왕조 실록(헌종 1년 6월)에 단 한번 임상옥의 이름이 나올 뿐 국사인명사전에 조차도 그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도 임상옥 같은 비천한 상인를 구성부사龜城府使로 임용하는 것은 옳지않다는 비변사備邊使의 논척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구한말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였던 호암 문일평文一平 선생(1888-1939)이 그의 호암전집(湖巖全集)에 자신의 동향 사람인 임상옥에 대한 짧은 실록과 만시晩詩 몇 수를 남긴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 최인호는 장장 5권의 대하소설을 엮어 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입심이고 상상력이다.
문일평 선생의 평전에 의하면 임상옥(1779-1855)의 본관은 전주, 호는 가포稼圃, 자는 경약景若. 평안도 의주에서 4대째 상업에 종사하던 장사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임봉핵은 중국 연경을 드나들며 인삼 행상을 했는데 무었이 잘 못되어 큰 빚을 지고 임상옥이 어렸을 때 죽었다.
그래서 어린 임상옥은 아버지가 남긴 빚을 대신해서 어느 의주 상인의 가게 점원으로 일을 했는데 워낙 사람이 유능하고 성실해서 주인의 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은 임상옥에게 인삼 상단에 끼어 중국에 가게했는데 중국에 가서도 장사를 잘 해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돌아 오는 길에 어느 사형수를 구하느라고 가진 종자돈까지 다 써서 의주 상계商界에서 파문을 당했다. 흥미있는 것은 임상옥이 구해준 사형수가 소설처럼 나중에 은혜를 보답했다는 얘기는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상옥은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을 뿐 거기에 그아무런 조건이나 바램이 없었던 것이다.
임상옥은 나라에 기근이 생기면 곡식을 풀어서 백성중 기아자가 생기지 않도록 도왔고, 천재지변을 있었을 때 막대한 재물로 수재민을 구제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1832년(순조 32) 곽산군수郭山郡守가 되었고 1835년 구성부사龜城府使로 발탁이 되었으나 앞서 말한 비변사의 논척을 받고 사퇴하였다. 그리고 59세가 되던 1837년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빈민구제와 시주詩酒로 여생을 보내다가 1855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임상옥은 시재詩才도 뛰어나서 문집으로는 가포집稼圃集과 적중일기寂中日記를 남겼다.
오늘날에 사는 우리가 200년 전 상업인 임상옥을 재조명하는 것은 그의 상업관 때문이다. 장사라는 것은 재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 돈 버는 그 자체가 상업의 목적이 아니라 벌어서 쓰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돈을 벌었으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고, 명예를 얻었으나 명예를 누리지 않았고, 풍류를 즐겼으나 쾌락에 탐닉하지 않았다. 문일평 선생의 상인 임상옥에대한 평가이다.
임상옥은 자신의 문집인 가포집稼圃集에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財上平如水), 사람은 바르기를 저울같다(人中直似衡)라는 시를 남겼다. 좀더 뜻을 새기자면 세상의 물이 내것이 아니고 또 누구의 것이 아닌것처럼 나에게 들어온 재물도 내것이 아니며 또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재물은 다른 사람한테 가기 전에 잠시 내가 맡아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저울 위에 서있는 것과 같다. 바르고 공정해라. 모든 상업 거래를 정도正道에 입각하여 해라. 그런 의미이다.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절제와 균형과 신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년에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빚을 탕감해주고 적지 않은 돈까지 주어서 보냈다고한다. 측근들이 너무 황당해하자 임사옥은 자족自足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빚이라는 것도 물에 불과한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그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상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경기가 침체되고 하는 사업이 어려워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상업정신이고 내일을 향한 밝은 비젼이다싶어서 임상옥 얘기를 전회 임상옥의 백척간두에 이어 한번 더 쓴다. 하늘 아래 내것은 없다. 그러기 때문에 땅위에 썩어질 것 보다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성경에서도 가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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