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학의 순위를 매기려던 시도는 거의 100년 전으로 올라간다.
1910년 ‘미국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카텔(James Cattell)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엘리트 연구기관들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조사방법은 대학 교수들의 업적이 아닌 학생들이 졸업 후 어떻게 됐는지를 이뤄졌다.
1925년에는 마이애미 대학의 레이몬드 휴즈가 36개 대학, 20개 학과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60여명의 조사관들을 동원해 대학원 순위를 연구하기도 했고, 이후 대학 및 대학원 순이 조사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대부분 정부와 학계를 위한 것이었을 뿐, 일반인들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83년 뉴스 앤 월드 리포트(News & World Report)가 대학 순위 조사결과를 출판하면서 일반인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이는 다른 유사 기관들의 경쟁을 부추켜, 결국 대학 랭킹 조사 발표는 하나의 비즈니스 형태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 뉴스 앤 월드 리포트, 타임과 프린스턴 리뷰, 뉴스위크와 카플란, 머니 매거진 등이 대학 랭킹을 주제로 발간한 특별판 판매가 670만부에 달한다고 하니, 대학 순위에 대한 일반인들, 특히 대학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랭킹을 주제로 한 수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평가방법에 대한 객관성과, 대학의 특성, 전공 특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대학의 크기와 SAT 등 입학자들의 점수, 교수의 명성 등에만 의존한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지나친 상술이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대학 관계자는 “진실을 위장한 사기에 가깝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개인들이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대학선택의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주류 언론들이 잇달아 미국 내 대학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프린턴 리뷰가 ‘2010 베스트 371개 대학’ 조사결과를 발표한데 이어,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지가 지난 주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를 제쳐놓고 육군 사관학교를 전체 1위로 선정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또 대표적인 대학 순위 선정 기관인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20일 발표를 앞두고 아예 웹사이트에 카운트다운 시계까지 가동하며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이 결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자녀를 둔 부모에서부터 이미 자녀가 대학에 재학 중인 학부모까지 이 순위표에 나타난 대학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몇 등인지를 따진다. 심지어 서로 다른 기관들의 순위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놓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문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지원할 대학이나 자녀가 다니는 대학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놓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뜨거운 교육열’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참고자료일 뿐,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피해야 한다.
순위 또는 명성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따져봐야 할 정말 중요한 요소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나 먼 곳에서 홀로 생활할 수 있는 지, 성격이 남들과 잘 어울리는 지, 자녀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열정을 제대로 맞춰줄 수 있는 대학이 어디인지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따져보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녀를 위한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대학은 자녀가 들어가는 곳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 공부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성공 여부는 자녀의 노력에 달려 있지, 명성과 순위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황성락 /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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