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소형 버스 같은 기체가 서서히 활주로를 달린다. 이륙순간도 못 느낀 채 손목에 찬 고도계는 어느 듯 1,000 피트 상공임을 보여준다. 초보자는 Tandem 낙하라고 다이버 뒤에 인스트럭터가 한 몸으로 연결하여 함께 행동하게 된다. 고공에 도달 할수록 쌍발엔진의 소음은 줄어들고 한동안 침묵만 흐른다.
1만 3,500피트 상공까지 다다르는 시간은 불과 15분, 드디어 고공 낙하가 가능한 고도에 도달하자 비행기 꽁무니의 대문짝만한 뒷문을 열었다. 세찬 바람이 밀려들어 올 줄 알았는데 기내는 오히려 조용하다. 푸른 하늘과 구름만이 보인다. 플로리다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기지의 아이맥스 영화 속에 우주인들이 우주유영하는 장면의 그 하늘같다.
지체 없이 행동개시, 그중 제일 용감한 사람이 맨먼저 허공에 몸을 날린다. 헬맷에 촬영사진기를 부착한 카메라맨인가 보다. 뒤이어 한사람씩 허공에 몸을 던진다. 양 팔과 다리를 큰대자로 벌리고 엎어져 개구리처럼 뛰어 내리는 사람, 뱃전에서 바닷물로 뛰어드는 잠수부처럼 뒤로 벌렁 넘어지는 자세로 점프하는 사람 각자 취미대로 몸을 던진다. 낙화암의 삼천궁녀들은 치마를 감싸 잡고 꽃잎처럼 뛰어 내렸다는데.....줄줄이 뛰어 내린 행렬에 밀려서 나도 모르는 순간에 내 몸은 허공에 내던져지고 곤두박질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중심이 잡힌다. 엎드린 자세로 1만 3,500피트 상공에서부터 낙하산을 펴지 않고 내려오는 자유낙하가 시작된다.
뛰어 내린 순간 수영장 다이빙대의 제일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렸던 생각이 문득 났으나 여기는 물속이 아니고 虛空 (허공)이라 시속 120 마일로 낙하산을 펴지 않고 자유낙하를 60초 동안 다이빙 한다. 이 순간에 묘기의 달인들은 스노보드도 타고 갖가지 스릴을 맛보지만 아마추어는 언감생심이다.헬멧을 착용하지 않았기에 머릿결은 뒤로 흩날리고 바람은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인생이 죄 짓고 나락(奈落)으로 추락하는 지옥행이 이런 속도로 떨어지나 생각된다. 공포의 순간이 지나고 나니 정상적인 하강자세로 균형이 잡히고 팔 다리를 큰 대자로 벌려 본격적인 공중유영을 시작해 본다.
내리 꽂히는 가속도와 공기저항을 이용하여 손발을 움직여 초보적 곡예도 시도하여 본다. 생각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1만 피트 상공에 깔린 구름층을 통과한다, 오리무중(五里霧中)속에 함께 낙하한 일행의 낙하산이 저 멀리 희미한 실루엣으로 보이고 가글엔 이슬방울이 맺힌다. 어둠이 몰려오면 공포감을 느끼듯이 아스라이 보이던 발밑의 풍경이 구름에 가려 안보이니 내 몸이 어디로 내리 꽂히는지 무서운 생각이 스친다. 불안감도 잠깐이고 구름층을 뚫고 더 내려
오니 아! 다시 밝은 태양이 발밑의 대지를 비추고 있다. 손목에 찬 고도계의 바늘이 5,000 피트를 가리키는 순간 바른손 끝에 잡히는 주 낙하산 줄을 당기니 주춤하며 폭 넓은 낙하산은 펼쳐지고 몸은 기마자세로 안정되어 편안히 앉은 채로 낙하산 곡예를 시작한다.
내려오는 과정에서 양손의 줄을 당겨 사각형의 낙하산을 조종하면서 소용돌이처럼 맴돌기도 하고 넓은 하늘을 가로 질러보기도 하고, 세로 질러 휘저으며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훨훨 활공(滑空)하다가 착륙지점인 잔디밭에 가뿐히 착지하는 길고도 짧은 스포츠가 스카이다이빙의 스릴이다. 그러는 사이에 몸은 어느새 착륙지점 상공에 다다랐다. 지상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로 맞아 준다.원형의 둥근 낙하산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공수부대나 중화기 같은 보급물자를 작전지역에 투하 할 때 사용하며 행동반경이 상공에서 주어진 착지 지점에만 투하 하지만, 사각파라슈트는 방향조정이 원할 하여 어느 곳에나 원하는 지점에 착지 할 수 있는 묘기행진에는 그만인 것 같다.
스카이다이빙은 새로운 종목의 좋은 스포츠중의 하나이다. 이에 대한 도전은 사람에게 최대의 모험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Tandem Level Skydives가 끝나면 AFP(Accelerated Free fall Progression)를 단독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과정은 쉽게 풀이하면 1학점에서 기초 낙하훈련 기법, 지상에서이론교육부터 시작하여 8학점 까지 과정을 마치면 단독 낙하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얻는다. 경비는 자기의 개인 낙하산을 이용하면 비행기 탑승료가 20달러 정도의 저렴한 지출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다행히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의 젊은 청소년들도 스카이다이빙 동호인들이 있다는 보도를 들
은 적 있다. 판에 박힌 일상(日常)에서 벗어나 활기찬 모험과 스릴을 맛 볼 수 있는 건전한 여가활동중 하나이다.
매년 4만 5,000 건의 스카이다이빙이 이루어지고 서섹스 카운티 낙하산 학교에서만 일 년에 5,000 건 이상의 다이빙이 이루어진다. 같은 비행기에 동승한 파라슈터 이십대의 젊은 여인네는 점프 경력 600회가 넘었다고 한다. 그의 남편은 4,000 번 이상 낙하경력이 있으며 매 주말이면 이곳에 와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긴다니 여가를 선용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금년 85세 기념으로 스카이다이빙을 마치고 90세가 되면 다시 한 번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였고, 영국인 조지 모이스도 98세 나이임에도 자선단체를 위한 모금행사에 스카이다이빙을 하였다. 이제 칠순에 경험한 나의 첫 스카이다이빙은 아직 젊은 나이 축에 든다고 생각된다.
집에 와서 곰곰이 되새겨 보니 1만 3,500 피트 상공에서 몸을 허공에 던진 순간이 지상에서 근심 걱정 다 잊어버리고 꿈과 생시를 초월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고, 60초 동안 맨 몸으로 하강하는 ‘자유낙하’는 나의 생애 가장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끝>
숙달된 교관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윤봉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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