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내 톱뉴스는 단연 ‘헬스케어 개혁’이다. 신문, TV, 인터넷, 어디를 들추어도 계속 등장하는 용어가 헬스케어, 헬스케어, 헬스케어다. 하루일과 중 3분의 1을 대국민 설득에 쏟아붓기로 결정한 오바마 대통령은 발로 뛰는 캠페인에 돌입, 백악관을 나섰고 여름 휴회를 눈앞에 둔 연방의원들도 밤늦게까지 불 밝힌 의사당에서 막바지 협상에 전력투구 중이다.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암운이 짙어지는 개혁안 의회내 상황도 어제오늘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내 보수파 ‘블루 독’에게 발목 잡혔던 하원 에너지통상위의 개혁안이 타협에 이르면서 내일 하원의 휴회 전 표결이 가능해졌고 지난 몇 달 초당적 법안 마련에 목 매온 상원 재무위의 개혁안도 기본적 합의에 도달, 상원이 휴회에 들어가는 다음주말 전에 나올 전망이다. 8월 휴회 전 상하원 본회의 통과라는 오바마의 희망 일정에는 못 미쳤지만 ‘금년 내 입법화’라는 큰 그림에는 아직 별 흠집이 나지 않았다.
최종안이 나오려면 멀었지만 개혁의 큰 방향은 나와 있다. 무보험자를 없애고 고삐풀린 의료비 상승을 잡는다는 목표달성을 위해 크게 네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전 국민의 의무적 보험가입, 저소득층의 가입 위한 10년간 1조 달러의 재원 마련,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강화, 민간보험사와 경쟁할 정부 주도 공공보험 신설 등이다.
개혁안 실현의 성패는 이 여름 한 달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미국민들에게 왜 헬스케어 개혁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설득시켜야 한다. 민심 잡기다. 특히 지역구로 내려간 의원들과 만난 유권자들이 “아, 이번 개혁은 내게도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가을 중 연방의회 통과 전망은 상당히 밝아진다.
유권자의 90%는 이미 보험을 갖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오바마가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평화’다. 사실 의료비 때문에 불안한 것은 무보험 저소득층만이 아니다. 직장보험 가진 중산층도 가족 중 누가 중병에 걸리거나 실직위험이 감지되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개혁안이 성사되면 이런 불안은 사라진다. 병력을 근거한 가입거부는 물론 중병에 걸렸다고 보험에서 쫓아내는 것도 금지되고, 일정기간 혜택금액에 상한선을 두는 것은 금하지만 디덕터블이나 코페이먼트로 개인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기는 것엔 상한선을 두도록 한다. 보험회사를 위한 시스템에서 소비자를 위한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려는 규제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이 오바마의 감언처럼 내겐 아무런 부담을 더 하지 않은 채 ‘더 낮은 가격과 더 폭넓은 선택권을 누리며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믿기는 힘들다. 당장은 자신의 직장보험을 그대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주가 ‘벌과금’을 물고라도 값싼 정부주도 공공보험으로 바꾸겠다면 종업원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재원마련의 부담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특히 부유층 세금인상을 제안한 하원안과 달리 상원안은 직장보험혜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헬스케어 택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금없이 직장보험 혜택을 누려온 상당수 미국인들에겐 아무래도 불편한 항목이다. 여론의 56%가 반대한다. 그러나 헬스케어 택스는 1년 보험료가 2만5천달러가 넘는, 커버 좋은 비싼 보험, 이른바 ‘캐딜락 플랜’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재원마련으로 평가받고 있다.
돈이 없어 보험을 들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무조건 희소식이다. 의무적으로 종업원보험을 제공해야하는 소기업주의 부담도 좀 줄어들었다. 어제 하원의 블루 독 협상을 통해 임금지급규모가 연 25만 달러에서 50만달러이상으로 올려졌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개혁안이 문제투성이 현 의료체제에 대한 성공적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더 이상의 현상유지는 곤란하다 것이다. 무보험자는 차치하고서도 의료비가 임금보다 4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9일 발표된 타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개혁안이 헬스케어비용을 더 올릴 것이라는 대답이 62%인데 개혁안 통과는 중요하다는 대답도 69%나 된다.
오늘은 메디케어법안 서명 44주년 기념일이다. 1965년 7월30일, 의료계와 보수진영의 거센 반대를 딛고 입법화에 성공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미주리주로 날아갔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법안 서명식을 거행한 존슨은 임기중 전국민 의료보험 실현을 위해 열렬히 투쟁했으나 실패했던 81세의 전직대통령 트루먼에게 첫 메디케어 카드를 발급했다. 그리고 선언했다 : “이제 더 이상 미국의 노인들은 치료를 거부당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질병도 이들이 일평생 모아온 재산을 탕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도 노인건강의 안전망으로 자리잡은 메디케어가 오바마 개혁안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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