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골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많이 있다.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 즐기기에는 너무 넓은 땅이 요구 된다거나,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라거나, 위화감을 조장한다거나 등등. 나 역시 그런 정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골프 비판론자였다. 내 비판의 골자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한 번 라운딩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즈니스 관계로 할 수 없이 몇 차례 치다 보니 어느새 나도 골프 예찬론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변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도 좋고, 푸른 잔디와 길게 늘어선 나무 등 쾌적한 자연 환경에서 하는 운동이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또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것 같다. 클럽을 마음껏 휘둘러서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릴 때 가슴 속이 시원해지므로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대인관계나 사교에 있어서도 그만큼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다. 골프(GOLF)의 G는 Grass(잔디)의 약자이며 O는 Oxygen 즉 산소를 뜻하고, L은 Light 즉 태양 광선을 말하며, F는 Friendship 즉 우정과 Foot-walk 도보의 준말이라는 호사가들의 말도 그래서 일리가 있나 싶다.
잔디 깔린 대자연에서 산소를 호흡하고 태양 광선을 맞으며 친구와 우정을 나누면서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겠는가. 골프는 인생 수양이 된다는 점에서도 괜찮은 운동이다. 욕심을 낼수록, 힘이 들어갈수록 잘 되지 않는다. 야구나 축구, 탁구, 농구 등 모든 공놀이는 움직이는 공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만 골프는 정지된 공을 치는 것이다. 고정시킨 자기 몸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공은 제멋대로 날아간다. 그게 매력이다. 파란 하늘, 푸른 잔디 위에서 골프채를 잡고 서면 마음도 한없이 맑아진다.
성격이 급한 편인 내가 인내력을 기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운동을 하면서 정신수양을 하는 셈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공을 치기 직전 호흡을 가다듬을 때면 ‘경솔하지 말아야지.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집중력을 향상하는 훈련이 되는 것이다.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이 운동이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실 골프는 점수를 속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풀숲에 들어가 치기 어려운 곳에 놓인 공을 발로 슬쩍 차내서 치기 좋은 곳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고 공이 사라져 버렸다면 같은 브랜드, 같은 번호의 공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원래 그 자리에 공이 놓여 있었던 것처럼 위장하고 치면 된다. 그러한 부정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쉴 새 없이 일깨워주는 것이 골프다. 그래서 골프를 더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실력은 아마추어인데 매너는 프로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켜야 할 모든 룰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트를 몰 때 지켜야 하는 ‘90도 룰’ 같은 것도 나는 거의 원칙대로 지킨다. 카트를 몰고 골프장에 들어갈 때는 콘크리트 길인 카트 패스를 따라 움직이다 공이 놓인 부분에서 90도 각도로 카트를 몰고 골프장을 드나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골프장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100% 그대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매너 있는 행동도 한다. 나는 골프 하러 나가기에 앞서 반드시 카트에 모래 두 통을 싣고 나간다. 그리고 라운드를 하는 중에 눈에 뜨인 디봇(divot: 골프채 등으로 인해 움푹 파인 자국)이 보이면, 통에 모래가 있는 동안 거의 메우고 지나간다. 만약 시간이 바빠서 매 홀의 디봇을 메우지 못했다면 마지막 홀에서라도 틀림없이 다 부어 메운다. 또 그린에 생긴 공의 자국도 18홀을 도는 동안 최소한 18자국 이상을 메운다. 아니 메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하나의 홀에서 메우든 여러 홀에서 몇 자국씩 메우든 반드시 지켜가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이 더 쉽게, 편하게 잘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뿐이다. 이것을 보고 느끼는 몇 명이 있어서 뒤따라 해 준다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도 물론 있다.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참 좋다. 스스로 착해진 느낌도 들고 환경을 보호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무엇보다 디봇에 모래를 부을 때마다 어릴 적 어머님이 물고기를 방생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더 기분이 좋다. 개천이나 강에 물고기를 풀어주면 새 생명을 얻게 된 물고기들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도 선업(善業)을 쌓는 즐거움이 있다. 골프를 치는 한, 디봇 메우기는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옷은 단정히 입는다. 그것이 골프 플레이어의 매너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나는 물론 뉴스타 회사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으니 깨끗도 하지만 말없는 광고판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213)999-4989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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