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한국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곳 중서부까지도 그렇다. 오늘은 구독 잡지 ‘음식과 와인(Food and Wine)’을 받았는데 ‘김치 핫도그’ 조리법이 있었다. 김치를 볶은 다음 핫도그 위에 얹어 먹으란다. 이제 한국은 전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몇 주 전엔 이곳 신문에 한국에 대한 기사가 났다. “한국인들, 켄터키 데이톤 프로젝트에 관심” 이란 제목이었다. 켄터키의 작은 도시 데이톤에서 도시 개발업자들이 1,800세대 주상복합 아파트, 콘도, 상점, 공원 등이 있는 첨단산업도시를 계획하면서 LG 사와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데이톤도 한국의 송도 신도시처럼 전체 전산화(ubiquitous computing)된 ‘u-City(유-시티)’ 가 될 것이라 했다.
사람이 공원벤치에 앉으면 벤치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까지 울려줄 정도로 전산화된다고 했다. 문득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모차르트 음악을 울리던 시끄러운 스피커가 생각났다. 산보하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몹시 괴로웠었다. 왜 음악을 틀어 놓아 자연의 소리를 망가뜨릴까? 모차르트를 듣고 싶으면 아이팟을 들고 가면 될 일 아닌가.
‘한국인들’의 ‘관심’이란 제목이 참 흥미로웠다. 투자자를 찾는 미국 소도시가 한국인을 잠재적 구원자라 칭했으니 흐뭇한 문구였다.
송도 신도시는 훌륭한 프로젝트다. 시 전체가 전산화되어 있고 외국인도 상주케 하는 국제도시라니,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 전산학자라면 관심을 보일만하다. 그런데 내겐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미국의 직장을 버리고 한국에서 살려 한다면 그것은 ‘번쩍이는’ 첨단 개발단지에 살고 싶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전산화, 그래서 전체 감시화 된 곳은 아니다. 카메라, RFID (사람이나 물건의 움직임을 장거리 감시하는 기술)에 의해 항시 감시받는 건 생각도 하기 싫다.
한국에서의 삶을 꿈꾸는 건 한국 고유의 환경 속에서 있고 싶기 때문이다. 장작불로 데워진 온돌, 울릉도 바닷가의 크고 거친 돌 같은 것들 말이다. 서울 한복판이라도 좋다. 첨단산업과는 거리가 먼, 인적 드문 한옥이기만 하면 좋겠다. 하지만 인터넷 시설만은 있어야겠다. 한 겨울 외풍 센 방의 따끈한 아랫목에서 랩탑으로 세계의 모든 신문들을 읽는 매력이라니.
내가 한국에서 지냈던 시간의 90%는 시골 아닌 고층 아파트에서였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는 것은 6개월간 오직 한국사람만 만나며 살았다는 점이다. 오하이오의 친구가 찾아 왔을 때 무척 반갑기도 했지만 실망도 컸다. 나의 ‘서양인 접촉 무’의 기록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만약 송도 신도시 외국인 단지에 살게 된다면, 나는 한국인들과 어울릴 자격이 없어 외국인 지역에 격리되어 산다는 근거 없는 열등감에 빠질 것 같다. 한국말 연습은커녕 영어만 쓰며 매끄럽지만 특성 없는 미래 도시에서 진취적 경험 없이 밋밋하게 살 것 같다.
다소 과장된 우려이긴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한국 미디어는 지금 어떻게 외국교수들 특히 연구 중심의 일류대학 교수들을 한국에 상주케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최첨단 연구시설과 생활시설, 우수한 학생들과 높은 봉급을 제공하자는 얘기가 당연히 나온다. 하지만 난 그게 우선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은 그 곳이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연구경력만 쌓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새 경험 속에 성숙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송도 신도시가 완벽함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삭막하기만 한 인공도시로 보일 수도 있다. 너무 매끄럽게 기술적으로 완벽한 도시.
한국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살펴보면 이제 ‘유-코리아’라는 말도 감히 할 수 있겠다. 한국의 고유성이 한국 내의 신도시에서도 반짝이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한국에서의 삶을 꿈꾼다. 우선 당장은 김치 핫도그를 만들어 봐야겠다.
북켄터키 대학 전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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