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을 먹고 나면 꼭 나오는 포춘 쿠키가 생소하기도 했지만 먹을수록 베어나오는 셈베 맛에 향수도 느낀다. 먹을수록 나는 일본식 과자맛이 유치원 다닐 때를 생각나게 한다. 쿠키를 깨면 작은 글씨로 쓴 하루의 점을 보게도 한다. 캘리포니아 로토처럼 무작위로 뽑아 놓은 숫자가 5개 나열돼 있기도 하여 도박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한다.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며 불어닥친 문화덕에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도 한다. 포춘 쿠키 속에 든 중국어 단어가 발음표와 함께 들어 있어 새로운 말을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검색을 하니 포춘 쿠키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서 저녁식사 다음에 후식으로 내놓는 과자의 일종이라고 자세한 설명이 있다. 과자만드는 원료는 일본 셈베 과자와는 좀 다르지만 원형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시안 이민들이 미국에 이주하며 갖고 온 것이라는 설에는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포춘 쿠키와 비슷한 모양인 일본 교토의 ‘오미꾸지’라는 과자가 있기는 하다. 이는 주로 복을 빌려오는 사람들이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양이나 재료도 우리가 알고 있는 포춘 쿠키와는 다르다. 복을 담은 작은 종이가 과자 사이에 끼워져 있어 비슷하지만 우리 것과 같이 과자 속에 들어있지는 않다. 모양은 좀 다르지만 포춘 쿠키의 원조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일본계들은 주장한다. 어쩌면 틀리지 않는 말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이 일 때문에 SF와 LA의 일본 커뮤니티와 중국 커뮤니티 사이에 종주권 주장으로 모의재판까지도 했다. 이제 세월이 지나며 일본 ‘오미꾸지’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이를 ‘복점병’이니 ‘행복병간’이라고도 부른다. 이름도 세월이 지나며 Fortune Cooky에서 Fortune Cookie로 바뀌어지기도 했다. 일본사람들이 세계 제2차 대전때 수용소만 가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종주권을 유지하였을 텐데 상권을 쥐고 있던 중국사람들에 의해 완전한 중국과자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손으로 만들던 포춘 쿠키는 기계가 발명되며 대량생산된다. 따라서 값도 내리며 중국 음식점에 대량공급되기 시작했다. 이 기계발명은 ‘셕 이’라는 오클랜드 중국사람이 발명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기계의 원산지에 살고 있는셈이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에이미 탠(Amy Tan)이 쓴 The Joy Luck Club소설에 포춘 쿠키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미국사람들한테 더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자 속의 행운 자체를 믿는게 아니고 재미로 읽지만 나름대로 읽는 순서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한번 훑어봐서 과히 좋지 않으면 읽지 말라고 하는사람이 있는가하면 쿠키를 먹고 난 다음 포춘을 읽으라고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먹기 전에 읽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이 따른다. 그 이외에도 큰소리로 읽으면 복을 쫓아낸다고도 하고 이 쿠키를 고를 때 눈을 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골라야 된다고 한다. 눈을 뜨고 고를 때는 뾰죽한 끝이 자기에게 향한것을 집어야 된단다.
이렇게 복잡한 사연이 있는지는 나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마치 미국사람들한테는 흔히 그들이 이야기하는 야구와 애플 파이(baseball and mom’s apple-pie)처럼 포춘 쿠키가 미국물건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Made in USA 포춘 쿠키가 홍콩에 수출되어 고급식당에서 후식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200여년이 넘는 미국 역사에 외국문물을 들여다가 완전히 미국 것으로 토착시킨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포춘 쿠키처럼 개량하여 본고장으로 역수출하는데 아직 일본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없다. 나는 중국음식 후에 나오는 이 과자를 먹으며 어린 시절과 고향을 생각한다. 영락없이 내가 어려서 먹던 셈베맛이다. 얼마 전 아내와 잘가는 중국집에 가니 쿠키가 떨어젔다고 하여 여간 섭섭하지 않았다. 어쩌면 포춘 쿠키가 지금 미국에 사는 나와 어린 시절의 나를 연결하는 매개체인지 모르겠다. 금년에는 한국이 통일된다는 포춘을 기대하고 다음주에 단골집에 가야겠다고 다짐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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