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9일 오후 6시30분, 고인의 관을 삼킨 화장로의 문이 닫힌다. 시신은 800-1,000도로 70여분간 화장돼 냉각과정과 분골 및 포장과정을 거친다. 유골함에 옮겨진다. 가로 35cm, 세로 25cm, 높이 20cm의 북미산 향나무로 만든 유골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이다. 경복궁 뜰에서 쉰 목, 서울 광장 노제 만장 속에 묻히고 숭례문 지나 서울역 가는 발길에 깔린다. 수원 연화장 8번 화장로에서 멈춘다.
생명은 어디서 왔다가 (죽어)어디로 가는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답이 울린다. “生也一片浮雲起요, 死也一片浮雲滅이라”. 생과 사는 한 조각 구름이 일고 스러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고개 들어 뜬 구름 한번, 내 몸 한번 살펴 될 일인가. 새삼 생사에 얽매이지 말자. 오직 ‘연기(緣起)’뿐. 삶은 인연따라 있다 없어지는 것 그래서 “生不生, 死不死”요, “운명이다”라고 몸을 던져야 하는가? 말로 “너무 슬퍼하지 마라” 할 일인가.
여러 번 읽었다. 5월 23일 아침 5시 10분에 남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다. 뜻을 다하고 마음을 다한 글일 터다. 어쩌면 ‘대장부가 피를 토하며 쓴 글’이라 믿는다.
그래서인지 어렵다. 엄중한 선택의 혈지 ‘부엉이 바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쓰임받은 ‘명운’, ‘인연’, ‘품격’.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한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바보 노무현’을 본다. 그는 생과 사(死), 영욕(榮辱)을 뛰어 넘는 자리에 서서 결단하고 선택한다. 쫓기다 지쳐 무릎 꿇는 그런 포기나, ‘운명’은 결코 아니리라 믿고 싶다. ‘오래된 생각’이라고 다짐하는 유서를 다시 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 운명이다.”
사람들은 이 대목을 두고 생각을 굴린다. 가족들에게, 함께했던 동지들에게, 따르는 이웃들에게 남긴 진심이라고 주장을 편다. 심지어 자기들의 이해득실에 맞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따르자고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어쩌면 ‘참 노짱’은 63년 동안 입었던 옷을 벗겠다고 다짐하며, ‘작별의 노래’를 들려주어야 했을 것이다. 말 없이 평생을 함께 한 ‘자기’에 대한 신의는 깊었고, 예(禮)는 무거웠다. 자기에 대한 다짐의 말로 ‘운명’을 일깨웠을 것이다. 어찌 낳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死) 외 길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운명’일 뿐, 그렇다고 꼭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는가. 노 전 대통령은 역사의 눈을 믿을 수는 없었던가. 냉혹한 칼끝이 목을 겨눈다해도 역사 앞에 고개를 들 수는 없었는가. 괴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대는 ‘바보 노무현’이었고, 천하의 ‘노짱’이다. 당신은 1986년 천주교 교리에 따라 영세까지 받는다(본명 유스토). 당신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는 저 송기인 신부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해도 찢기는 마음, 많은 아쉬움이 남는 걸 어이할 것인가.
“…천주교에서 자살은 가장 큰 잘못으로…, 이번 경우 (노 전 대통령)해석이 달라 질 수 있지요. 남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는 거지요. 가족, 동료, 수족(手足)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으로 생각해야지요.”(joint.com 7/9참조)
(문답은 계속된다. 浮雲自體本無實 / 生死去來亦如然 / 獨有一物常獨露 / 湛然不隨旅生死. 떠다니는 구름이야 그 실체가 없는 것 / 오고 가는 생사 또한 이와 같으니라 / 그러나 한 생명이 엄연히 여기 있으니 / 이것은 생사윤회를 따르지 않는 참모습이로다.) 대강의 풀이다.
오늘은 7월 10일, 노 전 대통령의 49재 날이다(사람이 죽은지 49일 되는 날, 중음의 마지막. 7.7일). 불가에서 고인을 위하여 경문을 읽고, 공양을 하여 명복을 비는 재를 올리는 날이다. 혼령과 마지막 헤어지는 날, 왕생극락의 길로 떠나 보내는 날이다.
이제 고이 보내 드리자. 산 자와 죽은 자는 함께 할 수 없는 것. 지금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요”,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칠 것인가? 그리는 말자.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참모습’을 찾았습니까? 저는 깨어 있는 시민들과 손잡고, 하느님의 자비의 손길이 당신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다 잊으시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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