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죽음으로 도배되고 있는 TV뉴스와는 달리 요즘 세계 정가와 워싱턴 정가의 핫이슈는 ‘기후변화’다.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의는 개막 첫날인 어제 기후변화 대응책에 합의했다. ‘온난화를 막기위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선진 8개국들은 2050년까지 온실개스 배출량을 80% 감축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이 50% 감축을 동의할 때까지는 선진국의 감축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상승폭 2도 제한 합의만으로도 늘 지지부진해온 기후협상엔 상당한 발전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명백한 진일보’라고 자축했고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도 ‘역사적 합의’라고 거들었다.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선 늘 눈총을 받던 미국도 이번엔 당당한 모습이다. 이제 미국은 ‘온실개스가 공해’라는 자체에도 의구심을 갖고 배출량 정부규제를 반대했던 부시의 8년과는 결별했다. 새로운 에너지시대를 열기위한 기후대책 입법화는 오바마가 내세운 최우선 과제 상위에 올라있다. 세계가 오랫동안 미국에 기대하며 요구해온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자신감을 확실하게 심어준 것은 6월말 연방하원에서 실현된 ‘역사적’ 법안 통과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개스를 줄이려는 기후변화법안은 지난 10여년 연방의회에 여러차례 상정되었지만 상하원 중 한곳에서라도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신히 통과했다. 찬성이 과반수보다 딱 1표 많은 219-212로 민주당 반란표가 무려 44표나 되었고 공화당에서 겨우 8표를 건졌다.
7일부터 청문회를 시작한 상원은 9월 본회의 상정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 못지않은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는 상원에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민주당이 확보한 꿈의 60석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10여명에 달한다. 의견을 가르는 것은 이념보다는 의원들의 출신 지역이다. 대평원의 농업지대, 중서부의 공장지대, 유전과 탄광지대 등의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서 낙선을 각오하지 않는 한 선뜻 지지하기가 힘든 입장이다. 하원안이 ‘타협의 조각보’라고 놀림받게 된 것도 이런 지역 의원들의 찬성을 얻어내느라 온갖 선심성 특혜를 끼워놓았기 때문이다.
1,500페이지에 달하는 법안의 핵심은 ‘상한제와 거래제(cap and trade)’다. cap은 각 산업에 규정해준 온실개스 배출의 상한선이고 각 기업들이 소유한 배출권을 사고파는 거래가 trade다. 뉴딜이후 가장 강력할 것이라는 이같은 정부규제를 통해 미국의 온실개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수준의 17%를, 2050년까지 83%를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그밖에 화석연료 아닌 풍력과 태양열에 의한 전기 생산을 늘리고 정부사업과 주택 및 빌딩건설에 에너지 효율성을 엄격 적용하는 등 다양한 기후대책등이 포함된다.
앞으로 미국경제의 각 분야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법안은 드물 것이라는 데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생활의 동력인 에너지의 생산 및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는 누구 말을 믿는가에 따라 다르다.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는 지구온난화 대책을 넘어 녹색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수입석유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화당의 주장은 정반대다. 기후변화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국내 일자리를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일자리 죽이기(job killer)법안이며 막대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 결국 ‘미사상 최고의 에너지 세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격상승 계산도 너무 차이가 난다. 의회예산국의 연구결과로는 2020년에 가계당 부담이 연간 175달러에 불과한데 보수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계산은 연간 3,000달러를 넘어선다.
여론은 양쪽 주장에 다 냉담한 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기후법안 지지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할 수 있습니까. 월10달러 인상이면 56%가 지지 42%가 반대하다가 25달러가 된다면 지지 44%와 반대 54%로 뒤바뀌었다. 50% 대 50%로 반분되는 경계선은 18달러75센트가 인상될 때다. 의회예산국 추산으론 월 14달러58센트로 지지54%, 반대45%이지만 헤리티지 재단의 계산이 맞아 월250달러가 인상된다면 반대가 99%에 달할 것이다.
현재의 경제상태에서 기후법안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과 얼마나 설득력있게 연계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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