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Travel Coupon / 여행 쿠폰 한 장
Life is life.
Love is love.
Life and love is life and love.
Rose is a rose is a rose.
삶은 삶이다.
사랑은 사랑이다.
삶과 사랑은 삶과 사랑이다.
장미는 장미요 장미다.
어느 날, 선사와 제자가 소풍 길에 나섭니다.
“아, 정말 멋진 날이로군. 진짜 멋진 풍경이야!”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게 찬탄하는 두 사람을
멀끔히 쳐다 보던 우울한 표정의 철학자가 묻습니다.
“선사여, 몇 마디 묻고자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인생의 의미는 과연 뭡니까?”
쓴 웃음과 자비가 범벅이 된 묘한 표정의 선사.
큰 볼록 안경과 빠진 이빨로 꽤나 쭈그러진 모습을 한
선사가 인지를 세우며 말합니다.
“지금 여기 [Here & Now] 당신은 과연 어디 있는고?
이처럼 멋진 곳까지 와서 고작 생각하는 게 바로
그런 질문들이란 말인고?”
그리고, 짤막한 비유를 들이 댑니다.
“인생이란 80 년짜리 여행 쿠폰일세.
그 쿠폰이 유효한 동안 열심히 여기저기 다닐 뿐이야.
쿠폰 기한이 다 지나고 나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가를
80 년 동안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새 유효기간이 다 지나고
말지. 자, 여기 서서 여행 쿠폰의 의미를 따지지 말고,
쿠폰이 유효한 동안 열심히 돌아 다니는 게 어떨꼬?”
An enlightened one’s attitude toward
living in this world is like a grain of salt
dissolving into a bucket of water.
해탈한 이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소금 한 톨이 한 항아리의 물에
녹아 드는 것과 같으니라.
반야심경을 만화로 푼 중국 사람 채지충은 참 재미 있는
분입니다. 채지충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나름대로
일가견을 이룬 지혜의 경지, 그 분의 세계로 보는
반야심경의 세계, 게다가, 그걸 영어로 읽으니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그가 그려낸 수많은 다른 중국 고전 만화에서처럼,
반야심경 [Heart Sutra]도 간결 명료하게 그리고
명철하게 내 보인 채지충 선생, 그 33 쪽부터 시작되는
‘The Heart Sutra Addendum’ [반야심경 부록]은 사실
반야심경 원전 해설보다 저 흥미진진한 선가[禪家]의
살림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마존
닷 컴에서 스테디 셀러 [a steady seller]로 손 꼽힌
채지충의 ‘Heart Sutra’, 이제 찬찬히 다시 들여다 보니
그 이유가 홀연 선명해집니다.
반야심경은 선가의 정수입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선가의 보도[寶刀]가 반야심경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몇 년 동안 소 되새김 하듯 외우는
전문가들도 사실 그 내용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게
바로 반야심경입니다. 이 백 육십 자 안팎의 이 짧은 경전이
어쩌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토록 다채롭게
그려져 왔던지! 이제, 대만의 한 만화가를 통해 다시 한번
가볍게 용트림하는 반야심경이 전 지구촌의 깨어나는
영혼들을 고상하게 어루만짐에 너무나도
고마울 뿐입니다.
The essence of life is
to dissolve into any space and time,
and to experience and practice in
every space and time.
삶의 진수는
어떤 공간과 시간 속으로도 녹아 들어
매 순간 매 공간을
체험하고 수행하는 데 있다.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이런 말들을
그저 소금 한 톨로 비유해 만인의 공명을 얻어내는 게 바로
채지충 식 반야심경입니다. 쇠 바늘 하나가 바다 물에
빠지면 녹슬어 바스러질 때까지 늘 쇠 바늘이지만, 소금
한 톨이 바다에 빠지면 즉시 바다의 ‘짠 맛’에 합일되어
소금이 바로 공[空]이 되면서 또한 바다이더라는 지혜를
만화 몇 컷으로 ‘짠!’하게 보여 줍니다.
How poignant!
물 속에 녹아 들어 본래 ‘짠 맛’이 된 소금 한 톨과
나의 삶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소금이었던 내가
철저히 녹아 이제 더 이상 소금이 아닌 그 ‘짠 맛’ 속에
녹아 들면 원래 소금이었던 나의 존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죽어 보니 더 크게 살았던가? 아님, 죽어 보니
정녕 다 비어 있던가? What’s the point?
죽으면 살리라! 살려면 죽으리라!
그 지존의 역설[paradox]을 피부 가까이 느끼도록 우리
코 앞에 아주 바짝 들이 대는 게 바로 채지충의 영역본
반야심경입니다. 하트 수트라를 간결하게 마치고, 선가귀감의
파노라마를 이리저리 그려가는 채지충, 급기야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내 보이는 104 쪽에 이르게 됩니다.
Life is life.
Love is love.
Life and love is life and love.
Rose is a rose is a rose.
삶은 삶이다.
사랑은 사랑이다.
삶과 사랑은 삶과 사랑이다.
장미는 장미요 장미다.
오래 전부터 뇌리에 콱 박힌 시 한 편이 생각납니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
왜 사냐건
웃지요. // [김상용 시]
장미가 장미요 장미인 것처럼, 삶도 삶이요 삶입니다.
여행 쿠폰 한 장 들고, 유효기간이 다 지나면 어쩌나 하고
궁리하다 보면 어느새 진짜 유효기간이 훌떡 지나 버립니다.
삶은 단식하러 온 게 아니라는 현자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삶은 잔치요 축제라는 그 분의 선언이 김상용의 시에
잔잔하게 겹쳐집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
왜 사냐건 웃지요.
Because rose is a rose is a rose.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