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가 향후 3년 사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지역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경기가 2012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며 앞으로 3년간은 금융위기 등 전국적인 요인보다는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회복에 대한 희망과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혼조세를 띠고 있다. 갑작스런 주택가격 폭락으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됐던 캘리포니아도 이런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살펴봤다.
전국적 요인 보다 지역 이슈따라 성패 좌우
가주 일부 지역 거래 늘고 가격도 오름세로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 장밋빛 희망
▲부동산 가격 하락의 마지노선은 2012년, 성패여부는 로컬이슈에 달렸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첫 번째로 찾아온 침체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6년간의 호황기를 거쳐 지난 2006년 정점에 이르렀다 3년간 폭락해 현재에 이르렀다.
남가주 역시 부동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주택 중간가가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붕괴직전까지 몰렸다는 평가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부동산 가격이지만 아직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하락의 마지노선을 2012년에 그어놓은 상태다.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는 향후 3년간 회복기를 거칠 것이며 그 동안 은행차압매물로 대표되는 부동산 악성 재고가 해소되고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2년까지 부동산 시장의 성패 여부가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에서 기인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국가적인 이슈에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 부동산 시장 붕괴가 처음이었다. 이전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국가적인 이슈보다는 조닝, 지역 부동산 개발계획 등 ‘로컬이슈’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주된 원인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2년까지 부동산 시장이 ‘전통적인 방법’(Old-ways)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수 주택건설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듯.
전문가들이 지칭한 부동산 시장의 바닥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기나긴 슬럼프가 조금씩 끝나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워치에 따르면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주택 관련주들이 상승세로 접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6월의 주택시장지수는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규주택 착공 건수 역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53만2,000건을 기록해 전달에 비해 17%의 증가율을 보였다. 마켓워치는 주택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 “주택시장의 급격한 둔화를 주도했던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에서 주택 구매 증가추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3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주택시장이 드디어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의 주택 관련주들은 지난 2∼3개월간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건설업체인 호브내니언 엔터프라이즈와 톨 브라더스의 주가는 각각 6.39%와 1.1%가 올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 IT 버블과 비교했을 때 주택시장 역시 버블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주택경기도 활기 되찾았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부동산 경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반등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내륙지방을 시작으로 거래 회복세를 보였던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은 최근 비싼 해안가 지역까지 주택 매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부동산 특집 기사를 통해 ‘캘리포니아의 주택 경기 동향은 타 지역의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더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중가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주택시장은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은 사람 보다 더 크게 늘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해당 카운티의 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44만5,000달러로 2월 보다 5.7% 올랐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4개월 연속, 콘트라코스타 카운티는 3개월 연속 오름세다. LA도 3개월 연속 강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주의 많은 주택시장이 여전히 가격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의 평균매매가격은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 2월 24만7,590달러이던 것이 4월에는 25만6,700달러로 올라섰다. 이 같은 가격 움직임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타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북부 버지니아와 워싱턴DC 지역, 샌디에고의 피닉스 지역과 남부 플로리다의 주택시장도 요즘 들어 거래가 늘고 있다.
그러나 WSJ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래 증가세가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경우 5월말 실업률이 11.5%에 달해 가계의 소득수준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차압과 은행들의 차압주택 매각이 잇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월간 기준으로는 전달보다 조금씩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전년비로는 여전히 37%나 낮은 바닥수준을 맴돌고 있다.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둔화됐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주택가격 회복세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번랜드인스티튜트의 LA대표 캐스린 아길라 페레즈는 “캘리포니아의 전반적인 경제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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