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방학이다. 즐거운 모습으로 아이들이 밀물처럼 빠져 나간 자리가 휑하게 느껴진다. 조금전까지 아이들은 구연동화대회를 했고 유치반에서 곰 세마리와 토마토를 율동에 맞춰 귀엽게 부르고 트로피를 누가 받는지 눈이 초롱초롱했었는데 지금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다 집으로 돌아갔다. 마냥 좋아하면서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방학은 좋은 것이구나 생각하니 빙그레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오래전 우리의 방학은 부모님과 야외에 나가는 것이 연중행사여서 식물채집과 곤충채집의 숙제가 항상 걱정거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가 함께 놀아 주거나 야외를 나간다는 것이 거의 전무했었다. 하지만 요즈음의 아빠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분들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렇게도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는 한 가장이 주말도 없이 일하던 일벌레였다가 어느날 깊게 생각에 잠겨서 여유로운 숨고르기를 한순간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높은 자리에 있지도 않은 자신을 발견하고 이제는 아이들과 가정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이라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우리아이들은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이번 방학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세울 것인 지가 궁금해진다. 그동안 학교수업과 방과후의 여러활동으로 바빴던 아이들은 산과 들로, 박물관과 놀이동산으로, 그리고, 친척집 방문등으로 분주하고 즐거운 주말을 보내겠지. 너무 많은 다양한 정보와 복잡한 환경에 접한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거리를 만나면 조그만 퍼즐을 맞추어가듯 인생의 조각들을 만들며 알찬 방학을 보내고 돌아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긴시간을 눈깜짝할 사이에 보내고 그냥 오는 아이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떻게든 그들은 성숙해 갈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들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난 우리 아이를 생각하며 갖는 소원 아닌 소원이 있다. 그것은 남들이 대부분 싫어하는 손주를 길러 주든지 아니면 자주 들러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러가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외국사람을 사위나 며느리로 보는 사람을 만나면 이내 그 마음을 접어야 할까를 혼자 되내어본다. 그래도 노력해 봐야지. 지난 구연동화대회에 이런 나의 생각을 부추기는 일이 있었다. 한 경우는 아빠는 일본사람이지만 엄마가 한국사람이어서 외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보시며 한국어를 도와 주시는데 직접 나에게 전화로 문의 하시며 지도 해 주신일이었고, 다른 한 경우는 아이가 할머니께서 이야기 해주신 것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것이 너무 조악해서 안되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조부모님이 있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워도 재미있고 조금은 과장된 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분위기라도 느끼고 돌아오는 방학이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깨벌레 귀신 이야기가 내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그 생각을 하면 한 여름에 더위가 싹 사라졌던 기억이나면 그 때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항상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한번은 올것 같은데, 그럴때 한 켠을 메워줄 수 있는 일이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또는 친척을 통해 경험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람은 모두 가끔은 교만하고 이기적이어서 마치 자기자신의 지금 모습이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된것 마냥 착각에 빠질때가 많은 것 같다. 어느 상담학을 하시는 목사님께서 자식을 잘 키웠다고 말 할 수있는 나이가 몇 살 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사람들은 25살 , 30살 각기 다른 대답을 했는데 그 답은 한 사람이 엄마 아빠를 충실히 할 수 있는 나이까지라고 하셨다. 오십년, 육십년 묵은 그 나무가 그 많은 풍파를 이겨내고 그 자태를 뽐내는 것은 바람을 막아주며 그 힘을 길러준 울타리인 나라, 부모, 주위의 여러가지사람과 여건들이 있었음일 것이다 .
나는 이번 방학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전래동화나 구전동화를 접하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분위기만이라도 느끼는 방학이 되어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 마치 항아리에 숨겨 놓은 곶감을 빼 먹듯 간혹 생각이 나는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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