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There is no answer.
There are only two ways for the mind to be:
full of questions and empty of question.
답이란 없다.
마음은 오직 두 방법 밖엔 모른다,
온통 질문으로 꽉 차있든지 또는 아예 질문이 없든지.
Why is the sky blue? 하늘은 왜 파랗지요?
여러 대답들이 나오지만 속 시원한 정답은 드뭅니다.
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해는 왜 계속 내리쬐나요?
Why does the sea rush to shore? 바다는 왜 해변으로 돌진하나요?
제각기 그럴듯한 답을 들고 나오지만 진짜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Where did I come from?
Where do I go after I am done?
What is the purpose of my life?
Who am I? What am I here for?
What is the meaning of life?
……
Who knows?
Only God knows!
Existence has no answer.
Existence is there, with no answers,
completely silent.
실존은 답이 없다.
실존은 답 없이 거기에 있다,
철저한 침묵으로.
반야심경은 지혜제일이라는 사리불[舍利佛]에게 설해진 불교 지혜의
심장입니다. 심경[心經]은 영어로 ‘Heart Sutra’라고 번역됩니다.
핵심이요 정수란 뜻입니다. 팔만 사천 대장경의 진수를 모아 아주
짧게 그 요체를 밝힌 반야심경, 그 초월적 지혜가 바로 다름아닌
지혜의 절정 사리붓다에게 설해졌다는 건 꽤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이미 통한 붓다가 이미 지혜를 꿰뚫은 또 다른 붓다에게 전한
내용이 바로 반야심경이요 또 그 핵심인 ‘공[空]’입니다.
석가모니 붓다 생존 시 어느 날, 인도 전역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브라만 힌두학자 한 사람이 종교적인 논쟁을 위해 붓다를 찾아 옵니다.
지혜제일 사리자가 붓다 앞에 섰을 때 붓다는 그저 가만히 웃으며
말합니다. “사리자여, 그대는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정녕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사리자여, 난 그대가 엄청난
지식과 지혜의 소유자란 걸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역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사리자여, 이제 나와 논쟁을 벌이려 하는가?
진정 나와 논쟁을 벌이고자 한다면 그대는 기다려야 한다. 일년 동안만 기다려 다오.”
지혜제일 사리자는 말합니다. “일 년을 기다리라고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일 년씩이나 기다려야 하단 말입니까?” 붓다가 미소로
답합니다. “사리자여, 그대는 침묵 속에서 일 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와의 논쟁이 가능하다. 내 말은 모두
저 순수공간 ‘공[空]’에서 나온다. 그대가 내 말을 이해하고 논쟁에 임하려면 그대 또한 저 침묵의 순수공간을 약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사리자여, 내가 보기에 그대는 침묵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대는 베다의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대의 머리는 무겁다. 그러나 거기엔 아직도 ‘빈 공간’이 남아있다. 사리자여, 일 년 동안만 그 침묵 속에 있어다오. 거기 그대와 내가 만나 얘기할 공간이 생길 것이다. 자, 여기 내 곁에 앉으라. 그렇게 앉아서 일 년만 기다리라.”
If you drop all questions,
a communication happens
between you and existence.
그대가 모든 질문을 내려 놓을 때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그대와 실존 사이에.
백만장자도 황제도 부럽지 않은 지혜제일의 사리자. 이제 붓다를 찾아와 보란 듯 멋진 논쟁을 벌려 붓다를 꺾어 누르고 명실공히 인도 지혜제일의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굳히려던 사리자. 하지만, 미소로 부드럽게 침묵을 조건으로 거는 붓다에 동의하게 된 사리자는 그렇게 일 년 동안 붓다 곁에 침묵으로 앉아 있게 됩니다.
…… 이윽고 침묵의 일 년이 흘러 붓다가 말합니다.
“사리자여, 이제 그대는 나와 논쟁을 벌일 수 있다. 그대와 논쟁을
한다는 건 진정 영광스런 일이며 나 또한 지난 일 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그러자, 사리자는 웃었다. 붓다의 발에 입 맞추었다. 그리곤 말했다. “나를 당신의 제자로 맞아 주십시오. 일 년 동안의 침묵 속에서 난 당신을 들었습니다. 내 안에 순간적인 섬광이 스쳐 갔습니다. 당신은 내 심장을 꿰뚫고 내 영혼 깊숙한 곳을 연주했습니다. 붓다여, 당신은 나를 이겼습니다. 그 순수공간의 침묵으로 당신은 한 마디 논쟁도 없이 나를 꺾었습니다.”
사리자는 이렇게 하여 붓다의 제자가 되었고 또 수많은 사리자의 제자들도 모두 붓다의 문하에 들게 됩니다. 반야심경은 이렇게 이심전심으로 붓다의 지혜를 전수받은 사리자에게 다시 한 번 자상하게 설해진 초월지혜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초월지혜는 한 마디로 ‘공[空]’입니다.
The moment you drop questions,
you become existential.
When there are no questions,
that state itself is the answer.
모든 질문을 내려놓는 순간
그대는 실존적이 된다.
질문이 없다면
그 상태가 곧 정답인 셈이다.
환희심의 웃음을 지으며 붓다의 발에 입 맞춘 사리자의 경지는 곧 실존입니다. 영어단어 ‘existential’ [익지스텐~셜]은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말입니다. 실존주의를 ‘existentialism’이라 하지.
실존주의 뜻이 뭔지 알면 ‘익지스텐~셜리즘’이란 말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실존주의가 뭔지 모르면 영어단어도 모르고 맙니다.
실존[實存]이란 한 마디로 내가 나임을 아는 겁니다. 실존이란 말 그대로 참되게 존재하는 걸 뜻합니다. 질문이 모두 떨어져 나간 채 텅 빈 순수공간에 존재하는 나의 참 모습을 실존이라 하지요. “이 뭣고!”란 질문이 이미 답으로 변형되어 나타날 때, 바로 그때 선명하게 보이는 내 참 모습, 그게 바로 모든 질문을 말끔히 비우는 정답이랍니다.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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