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는 서양사람들의 일상 음료
외식(外食)을 할 경우 우리 이민1세들의 선택은 단연코 한식 쪽이다. 한식은 집에서 항상 먹는 음식이니 만치 기왕이면 다른 종류를 택하여야 되겠다고 할 경우는 중국요리나 일식이다. 중국요리도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갖는 광동 음식은 선택이 어렵다고 해서 낯익은 한국식 중국음식 집으로 낙착이 되기 쉽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풍요롭고 다채로운 식문화(食文化)의 나라 미국에서 구미(歐美)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서양 음식을 찾아볼 만도 한데 쉽게 접근을 안 하는 이유는, 알고 보면 음식자체가 마땅치 않아서가 아니고 음식의 식단(메뉴)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품목을 지적해서 주문을 하기가 어려와서 그렇다는 것이다. 시험 때의 연필 굴리기 기술을 활용해서 겨우 한가지를 어렵게 선택을 해서 오더를 하면 다음에는 웨이터의 질문공세가 시작이 된다. 고기는 어떻게 굴까요, 포테이토는 어떤 것으로 하겠습니까, 샐러드 드레싱은? 빵은? 등등 숨도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질문을 하면 무어가 무엇인지 어리둥절해 진다. 잘 알아 들지를 못할 경우의 비상 대책은 무조건 “이에스” 이고 미소작전이다. 주는 대로 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양식코스에서는 마시는 술도 한가지가 아니다.
식사 전에 마시는 술, 식사 중에 마시는 술, 식사 후에 마시는 술, 작별술 등이다. 식전에 식욕 촉진제로 마시는 술을 “아빠리티프(aperitif)”, 식사중의 술을 “와인(wine)”, 식사 후 소화제로 마시는 식후주를 “디제스티프(digestif)”라고 하며, 동석했던 식객들과 헤어지면서 마시는 작별술은 “on the road”라고 표현한다. 식사 중에는 으레 포도주를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름이 없고 그대로 와인이라고 한다. 식전, 식후, 작별주는 입에 맞는 것을 정 해 놓고 언제나 그것을 “오더”하면 되지만 포도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포도주는 음식 메뉴 같은 리스트가 따로 있다. Wine List라고 한다. 몇 십까지가 적혀있는 목록에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특히 포도주는 음식에 알 맞는 것으로 택하여야 한다. 생선인 경우는 백 포도주(白葡萄酒)요, 고기(red meat)를 먹을 때는 적포도주(赤葡萄酒)라는 등의 공식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A 라던가 B가 선호 된다는 등 수학공식을 방불하게 하는 격식이 있다. 포도주의 선택은 초청자(host)의 책임이지만 서투르면 연장자(senior)에게 맞겨도 된다.
식당에 들어가서 정해 준 자리에 앉으면, 제일먼저 받는 주문이 “드링크”이다. 웨이트레스가 “무엇을 마시겠습니까?” 하고 물어 본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냉수(아이스 워터)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면 웨이트레스가 쓴 웃음을 지면서 맥이 빠져서 돌아간다. “무엇을 마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은 “어떠한 식전 술을 마시겠습니까?”라고 물어 보는 것이다. 팁으로 사는 웨이트레스에게 “맥물”을 가져오라면 조와 할 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포도주는 종류를 결정하기도 어렵지만 마시는 방법도 만만치가 않다. 제대로 된 식당에서 포도주의 주문을 받는 웨이터는 식사의 웨이터와는 격이 다르다. 포도주에 관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영어로 Wine Steward라고 하며 “쏘무리에”라고도 한다. 식객이 몇 명 같이 식사를 할 경우는 보통 병 포도주를 오더를 한다. 일단 오더를 하면 쏘무리에가 정중하게 병을 갖고 나와서 오더를 한 사람(host)에게 보여준다. 주문을 한 포도주인지 정확히 확인을 하라는 것이다. 쏘무리에가 보여 주는 대로 눈을 주고 고개를 앞으로 흔들어서 OK를 해준다. 이때 손님은 병에 손을 대면 안된다. 일단 OK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병마개(콜크임)를 뽑고 뽑은 병마개를 다시 손님에게 보여준다. 잘 보관된 포도주는 마개가 약간 젖어 있다. 그리고 고급 포도주의 마개에는 양조 년도라던가 상호 등이 찍혀 잇다. 이러한 사항을 검열 하라는 것이다.
일단 현물의 검열이 끝나면 쏘무리에는 손님의 잔에 약 1/3정도를 심중히 따른다. 따를 때 손님은 잔에 손을 대면 안된다. 따르고 나면, 손님은 포주잔의 목(stem)을 연필 쥐듯이 가볍게 쥐고 잔을 일단 눈 높이로 올려서 색갈을 본다. 다음은 약간 흔들어서 냄새를 맞는다. 그 다음에는 약간 입을 적시는 식으로 마셔가면서 맛을 감상한다. 그리고 OK를 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host는 자연스럽고 숙달된 솜씨로 대처하여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와인 테이스팅(wine tasting)”이라고 한다. 이 테이스팅이 끝나면 쏘무리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나머지 손님의 잔에 포도주를 붓는다. 약 2/3정도씩 붓는다. 이때 나머지 손님은 부어주는 대로 받는 것이 인사이다. 좀더 채우라니 안 마신다니 하는 제스처는 금물이다.
식사 중에 포도주를 마시는 목적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지금 막 먹으려는 음식의 맛을 좀더 확실히 음미하기 위해서 전번 코스에서 먹은 음식의 뒷맛을 깨끝히 씻어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좀 너머 사치스러운 취미인 것 같지만 그만큼 서양사람들은 포도주를 일상음료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서양사람들의 가정에는 포도주를 저장하는 “와인 셀라(wine cellar)” 가 있다. 옛날 한국 시골에서 좀 산다는 집에서는 추수가 끝나면 동동주라던가 찹쌀 막걸래, 지방 특유의 술 등을 듬뿍 담가놓고 때마다 즐기곤 하였던 것과 비슷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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