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가에 조문을 가서 쓰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두고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한동안 인기가 하락하고 비난이 빗발 칠 때 나는 어느 사석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호된 핀잔의 분위기가 연출된 적이 있다.
그런 연민의 정 이외엔 노 대통령과 직접 관계한 일은 없지만 난 늘 그의 장점만을 알고 있다. 어쩌면 자기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일지 모른다. 아니 잘 안 다기보다 그의 서민적 근면성을 존경한다. 고자세의 관료성과 빈부고하의 격을 없애며 나약한 서민의 성공 문턱도 낮춘 주인공이라고 말하면 과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 죽음의 원인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통탄할 일이다. 부정에서 연유되었지만 명예를 손상시키는 비난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느낀다. 사랑의 반대인 냉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피부로 느껴야 한다. 사람들은 그저 해보지도 않고 남이 하는 일은 모조리 색안경을 끼고 욕을 한다는 것이 정말 지겹다.
살아가면서 상대를 위한 냉소와 비난의 입을 띤 자신들이 결국은 감당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이웃과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희망과 칭찬을 아끼지 말고 실천하며 살았으면 한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을 두고 외신과 언론들의 주목 속에 조심스럽게 안타까운 한숨을 들을 수 있다. 누구는 거액을 먹고도 끄떡도 하지 않지만 자식에게 집 한 채 사준 것이 볼모가 되어 정치 일생을 송두리째 난도질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 집을 사는데 100만달러는 대통령 자녀가 아니라 군수, 동장의 아들들도 부지기수로 사고 팔 수 있는 흔한 거래가의 집이다. 일국의 대통령의 아들이 모빌 홈에 살아야 속이 시원할까? 타국에도 왕자들과 공주들은 당당하게 고급 집을 사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의 자녀가 궁색을 떨며 살고 있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난한 대통령의 자녀들이 외국에 나왔을 때 공적으로 품위 유지는 마련해 주는 제도는 없었을까? 대통령으로서 자녀들을 국내에서 국회의원을 만들거나 요직을 치지해 앉히지 않고 외국에 보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전관예우를 운운하기 전에 현직에서 최소한 예우로 국부의 품위를 유지시키는 제도를 만들자고 한다면 비난받을 일일까. 교활한 정치인들의 보이지 않는 거액의 돈들이 더 문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세상을 세 번이나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이름 없는 젊은 국회의원으로 서슬이 퍼런 정치인과 경제계의 거물들을 호되게 힐책한 청문회의 스타로 부상되었을 때다.
두 번째는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였고, 그리고 정든 고향의 부엉이 바위에서 역사 속으로 몸을 던진 일이다.
부패된 사회를 향해 몸으로 정의를 외친 젊은 정치가의 용기에 모처럼 우리나라의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용서를 하고 화해를 하면 어떨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일본 만화작가의 말이다. “그 어떤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반드시 희망만은 갖고 살아야 한다!라는 가치관은 솔직히 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치관은 이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향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살아라!’ 하고 작품 속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 제 본심입니다.”
웬만한 어려움을 기적처럼 이겨내고 밥 먹듯이 극복해 내는 것은 만화에서나 가능하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 아이들처럼 기초학습을 반복하는 일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자고 되새겨 보는 말이다. 그러자니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같이 가는 방식을 배우자는 것이다.
특히 이민사회인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생활방식을 돌아볼 때 서운한 면도 없지 않다. 잘 해 보고자 앞에 나서서 일을 하면 시기와 맹목적 비난으로 발목을 잡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거지에게 밥을 못 주더라도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과 관계없고 하지 않는 일에도 비난과 험담이 여론화 되어 좋은 일들이 무산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민족을 위해 뭔가 좀 변화의 일에 물고를 트고 싶은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천성이야 말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희생정신이 나는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즐기기도 한다. 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앞서서 지도자가 되어서 무슨 일을 하고, 했을 때 단점과 비난보다는 장점과 칭찬으로 용기를 주다 보면 그 모든 결실의 영광은 자신에게 나눠지리라 믿는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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