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인은행 주총은 악화된 경영실적을 반영하듯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만달러의 손실과 함께 주가폭락, 배당금 중단, 또 올 한해 역시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으로 주총에 참석한 경영진이나 이사회, 주주의 얼굴에서 밝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미, 나라, 윌셔, 중앙 등 상장은행 이사를 중심으로 인수 또는 합병(M&A)을 위한 물밑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가 한인 은행가는 물론 한인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사 간에 ‘현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이제는 진지하게 M&A를 논의할 시점이 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사진간의 회동이 잦아지고 있다.
인수·합병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러 측면에서 현 시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인수·합병이 성사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인수 또는 합병 대상도 한미 대 윌셔, 나라 대 중앙, 한미·나라·중앙 등의 수퍼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와 중앙은행의 몇몇 이사들은 지금도 지난 2001년 한미와 중앙은행의 합병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합병이 성사됐었다면 한인사회 최대 은행을 넘어 리저널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당시 한미와 중앙은행이 합병을 발표하고도 무산된 것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장부가의 2.3배를 요구한 중앙과 장부가의 2배로 깎으려 했던 한미가 끝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폭락으로 기업가치가 장부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장부가 프리미엄은 의미 자체가 없어졌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장부가 프리미엄 산정 대신 투자은행과 회계 법인을 통한 실사와 평가를 통해 은행들이 소유한 자산과 부채의 공정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정받을 수 있다.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이사는 인수·합병에 대한 이사들의 개방적인 의식 전환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이 이사는 “예전 M&A 협상에서는 은행 간 이사 선정과 이사 수 조율, 통합은행 명칭 등 양측 간의 ‘자존심 싸움’이 걸림돌 이었다”며 “현 이사들은 이사수와 명칭 등에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으며 대신 인수·합병이 은행 주가나 이사들의 투자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중요시 한다”고 전했다.
인수 주체도 지난해 한때 무성했던 한국계 은행의 로컬 한인은행 인수설 대신 로컬은행 대 로컬은행이라는 점도 한인 커뮤니티와 한인사회 경제적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다.
4개 한인 상장은행의 자산을 합쳐야 114억달러가 되지만 타 커뮤니티, 특히 UCBH (자산 134억달러), 이스트웨스트뱅크(126억달러), 캐세이뱅크(114억달러) 등 경쟁 중국은행들이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각각 자산 100억달러가 넘는 리저널 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인은행 이사들도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또 통합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 덩치에 걸맞은 대형 대출 유치와 주류시장 진출, 주가 상승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인은행권에서는 한인은행간 인수 또는 합병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인수 또는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도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관계자들은 인수가격 산정에 필수적인 부실대출의 기준과 규모 산정이 쉽지 않고, 감독국이 인수·합병 승인 조건으로 추가 자본투입을 통해 통합은행의 자본비율 개선을 요구하는데 따른 감독국 승인확보와 자본증자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며 인수·합병 후의 인원 감축, 지점 및 전산망 통합 등에 따른 엄청난 경비부담 등을 주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사들의 의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남가주에만 14~15개 한인은행이 공존할 수 없으며 M&A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사들이 이번에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M&A를 실천으로 옮길지 한인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조환동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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