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봉하 마을, 사저 뒤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30m 아래로 온 몸을 던진다. 63세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훌훌 우리 곁을 떠난다. 2009년 5월 23일 아침9시 30분, 눈을 감는다.왜? 저리해야 하는가. 추모의 발길이 천리(千里)를 잇고, 그리는 눈물이 강을 이루는 것을 본다. ‘아 가셨구나’ 하면서도 정녕, 그렇게 가셔야만 했습니까? 묻게 된다.
“바보 노무현”의 삶, 그 누구 보다 치열하게 살다 간 삶이다. ‘만남’과 ‘이룸’만이 아니다. ‘해어짐’은 끝 간데 없이 우리의 마음을 때린다. 봉하 마을 분향소와 경향 각지의 분향소로 향하는 마음. 충격과 추모 열기 속에 녹아 드는 슬픔의 실체는 무엇인가. 남녀 노소가 함께 한다. 빈부귀천도 없다. 보수 진보의 나뉨이나 여.야가 없다.물론 영.호남이 한 마음으로 고개 숙인다.
어느 순간 “바보 노무현”은 되 살어나 민초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다. 앞 장 서 휘두르는 깃발을 본다. 카랑 카랑 귓전을 때리는 목 소리를 듣는다. 오늘 우리가 보는 ‘부엉이 바위’ 위의 기적.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얻는 새로운 “바보 노무현”을 본다. 산천초목도 뒤따르는 “국민장” 만장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해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노 전대통령의 유서)
사람들은 유서 14줄 행간 어디쯤에서 세상을 등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중을 읽으려 한다. 건강을 살핀다.우울증을 말한다. 누구는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임을 반기어 위로를 말하고, 누구는 서로 어울려 사는 삶이 한 편의 여정, “운명”임을 내 세워 제 잇속까지 챙기려 한다. ‘우리 서로 원망하지 말자’며 크게 위하는 척 손을 내 밀기도 한다. 편한대로 주고 받는 되 새김질로서야 흠 잡을 것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만으로는 이른 새볔 ‘부엉이 바위’로 향 하는 한 발, 한 발 그 발 길에 담긴 참 뜻을 읽을 수 없다.
“오래된 생각이다”에 방점을 찍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는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만 남는다. 그렇다. “바보 노무현”은 자기(自己)로 살다가 자기(自己)를 조국과 민족의 제단에 드리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닌지….어쩌면 “온 몸 공양”의 길을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봉하 마을 소년 노무현의 삶은 말 그대로 가난과의 싸움이다. 도전과 정면 돌파다. 상고 출신 노무현. 이웃 대나무 집(권씨) 사위. 사법고시 합격. 판사. 인권 변호사. 국회의원. ‘바보’행진. 2002년 3월 16일, 빛고을 경선 승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 그리고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 당선. “바보 노무현”은 2003년 2월,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잠시의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그는 싸워 이겼기에 누구의 간섭이나 상명하복(上命下服 )이 뭣인지 모른다. 그런 전임 대통령 노무현이 4월 30일, 서울 검찰청에서 ‘검사님’과 보낸 하루는 자기를 부정하는 냉엄.비정한 현실을 읽기에 충분했다. 두리 뭉실,“포괄적 뇌물죄”. 검사의 기소와 판사가 판결문으로 말하는 판결의 의미와 결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의(囚衣)를 입을 것인가. 입어야 하는가. “바보 노무현”이가 추구 했던 이념이나 가치를 수의(囚衣) 입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가 지킬 수 있는가. 키워 갈 수 있을 것인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4월 22일 고별의 글에서 ‘자격 없음’을 이미 밝힌 ‘바보 노무현’이지만, 뿌린 씨앗은 보살펴야 한다. 키워 열매 맺도록 지키고, 거두어 드릴 일꾼도 키워야 한다. 기세가 꺾이고, 기상이 상한 지금으로는 꿈도 못 꿀 처지다. 누구는 아내, 아들, 딸, 조카 사위, 동지들, 친구들의 고통을 말 하지만, 그것에 매어 주저앉을 그는 결코 아닐 것이다.
“수의(壽衣)를 입는다.” 온 몸을 던진다. 자기가 정한 길이다. ‘부엉이 바위’를 향해 걷는 “바보 노무현”의 발 길에 담긴 간절함을 읽어야 한다. 저승을 향해 걷은 길 이다. 김주열,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열사의 죽음과 맥을 잇는다. 그의 열정과 순수함이 스스로 목숨을 바친 것이다. ‘순교자’의 길을 걷겠다는 결단이다.
흰 국화꽃 한 송이에 담긴 추모의 열기와 눈물. 끝없이 이어지는 발 길. “바보 노무현”이 말하는 정신, 가치, 희망. 그가 남겨 준 과제들. 그 모든 것이 이제 새롭게 시작된다. “바보 노무현 신드롬”이 몰고 온 기적이다.
영원을 살겠다고 나선 그가 ‘말 없는 말’로 일깨워 주는 소식. 먼저 보냈다고 슬퍼할 것없다. 지켜 주지 못했다고 미안해 할 것도 없다. 모두가 용서와 화해와 화합의 길을 걸으면 된다. 지금의 좌절과 갈등을 이겨 내면 된다. “바보 노무현”은 하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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