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현 시장에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고서는 집을 처분하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한다고 해도 많은 지역에서는 아직도 매각 자체가 어렵다. 큰 손해를 보고 팔기도 억울하고 그나마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풀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집을 현 시장가격으로 팔지 않고 일단 렌트를 주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헐값에 처분하지 않아 큰 매각 손실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시장이 회복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홈 오너들은 최근 헐값 매각 대신 렌트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시장회복 조짐에 셀러들 헐값 처분 거부
큰 매각손실 면할 수 있지만 작은 손실 계속
세입자 관리 주택가치 보존 등 신경써야
매서추세츠주 뉴베리포트의 주민 메리 스미스는 “살고 있는 콘도를 3개월이나 시장에 내놓았지만 도무지 입질도 없었다”며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판다면 크게 손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콘도를 세를 주고 아파트 세를 얻어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 최소한 14만5,000달러를 받아야 큰 손해를 보지 않는데 그 밑으로는 가격을 내려 줄 수 없어 콘도를 렌트를 주기로 정했다.
스미스처럼 살고 있는 집이나 콘도, 타운하우스를 렌트 주고 좋은 가격으로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홈오너들이 늘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의 제시 키난 교수는 “많은 주택 재고로 시장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렌팅은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행히 렌탈에 대한 수요는 높다.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집값은 부담스럽고 이들은 주택 매입보다 렌트를 선호한다.
전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3월 현재 전국 미판매 기존주택은 374만채. 전 보다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거의 10개월분에 이르는 막대한 재고가 쌓여 있다. 여기에 팔려고 했지만 팔지 못해 렌탈 쪽으로 유입된 물량도 많다. 정상적이라면 팔아야 할 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가 팔리지 못해 렌탈시장으로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미판매 재고는 여전히 아주 부담스런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니 렌팅으로 난국을 피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방도가 된다.
그러나 렌팅이 항상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스미스는 매서추세츠의 콘도를 헐값에 처분하지 않아 큰 투자 손실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돈 걱정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랜드로드로서 렌트를 주고 있지만 사실은 그래도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다. 렌트 수입은 콘도 모기지 페이먼트의 80%에 불과하고 거기에 더하여 재산세와 콘도 수수료까지 자기 지갑에서 나간다.
큰 손실은 피했지만 작은 손실은 매월 계속되니 앞으로 얼마나 렌트를 주고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장이 회복돼야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기다려야할 것인지 불안하다. 그는 “집을 팔지 않고 한 두 해는 기다릴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큰 집을 렌트 준 경우 고민은 더 크다. 렌트 준 큰 집과 빌린 아파트 렌트로 돈이 이중으로 든다. 헐값에 팔기 싫어 렌트란 방법을 선택했지만 과연 이것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지 기간이 길어지면 확신이 안 선다.
세컨드 홈도 렌트 대상이다. 트랜스 미디어 그룹 사장 토머스 매든은 “팜비치에 있는 콘도를 렌트주고 있다”며 “한참 비쌀 때는 100만달러 이상을 호가했는데 지금은 가치의 약 30%는 잃어버렸다. 그래서 팔지 않고 렌트주고 있다. 시장이 회복될 때 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때문에 많은 홈 오너들, 특히 세컨드 홈 오너들이 렌트 쪽으로 돌고 있다”고 온라인 베케이션 렌탈 마켓 플레이스인 홈어웨이의 데니스 프레이저는 말했다.
원하는 가격으로는 매각할 수 없고 인컴은 필요하기 때문에 렌트를 준다.
고가 주택들도 렌트 쪽으로 트는 경우가 많다.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의 브로커 메리 캐시디는 “회사 리스팅 중에 100만달러 이상 고가주택으로 판매와 렌팅을 동시에 겨냥하는 것들이 여럿 있다”며 “셀러는 판매든 렌트든 먼저 걸리는 대로 처리해 주길 원한다”고 전했다.
렌트는 주택 붐이 최고조에 있을 때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투자손실을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편이라고 매서추세츠 노스 리딩의 센추리 21 브로커 데이빗 오닐은 말했다.
5년 전에 집을 산 많은 사람들은 이익을 남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지금 렌트를 주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이 또 틀어질 수도 있다.
홈 바이어들은 여전히 매입에 조심스럽고 부동산 가치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실업이 증가하고 소비자 신뢰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일부 지역에서는 추가 하락할 위험도 있다.
홈 오너들은 팔기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고충 뿐 아니라 주택 가치를 보존해하는 어려움도 있다. 랜드로드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입자가 집을 제대로 관리 안해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고 렌트를 안 내고 애를 먹일 수도 있다. 세입자가 나가면 또 새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판매 노력을 해야 한다. 렌트가 들어오지 않을 때를 감안해 여유를 둬야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지금 팔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홈 오너들에게는 렌트가 거의 유일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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