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터인가 신문이나 여러가지 간행물중에서 읽기가 좋거나 언제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 나는 글이 있으면 클리핑하여 보관하는 습관이 생겼다.
매주 쓰는 수요일 칼럼 소재를 찾다가 6년전인 2003년 6월21일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지 부고란에 실린글을 발견했다. 동양부인의 사진과 함께 6년전 88세로 세상을 떠난 엘리자벳 리의 이야기였다. 생전에“달리”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름도 그렇고 하여 당연히 중국사람인가 했는데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사람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새미 리박사의 누이가 되는 분이다. 그리고 그의 여동생은1940년대 북가주 한인감리교회에서 평신도로 많은 활동을 했던 매리 리(손) 였다.
그녀의 삶은 1900대 초기이민 가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듯 했다.
엘리자벳 리는 북가주 매리스빌에서 태어났다. 당시 쌀 경작 노동자가 많던 지역이여서 아마 부모도 그중 한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의 부모는 후에 나성지역으로 이사 가서 중국음식점을 했다고 한다. 옥시덴탈 칼리지를 거처 USC에서 영문학으로 석사를 받은 재원이었다. 다른 이민가정과는 달리 그의 형제들은 높은 교육을 받았다.
크로니컬지 부고에 의하면 이승만 대통령과 인척관계라고 했는데 아마 영어로 성씨를 Rhee로 써서 그렇지 않았는가 생각도 든다. 아니면 그녀도 이승만 박사와 같은 전주 이씨여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 모르지만 우남선생의 기록을 보면 친척이 미국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의 동생 새미 리박사는 Lee 라고 성을 표기했다. 당시 비백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할 때 유명한 허스트 계열신문사 주필의 보조역으로 취직했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아마 주위에서 인정받으리 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는가 보다. 그는 20여년이 넘게 당대 명성을 떨치던 “스캍 뉴웰” 주필과 함께 크로니컬에서 일을 하다가 뉴월 주필이 1971년에 샌프란시스코 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함께 신문사를 퇴직하기에 이르렀다. 시장선거에 그녀의 보스는 낙선 했지만 선거때 보좌관으로, 선거 캠페인 매니저로 대단한 활동을 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뉴웰 주필은 UC버클리 도서관에 563페이지에 달하는 구술역사(Oral history)를 은퇴와 함께 기증했다. 그의 분신과 같은“달리”를 평하기를 배포도 크고 막되먹은 군인처럼 욕을 잘했고 음식은 새처럼 먹고 옷은 패션 디자이너 처럼 입었다고 한다. 당시에 거세게 불던 여성운동가들이 신문사에 들어와 항의 하고 피켓 시위를 할 때 그녀가 쫒아내리만큼 배짱도 컸던가보다. 캘리포니아 정치가나 정치 지망생들 한테“달리”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좋은 기사부탁도 하고 신문사에 후원도 받으려면 주필을 만나야 되는데 꼭 “달리”를 거쳐야 됐다고 한다. 대통령에 낙선도 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닉슨 전대통령은“달리”때문에 주필과 만나지 못해서 애를 태웠다고 했다. 그는 자기 상사를 철통 같이 보호했다.
사무실과 복도가 떠나가리 만큼 육두문자가 썩인 말을 해대니 범죄를 다루는 터프한 남자 기자들도 그와 맞서지 않으려고 피했다고 한다.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크로니클지의 고참기자“칼 놀티”에 의하면 파티 석상에 어떤 짖궂은 남자가 그녀의 누드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하니 왜 50년전에 묻지 않았느냐며 주저없이 되받아쳤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언론계를 주름잡던 여장부였던 모양이다.
1970년 초에 우리 동포도 이곳에 제법 자라잡고 살았는데 왜 이런 사람이야기가 발굴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동포 커뮤니티와 연계되었더라면 당시에 베이지역에 정착하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아마 그들 1세 부모들의 변두리 생활에 질려서인지 아니면 주류 사회에 적응하기에 바빠 자기를 키워준 커뮤니티를 돌아보지 않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민 1세 기피현상이 2세가 갖는 공통점인지 모르겠다. 우리 한국 2세만 그런것이 아니고 비영어권에서 이민온 가정에서 겪는 공통점일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 하기는 1.5세나 2세 하면 1970년도 이후에 온 이민가정을 치는데 우리 시야를 넖여 1900년초 이민가정을 발굴하여 그들을 자라나는 2세들에게 롤모델로 삼게 했으면 좋겠다. 사회구조가 비백인에게 여러 형태의 불이익을 줄 때 이를 극복하고 주류 사회에서 지도자로, 아시아 여성 선구자로 살다간 이분의 명복을 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