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갓 이민 온 고등학생이 찾아왔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말없고 양순한 아이였으며, 친구의 아픔을 대신 업고 갈 정도로 아주 착실하며 정의로우며 영락없는 모범생이었던 그가 부모님을 따라 이 곳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비슷한 케이스의 또 다른 한국아이들이 한국에서 갓 온 아이들만 target을 삼아 아직 적응이 덜된 아이들에게 혼란에 빠뜨리는 모습을 보았다.
워낙 똑똑하고 영악한 아이라 그런 과도기를 비교적 짧게 마치며 이젠 제법 잘 적응해 나가는 그 아이를 보며 이런 case의 자녀들 문제가 예사라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점점 사회가 악해져가며, 강도가 세게 나가는 요즘 현실이 안타깝고, 나의 자녀들은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나 걱정과 불안감이 사라지질 않는다. 예전에 7, 80년대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앞에 애교 머리 한 가닥 내렸다고, 남학생들 후크좀 풀렀다고, 여학생 스커트가 조금 짧다고 불량학생 취급받던 시절은 그래도 운치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호신용으로 칼을 품고 다녀야 한다고 하니…
어느 날, kinder를 다니는 식성좋은 딸아이가 평소와 달리 도시락을 하나도 먹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가져오기를 며칠을 그러길래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 중국 아이 하나가 볶음밥을 싸왔다고, 한국 아이가 김밥을 싸왔다고 정크 푸드라고 다른 나라 아이가 놀리는 것을 보고 밥을 안 먹는 것을 보아서 자기도 놀림을 당할까봐 얼른 집어넣고 점심을 쫄닥 굶은 채로 얼굴이 반쪽되어서 온 것을 보고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아줌마의 팔뚝정신을 발휘하여 사태수습을 할까하다가 그런 상황의 해결방법을 보고 엄마의 똑같은 방법으로 훗날 아이도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포기를 하기는 했지만 영 마음 한 켠이 편치 않았다. 생각다못해 아이에게 healthy food에 대해 이야기는 해주었지만, 학교를 가면 다시 잊고 친구들에 묻어가는 것이 우리 아이의 개인적인 특성중에 하나다. 그래서 결국 school lunch를 마음에 안들지만 얼굴이 반 쪽되어 오는 것보다 낫겠지 하고 선택을 하기로 했더니 좋아라 먹기 시작을 했다.
어느 날인가 한국 아이 엄마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의 케이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엄마는 school lunch의 불쾌감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 못해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은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며 격분의 감정까지 가지고 있었다.
내 아이는 다치면 안되고, 왜 학교에서 먹는 음식이 집에서 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는 음식보다 healthy 하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아이에게 알아듣게 이야기하고 계속 홈 런치를 싸 줬더니 다행히도 엄마 말을 잘 들으며 순종하더라고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디저트까지 꼼꼼히 챙겨 싸주는 엄마표 도시락은 세상의 어느 일류 주방장 도시락보다 여러면에서 으뜸인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모든 부분에 엄마 마음 같지 않다는 것, 아이들은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친구들끼리의 행동을 copy 하며 거기서 만족을 느끼기도 하며,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일명 ‘친구 따라 강남가기’ 는 필수 코스가 되어 버렸으며, 어떤 경우에는 친구가 나의 role model이 되기까지도 한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설이 있기도 하다.
내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절대 사고(?) 안 칠 것이라고 장담하는 부모들은 미리 각오하시라…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더러는 아줌마의 팔뚝 근성 때문에 수치를 당한 경험이 있지만, 자식의 문제는 내 뜻대로 절대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없이 느끼며 때로는 카멜레온이 바로 내가 아닌지 의아해 할 때도 있다.
어떻게 우리 자녀들을 미혹에 늘 노출되어 있는 환경속에서 건강하고 밝게, 긍정적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을지 몇 날 몇 일을 고민한 결과, 첫째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일률적인 잣대로 우리의 아이들을 교육 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것 즉, 나의 자녀의 개인적인 특성에 맞는 가장 적합한 교육법이 중요하다는 것과, 둘째는, 현재 벌어지는 어떠한 극한 상황속에서도 솔직한 마음으로 자녀와 이야기하고, 부모가 슬기롭게 헤쳐가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수 있는 모습을 솔선수범 보여 주어야 하는 부모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서, 세째는, 우리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현장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삶의 확신이 없는 청소년들의 삶가운데 의미있는 도전의 기회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한편, 이런 머리로하는 논리보다 가장 즉각적이요, 효과 백 배의 교육법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자녀와의 스킨쉽으로 하는 사랑표현과 말들은 우리 자녀들을 encourage 시키는데 약효 짱!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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