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통령”.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이하 무궁화)의 정치적 힘. 헛소문이 아니다. 말 그대로 “괴력”이다. 5월 5일 이곳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방문, 5박 6일동안의 그다운 행보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7일, 당과 청와대가 입을 맞추고 내민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원칙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잠재운다. 당 주류가 화합과 쇄신을 내걸고 내민 카드다. ‘친박’진영 의 좌장, 김 의원의 능력을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이하 MB)의 허락까지 얻어 내민 카드다. 그런데 그냥 “NO”다. 무궁화는 거칠 것이 없다. 신뢰를 잃은 한국 정치, ‘여의도 정치’에서 무궁화가 지키려는 “원칙과 정도(正道)”는 과연 뭣을 뜻하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2012년을 향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디는 듯 무겁게 내딛는 그를 본다. 8일 환영 만찬장, 샌프란시스코 시청 중앙홀에서 우리는 단아한 모습을 뽐내는 그와 만난다. 힘 실린 목소리를 듣는다. 환호와 박수가 그를 반긴다.
몇 분의 독자로부터 의미있는 질문을 듣는다. 의견을 밝히라는 목소리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와 무궁화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가? MB와 무궁화가 손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꼭 무궁화가 무조건 손을 잡겠다고 먼저 나서야 하는가? 대강 이런 내용이다. 웃으며 말했지만 화난 목소리다.
먼저, 무궁화가 “원칙”을 내세워 한마디로 거절한 것은 모양새는 좀 옹색스러워도 당연하다.
예(禮)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 주류측이 무궁화를 비주류의 수장으로 대접한다면, 그에 걸맞는 예를 지켜야 한다. 국정 안정과 당의 화합을 위한 인사라면 무궁화의 의견을 먼저 물었어야 한다. 명분과 실리를 걸고 밀어 붙이면 무궁화가 어찌하지 못하리라는 생각, 그게 짧은 소견이다. 더더욱 이간(離間)의 냄새까지 풍기는데 참고 모른척 할 ‘두목’이 있을까. 불신의 골은 또 얼마나 깊은데….
‘짝퉁 친박’에 대한 경고요, 철퇴라 보기 때문이다. 주류측 문지방을 넘나 들며, 기색을 살피다 한 몫 챙기겠다는 ‘친박’은 한마디로 “짝퉁”이다. 못쓸 싹은 처음부터 잘라야 한다. 고개 들고, 딴 살림 차리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전연 딴 이야기다. 터키로 떠나야 하는 김 의원은 알 것이다.
문민정부를 이끈 부산의 정치세력(勢力)이다. 그 기세와 기상은 주인을 찾고, 기회를 엿볼 뿐이다. 김무성 의원이 여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치자. 그의 어깨에 힘이 실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크게 반길 것이고, 따르는 무리는 따로 모일 것이다. 어느 순간 “친박”진영 가운데 따로 ‘부산(釜山)방’ 기치가 나부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당신이라면 어쩔 것 인가. 그래 ‘좋아, 좋아’ 할 것인가.
무궁화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나 DNA속에 “2인자”가 설 자리가 있다고 보는가. 사촌 형부 김종필 전 총리의 정치적 성쇠와 부침을 보아 온 무궁화다. 통치 권력의 권위와 흐름이 이루는 힘의 무서움을 본다. 배신을 본다. 패배 뒤까지도 잊지 못한다. 한 올의 흐트러짐이 불러 올 재앙을 안다.
두번째 질문, MB와 무궁화는 손잡을 수 있고,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을 지켜야 한다. 함께 살어야 한다. 둘이서 무작정 모르쇠의 길을 고집할 수는 없다. 시간도 1년여 남짓 남았을 뿐이다.
MB가 먼저 예(禮)로 청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합당한 역할이 뭣인지 진솔한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법치의 근간이나 경제 살리기만을 내세울 일은 아니다. 남북문제를 푸는데 앞장 서줄 것을 청할 수도 있다. 무궁화가 5월 6일,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궁화는 “완전한 북핵 폐기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다. 원칙과 함께 “북한의 선택”까지도 일깨운다. 그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안보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그 속에서 ‘북한문제’의 해결을 도모하잔다. 상설적인 동북아 평화협력체제를 만든다. 그 틀안에서 서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안보공동체를 만들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적극적인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마바 대통령이 주장하는 “핵무기없는 세계”까지도’한반도 비핵화의 완성’에서부터 라면서도, 한미동맹은 ‘인류를 위한 동맹’이라는 비전을 갖고 ‘한반도의 정치, 군사적 안정을 넘어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매력적인 동맹’으로 가꾸어 가자고 말한다. 큰 그림을 그린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귀에 익은 낱말들이다. 새삼, 무궁화의 발길을 지켜 보게 된다. 달성, 대구, 경북, 영남, 대한민국, 한반도, 동북아 그리고 세계. 무궁화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구면이다. 누구를 만나도 나라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근기(根氣)를 지녔다 믿는다. 가계(家系)를 두고도 고개를 들만 하다. 꼭 “친박”만인가? 부디 신뢰의 자리에서 MB와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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