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자 월스트릿지에 세 사람의 정치인 이야기가 각각 다른 기사로 실렸다. 세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는 아니었으나 근래 우리의 시선을 집중케 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첫 기사는 그동안 미국 정계를 떠들석하게 한“테드 스티븐스”연방상원에 관한 것이었고 몇면 뒤에 폐루의 전 대통령“알베르토 후지모리”, 그리고 바로 그 뒷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사가 실렸다.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처음 두사람은 흑백 사진인데 비해 노 전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한 컬러 사진이 실린 점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지나 칠수도 있었는데 때가 그래서 인지 혹시 신문사 측에서 밝히지 않는“속내”가 있어서 그렇게 실은 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국내 신문에서 고민하는 전직대통령의 모습만 보다가 화사한 천연색 사진으로 대하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세사람의 정치행로를 비교 하며 우리주위를 둘러본다.
알래스카 출신 스티븐스 상원의원은 1,500여불을 받은 혐의로 FBI의 조사도 받고 급기야는 검찰에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알래스카에 있는 그의 개인집 수리를 잘 아는 건축업자에 의뢰를 했다. 스티븐스 의원은 의례 그의 부인이 대금을 지불했으려니하고 워싱톤에서 의정 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고의적으로 지불 하지 않은게 아니었는데 뇌물혐의로 조사받게 됐다. 기록에 의하면 그 건축업자가 후에 진술을 번복했으나 검찰은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스티븐스 의원을 구속 했다. 판사로부터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날자만 기다리던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재수사를 거친 후 무죄로 풀려났다. 당시 그를 기소했던 검사들에게는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그의 오랜 동료 테드 케네디, 밥 도울 그리고 하와이의 다니엘 이노우에같은 노정치가들이 전국에서 달려와 진술했으나 혐의가 풀리지 않았었다. 이제 무혐의가 됐지만 상원직을 잃은 다음이다. 한참 조사를 받을때 출마하여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제2차대전에 참전한 역전용사의 정치적인 생명이 이렀게 끝장이 났다.
그런가 하면 낙후된 남미 폐루의 경제를 살린 농업경제 학자 출신“알베르토 후지모리” 전직 대통령은 재임당시 정적을 탄압했다고 법원에서 25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비밀경찰 총수가 야당지도자를 살해했다는 혐의와 함께 비리 의혹도 받고 있지만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 처럼 몇 백만불 받은 증거는 없는가 보다. 일본인 2세인 그는 학자로 늦게 정치에 입문하여 페루의 경제 개발에 큰공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 탄압당했던 정적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환영 했지만 아직도 후지모리 박사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구명운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의 딸“게이코”는 현직 국회의원이고 차기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기사에 의하면 그냥 막연한 꿈이 아니고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대통령이 되면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를 사면 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정치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정치적인 보복이기에 곧 석방 될것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날 월스트릿지 세번째 기사는 1980년대 말 이후 한국대통령들 가운데 뇌물수수로 부터 가장 자유스럽다고 공언한 바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을 자세히 전하고 그의 궁색한 변명도 곁들여 보도했다. 나는 잘 알지 못하고, 아내가 빚을 갚는데 썼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는 내용이다. 월스트릿은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때 마다 전 대통령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이 터졌다’고 전하고 ‘이번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온 그였기에 한국민의 실망이 더 컷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세사람을 비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한 1,500여불 상당의 뇌물 때문에 구속된 알래스카 상원의원은 그것으로 50여년 정치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회 전체에서 도덕과 윤리를 강조 하는 미국에 한국정치를 비교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보다 여러모로 뒤떨어진 후진국 대통령도 야당사람들을 탄압했다고 25년 형을 언도 받았지만 수뢰혐의는 아직 발견 못했단다. 한국의 정치야말로“바나나 리퍼블릭”이라고 불리던 남미보다 못하다고 누가 말한다면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까 고민도 된다. 어떤 대만 친구가 근래 뉴스를 보고 대통령을 번번이 구속하는 한국사람들의 용기가 부럽다고 이야기할 때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지금 매일 본국지에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기사보며 착잡한 마음 달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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