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캘리포니아에 봄비가 오는가…
갑자기 날씨가 이상기온 탓인지 꾸물꾸물, 거기다 바람도 훈풍에 마치 한국의 습지고 끈적끈적하며 약간 불쾌한 듯한 기분이 드는 요즘 공기다.
이런 날 한국 정서로 꼭 생각나게 하는 음식 생각이 난다. 누구나 공감하는 빈대떡에 남자 분들은 거기에 곁들이는 한 잔의 막걸리로 한 낮의 찐덕함을 삭히기도 했던 풍경이 있었다. 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상상도 안 가는 광경일 수 밖에 없다.
유난히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어느 교수님 한 분을 생각하며 또 한 분 생각나게 하는 교수님이 계셨었는데 두 분은 모든 면에서 서로가 다른 견해, 다른 행동을 보이셨던 분들이셨다.
두 분다 학계에서 명강의로 유명하셨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서로가 견제의 대상이며, 경쟁의 라이벌이셨던 분들이셨다. 일례로, 후자의 교수님께서는 평상시 만면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인자하신 자태를 늘 잃지 않으시며 자상하신 모습을 하고 계셨는데, 강의 시간만 되면 여지없이 일초의 오차도 없이 “ 앞 뒷문 잠궈! ” 하시며 ‘헐크’의 모습으로 돌변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황당하기도 하고 다음에 무슨 엄포가 떨어지려나 바짝 졸아야만 했던 강의 시간…
그 교수님의 수업 성적이 B 학점 이상이 안 나오는 학생들은 교수실로 따로 불려가 초등학생들 문책(?) 받듯이 기죽어야만 했던 학생들…
어린시절 ‘ 학교는 제시간에, 숙제는 반드시 하늘이 두 쪽나도…’ 라는 엄하고 무섭기만 했던 교육자이셨던 두 부모님들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탓이었을까…
다행히도 난 그 때의 상황을 잘 피해갈 수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과 학생 대표들끼리 설인사를 하러 교수님댁을 찾아 뵈러 갔을 때, 다시한번 우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허름한 주공아파트 13평짜리 아파트에서 부인과 단둘이 노후를 함께 하고 계셨던 것이다. 자신의 혈통으로 낳은 단 한명의 아이도 없이….
무슨 연유로 그리 사시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50을 훨 넘으신 노교수님은 모 교회의 장로로서 월급의 몽땅을 교회에 헌금으로 바치며 남으신 여생에 입양한 아이의 미래에 조그만 기둥이라도 되어주면 낙이 없으시다며특유의 환한 미소로 화답을 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임상생활에서 어느 덧 내가 그 교수님처럼, 우리 부모님들처럼 대물림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부하 직원이 한 번의 실수에 대한 경고를 인식하지 아니한 채, 두 번 반복하게 될 때, 가차없는 조직 사회의 쓴 맛(?)을 보여주며, 일분 일초를 다투는 병원 생활에서의 나태함은 있을 수 없다는 꽤 그럴듯한 이유의 엄포를 놓기도 했었고, 미국에서의 생활에서도 여전히, 게으름을 피우는 미국 젊은이들의 무차별 해고를 옆에서 보면서도 당연한 처사라 생각하기도 했던 나의 모습이 너무나 교만하며 이기적이었던 것이었음을 어리석게도 결혼하여 아이낳고 키우는 지금에서야 천천히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내 아이도 내가 우리 부모에게서, 우리 스승에게서 배운 생각, 행동, 선입견, 고정관념, 내 고집을 그대로 담습할 것은 기정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날인가 딸아이에게 정리정돈 습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더니, 딸아이 왈, “ 엄마,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다른 데 가 있던지, 엄마 할 일 가서 하세용~”하고 이야기 하길래 순간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 아직 어린 것이 어떻게…”
그러나 아이는 분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돌려 한 것이다.. 나의 원리원칙이, 나의 잣대가 꼭 상대방 원칙에 맞아 들어 가야 하는 법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헤아리고 있으면서도 그 견고한 진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로 인하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의 식구들, 나의 동료들, 나의 주변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것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됐는지…
이제는 말 그대로 영적인 나와의 싸움이요, 전쟁이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조교(?)로부터의 끊임없이 나를 쳐서 복종케하는 혹독하면서도 오랜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 동안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힘들어 했을 나의 식구, 동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내가 변화 되어져야 주변 사람들이 변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전화나 편지로 마음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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