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The Holy Spirit’s Temple / 성령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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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y Spirit’s temple is not a body,
but a relationship.
성령[聖靈]의 사원[寺院]은 몸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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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반대는 사랑이라 가르치는 ‘기적수업’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내려 놓는 거라 가르치는 ‘기적수업’의 내용입니다.
Love is letting go of fear. 사랑이란 따로 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내려 놓으면 자연히 늘 그렇게 벌어지고 있는 원래 모습이라 가르치는 ‘기적수업’의 잠언입니다. 진짜는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에 진짜 아닌 건 따로 없노라 선언하는 ‘기적수업’ [A Course in Miracles]이 전하는 성령의 사원에 관한 경구[警句]입니다.
성령은 아는 사람만 아는 지극히 간주관적[間主觀的]인 실존입니다. 성령은 아는 사람이 볼 때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도 측은한 그렇게 주관적인 실존입니다. 주께서 보내신 보혜사[保惠師]로 알던, 내 안의 참 주인공으로 알던, 그저 불립문자의 초월적 존재로 알던, 또는 그저 ‘홀리 트리니티’ [Holy Trinity]의 하나로 알던 인식의 방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관으로만 감지되는 어떤 선험적 존재의 당위만 인정하면 굳이 개념을 파고 들 이유는 없습니다.
흔히 우리 몸을 신의 사원이라 합니다. Body is the temple of God. 신약성경 고린도전서의 말씀도 비슷한 뜻입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신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Do you not know that you body is a temple of the Holy Spirit, who is in you, whom you have received from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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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y Spirit’s temple is not a body,
but a relationship.
성령[聖靈]의 사원[寺院]은 몸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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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적수업’은 과감하게 ‘장소’의 개념을 부수고 있습니다. 따로 어떤 장소에 있는 게 아니란 얘깁니다. 내 몸 안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훌쩍 넘는 이른바 ‘5차원’의 인식수준에서 보면, 따로 어느 시각과 장소에 얽매이는 게 성령이 아니란 설명입니다. 내 몸 안에 계신 성령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나갈 때 그 다른 사람들 안의 성령들과 꾸준히 역사하며 살아 움직이는 실체라 말합니다.
내 안의 신께서 타인 안의 신과 능동적으로 교류하는 게 바로 진정한 성령의 모습이라 합니다. 어머니 몸을 통해 이 세상에 나온 후, 셀 수없이 많은 관계를 알게 모르게 엮고 풀어 가는 게 바로 인생입니다. 가깝게는 가족들로 시작해 멀리는 지금 내 입 속에 들어가는 쌀밥의 벼를 땀 흘려 심고 경작했던 농부에 이르기까지 알고 보면 모든 게 관계와 관계의 연속일 뿐입니다.
No man is an island! 사람은 아무도 한 개의 섬이 아니다. 세상 전체가 그저 하나의 꽃이요, 사람들 하나하나는 모두 그 꽃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요소들입니다. 그리고, 그 꽃을 잘 피우고 유지하려면 내 안의 성령이 남들 안의 성령과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오늘 하루 내 일정을 돌이켜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때까지는 나와 아내의 관계입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목적지까지 갈만큼 기름이 넉넉하지 않음을 알아챕니다. 동네 주유소에 들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인도계 미국 아줌마와 미소로 목례를 나눕니다. 기름을 넣고 차 안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하이웨이에 오르면 수많은 불특정다수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시간 정도 운전해 학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아침 9시 첫 수업시간에 서른 명 정도의 학생들과 만납니다. 수업 중 마주치는 수많은 눈동자들과 사제관계를 확인합니다. 어떤 눈동자들은 다른 눈동자들에 비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또 어떤 눈동자들은 보다 진지한 관계로 다가옵니다.
아침 수업 두 과목을 끝내고 오피스 길 건너 늘 가는 국수 집엘 갑니다. 내가 뭘 주문할 건지 ‘확실하게’ 아는 단골 웨이터 아저씬 슬쩍 눈만 마주치곤 잠시 후 내가 먹는 그 국수를 따뜻하게 데워 식탁 위에 가져다 놓습니다. 후루룩 점심 국수를 마치고 오피스로 돌아오는 길에 간간이 안면 있는 이웃들과 눈인사를 나눕니다.
오후 수업 두 과목을 마치고, 6시 교수회의에 참석해 그저 그렇게 알고 모르고 모르며 아는 다른 교수들과 차 한 잔 마신 후, 조금 지친 몸을 차에 싣고 20분 정도 운전해 ‘영어서원 백운재’ 오피스에 잠시 들려 이 글을 씁니다. 얼마 후, 다시 차를 타고 30분 정도 운전해 집에 가면 다시 아내를 만나 간단한 저녁을 마친 후 동네 수영장에 들려 달밤수영을 하며 물에 젖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밤이 무르익어 집에 돌아오면 이제 잠 속 관계로 이어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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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y Spirit’s temple is not a body,
but a relationship.
성령[聖靈]의 사원[寺院]은 몸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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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가깝게 멀게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을 묵상해봅니다.
가시적으로 만난 사람들 외에도,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쓴 모든 것들을 만들고 운반해 내가 한없는 혜택을 입도록 도와준 그 많은 관계들을 상상해봅니다. 가없이 얽히고 얽힌 그토록 수많은 관계를 늘 모두 헤아릴 순 없겠죠. 다만, 모든 관계의 뿌리는 성령의 역사함이라는 거룩한 인식을 상기시키는 ‘기적수업’의 간단한 문장에 유의해볼 뿐입니다.
“성령이 머물고 행동하는 곳은 사람 몸 속이 아니다. 성령이 머물고 행동하는 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것이다.”
가만히 느껴봅니다. 이렇게 인식하는 묵상과 사색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또, 그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의식 뒤에서 또 다른
의식을 지켜보는 의식, 그리고 또 그 의식마저 인식하는 바로 그 의식은
과연 또 누구인가?
그러고 보니, 성령은 나와 나 사이의 관계에서 더더욱 확연히 존재함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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