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러니까. 880으로 오다 브로드 웨이로 들어와 21가에서 왼쪽으로 돌아 한 블록 지나면 코너에 ‘대구식당’이 있습니다. 네. 천천히 오세요. 손희선씨가 온다고 하네요.”
회장이 전화를 끊고 회원들한테 말했다.
“어떻게, 식사부터 먼저 할까요?”
식당주인 정명호가 회장 문우성씨한테 물었다.
“그렇게 하죠.”
“주은주씨는 뭐로 할 것입니까?”
우성씨가 앞에 앉으며 물었다. 은주는 메뉴 판을 넘긴다.
“전, 비빔 냉면으로 줘요.”
“그럼 저도 신입 회원 따라 비빔 냉면.”
그렇게 각자의 주문을 받은 정명호는 주방으로 갔다. 잠시후 희선씨가 왔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아 비자금 문제와 도덕성을 말하고, 이쪽은 글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냉갈 어디세요?”
웨이트리스가 물었다.
심진희, 변종필, 손희선, 임영미 쪽에서 대답했다.
“물만두?”
장문수 앞에 놓아졌다. 비빔밥도 주문한 사람들 앞에 놓여졌다.
“이 비빔밥 맛있어요. 광진씨 먹어봐요.”
하희연씨가 볼에 밥을 담아 건네준다.
“비빔 냉면이 와 이리 맵노?”
우성씨는 입을 호호 불어가면서 냉면을 먹는다.
“전 맵지 않은데요.”
“은주씨는 매운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죠.”
“한국 사람이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어떻게 해요.”
장문수가 만두를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서 한마디했다. 이런 저런 대화 속에서 각자가 주문한 음식 그릇이 비워졌다. 회장이 일어났다.
“오늘 환영회 사회는 박영숙씨가 해 주세요.”
“전 못해요. 다른 분 시키세요.”
“입고 온 옷을 보니 사회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서광진씨 시키세요. 잘하십니다.”
“그럼 광진씨 나오세요.”
광진은 문수와 이야기하느라 회장 말을 듣지 못해 멍하니 쳐다본다.
“오늘 사회는 광진씨가 해야겠습니다.”
“아니. 왜 제가 사회를 해야합니까?”
“회장이 하라면 하는 거요. 나가요.”
장문수가 말했다. 광진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우리 낙서회로 들어온 주은주씨를 환영합니다. 저의 긴말보다 각자의 말을 듣겠습니다. 두 마디말고 한 마디씩만 해주세요. 그래야 금년 내로 끝낼 수 있으니까요. 먼저 손희선씨부터 할까요?”
“반갑고. 이 모임에서 후배가 생겨 뭐보다 기쁩니다.”
“하희연입니다. 사람이 밥만으로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여기 나와서 알았어요. 은주씨도 열심히 나오세요.”
“양명희가 인사합니다. 예쁘고 활달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요.”
“다음은 장문수씨 소개 해주세요.”
“남자보다 여자가 들어와 대환영입니다.”
“남자는 나가야겠네.”
정명호가 섭섭하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남자가 없으면 재미없잖아. 그냥 앉아 있어요.”
임영미가 못나가게 했다. 사회자 광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남자가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고, 여자가 많으면 물위에서 출렁거리기만 하니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갑시다.”
“저의 이름은 심진희이고요. 첫째는 살림 밑천, 둘째도 딸 셋째는 공주가 있고요. 만나 반갑네요.”
다들 심진희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광진이 마이크를 잡고 물어본다.
“방금 첫째가 살림 밑천이란 말이 무슨 뜻이세요.”
“옛날에 첫딸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어요?”
“역시 낙서회 회원다운 말입니다. 이런 말 아무나 쉽게 못하죠.”
“변종필입니다. 한때 남원 땅을 호령했고, 전국을 호령할까했던 종필입니다. 이 모임에 잘 왔습니다.”
“점점 낙서회다운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래서 낙서회입니다. 오늘 테이블을 준비하신 정명호씨 한 말씀하세요.”
“이렇게 미인들만 들어오니 저 같은 사람은 주눅이 들지만 좋은 현상입니다.”
서광진이 마이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회장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서광진이 마이크를 회장한테 준다.
“이런 자리에서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니 더 친근감이 가고 좋습니다. 우리 낙서회를 위해서 많은 헌신을 부탁합니다.”
“그럼 새로 오신 주은주씨 말해주세요.”
서광진은 마이크를 은주한테 건네 주었다. 은주는 앞으로 나와 초등 학생처럼 구십도 각도로 몸을 숙여 인사를 한다.
“이렇게 환영해줘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이 일을 오래오래 간직하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서광진이 마이크를 들었다.
“각자 소개가 끝났습니다. 오늘 참석 못한 분은 다음 모임에서 회장님이 하실 것입니다.”
서광진은 정명호한테 뭐라고 귓속말을 한다.
“그냥 집에 돌아가면 섭섭할 것 같아 창가를 한 곡조씩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손희선씨부터 할까요?”
전주가 나오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각자 생활 속에서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쏟아내느라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하희연이 마이크를 잡았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마는’ 남자들도 잘 부르지 않는 곡을 즉석에서 작곡하면서 부른 노래가 92점이란 점수가 나왔다. 다들 큰 박수를 쳤다. 이런 자리에서 한 곡 이상은 안 부르던 회장이 너무 기뻐 두 곡이나 불렀다.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광진이 회장과 귓속말을 하고 노래가 끝나자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오늘 밤 통행금지는 없지만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봐야겠죠? 끝으로 환영하는 뜻에서 다 일어나 서로 손잡고 합창을 하겠습니다.”
서광진이 정명호한테 눈짓을 한다. 그는 들고 있던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아니. 저것은 이별곡 아니야?”
장문수가 물었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라고 했으니 지금부터 연습하는 의미에서 합시다.”
정명호가 답변했다.
“말 되네. 좋습니다.”
변종필이 맞장구를 쳤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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