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기도 했고 다르기도 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 세 번째 이어진 전직 대통령의 검찰출석 현장을 지켜보면서 한 한국 내 베테랑 기자가 던진 일성이다.
한 마디로 정경유착의 전형이었다. 받은 액수도 수천억대에 이르렀다.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거머쥐었다. 그런 그들이 재벌들로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뇌물을 받았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노무현 패밀리가 받은 액수는 껌 값에 불과하다. 현재 드러난 액수는 600여만 달러정도다. 그것도 그 돈을 아들이, 조카사위가, 또 부인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은 몰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한 쪽은 스케일이 호쾌하다. 다른 한 쪽은 쩨쩨하다. 그래서 ‘생계형 부정’이란 변명에, 구차한 삼류드라마란 말을 듣고 있는 것이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어쨌든 대통령이 비리의 한 가운데 있다. 이 점에서는 같다. 다른 것은 그러면 스케일의 차이, 부패의 정도 차이일 뿐일까.
퇴임 후의 특별한 야심은 탈선을 초래한다. 노무현 게이트와 관련해 뒤늦게 여기저기서 비쳐지는 이야기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독특한 모델을 만들려고 했다.” 한 국내 관측통의 지적으로,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노무현은 인터넷으로 계속 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가.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노씨의 침몰은 압축하면 권력욕으로 타오른 촛불집회 탓이다.” 또 다른 관측통의 단언이다. 말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였지 촛불집회의 숨겨진 그림은 MB정권 타도운동이었다.
이 촛불집회의 수뇌와 행동대원 상당수는 다름 아닌 친노(親盧)세력이었다. 이 미친 소 난동에 MB정권은 식물정권이 되다시피 했다.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물론 현 정부다. 출발부터 정권인수위는 연신 헛발질이었다. 거기다가 인사파동이 겹쳤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여간 대단하지 않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그런 퇴임 대통령 노무현의 본격적인 정치행보가 MB정권의 실책을 빌미로 구체화 된 것이다. 인터넷 정치다. 봉하마을에 앉아 인터넷으로 글을 띄우면서 친노 그룹 규합에 나섰던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은 막후정치로 압박을 가해온다. 거기다가 또 다른 전직 대통령 DJ는 민중봉기를 암시하는 ‘민주세력 대연합’을 외쳐댄다. 지난해 여름의 상황으로, 그때부터 MB정권은 좌파세력의 도전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노무현은 대통령 퇴임 후 처음 상경한다.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을 맞아서다. 그 기념식에서 노무현은 MB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뒤흔드는 발언을 했다.
구구절절 북한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면서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까지 시비를 걸었다. 한 마디로 친북좌파는 다모이라는 선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지원(e知園· 청와대 내부문서통합관리시스템)기록물을 싹쓸이 해갔다. 그리고는 ‘민주주의2.0’을 가동해 본격적인 인터넷 정치를 펼쳤다. 그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좌파세력 결집밖에 없다는 게 집권 측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의 좌파세력은 국민들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퇴출명령에 저항하고 있다. 그래서 벌인 것이 광우병, 미친 소 난동 극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그저 내건 구호에 불과했다. 숨겨진 목표는 정권타도였다. 그 정권퇴진 운동에 친노 그룹을 필두로 반미· 반정부세력이 총 집결했다. 북한의 김정일 집단도 거들고 나섰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2012년에 조국통일을 위한 거족적 대행진을 떨쳐나가자’고 주장하면서 ‘남녘땅을 반리명박투쟁의 초불바다로 뒤 덮으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같기도 했고 다르기도 했다’- 처음의 화두로 돌아가자. 과연 무엇이 다른가. 전두환, 노태우 구속은 썩은 독재 권력에 대한 단죄였다. 그 군사독재정권의 상징이 그래서 체포됐던 것이다.
노무현 사법처리는 어쩌면 살아 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의 충돌 일수도 있다. 권력의 단맛을 잊지 못한 전직의 오만과 오산으로 빚어진 것이지만.
그러나 그보다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남남갈등, 좌우익 대립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5월을 맞아 저들은 너울대는 미친 소 난동의 추억을 잊지 못해 또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서 하는 말이다.
노무현이 남긴 업보는 비리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뒤흔들어대고, 이념갈등을 심화시키고, 사사건건 편 가르기로 일관한 그 실정(失政)이 비리보다 더 무거운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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