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버클리 대학에서 59년전 한국전 당시 부지기수의 민간인이 학살되었다는 발표회가 있었다. 한국의 진실화해위의 상임위원인 김동춘 성공대교수의 발표였다. ”한국전을 밝힌다”(Uncovering: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 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한 모임이었다.
내용은 노근리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미군이 무차별하게 양민들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당시에 입수된 사진도 여러 장 소개했다고 한다. 그의 발표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곳 오클랜드 트리뷴지가 2년전인 2007년 4월23일자 사설로 같은 문제를 다루었는데 사진만 없을 뿐 김교수의 이야기보다 내용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 사설에 의하면 포항만에서 미 구축함“디 헤이븐”이 여러 시간동안 피난민에게 포격을 가하여 사상자가 많이 났다고 한다. 민간인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은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가 쓴 편지에 의한 것이였다.
하버드 역사학자 콘웨이-렌즈( Sahr Conway-Lenz) 의 2006년저 “Collateral Damage”에 문제의 편지내용이 포함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책을 인용한 오클랜드 트리뷴지 사설은“미국에 오점을 남긴 한국인 사살”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의 여러 진보단체에서 이를 반미 감정에 부채질을 하는 도구로 사용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초대사의 편지는 미군과 한국군 고위층이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피란민대열에 섞여 침투하려는 적군에 대한 발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민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무고한 양민만 대량 학살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흑백 논리로 따진다면 2년전 사설이나 한국의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진실화해위)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들이 어떤 경로로 민간인 복장위장 사례를 찾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당시 적군이 노도 처럼 밀며 남침하는 1950년 6월말부터 한달동안은 한국군은 전선을 수습할 수 없는 상태 였고 일본에서 급파된“스미스”부대를 위시한 미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어가며 전선을 유지하기에 급급하던 때였다.
당시에 한국에 파병된 미군들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막강한 군대가 아니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5년동안 평화를 만끽하던 훈련이 부족했고 나약한 군인들이었다. 한국 지형에 대한 자료도 충분치 않은 상태로 전장에 투입되었다. 이런 어수선한 상태에서 미군 1개 사단이 지리멸렬되고 사단장이 길을 잃고 산속을 헤메다가 인민군에 포로가 되기도 한 전쟁 초기의 극도로 혼란한 시기였다.
무초대사의 편지는 아무래도 잘못 인용된 듯 싶다. 당시에 열살이었던 내가 목격한 것을 나누고자 하는데 이는 나혼자 만의 경험담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남침당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장남인 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남쪽으로 피난가다가 서울 근교 광나루 다리 밑에서 같은 처지의 피난민들과 전쟁을 피하고 있었다. 어느날 나룻배가 승객을 실고 강을 건너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데 비행기가 따라오며 배에 대고 기총소사를 한다.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피난민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이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혼비백산하여 내리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여자 치마를 둘러쓴 인민군이 승객의 절반가량 되었다. 머리에쓴 치마를 벗어 버리고 따발총을 갖고 뛰기 시작한다. 당시 내가 여러번 목격한 민간복으로 변장한 적군의 모습이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고 우리 피난민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민간복장을 한 적군에 엄청난 피해를 여러 번 본 미군측에서 피난민이 정지명령에 응하지 않고 가까히 오면 발포를 허용한 것을 인용한 무초 대사 편지가 잘못전해 진게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당시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피난한 빈집에서 인민군이 여자치마만 가져갔다고 한다. 미군기 폭격에 간편한 위장용이기도 했다. 내가 이제 40년이상 아는 미국사람들과 군인들이 그들이 주장 하는것 같이 잔인하게 양민을 고의적으로 학살하지 않은 것으로 믿는다. 이제 이런 일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일 때문에 당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한다.
물론 당시에 억울하게 피해 본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인민군과 내무서원들에게 엄청나게 피해를 본 남한 사람이 많은것처럼.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미국대사의 편지로 사건에 빌미를 주었고 그들이 말하는 “미군의 잔학성”을 파헤친다면 나와같이 가까운곳에서 목격한 이야기(eye witness)도 다루었어야 한다.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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