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개성 공단. 북한측 대표의 목소리뿐이다. 개성 공단의 명줄을 잡고 있기 때문인지,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북한의 속셈이 그대로 묻어 난다. 아무리 예의나, 품위나,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손님을 11시간이나 기다리게 한다. 말 그대로 진을 뺀다. 마주한 시간은 고작 22분이다.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를 통보하겠다’고 한 말 그대로, 정하는 시간에 정한 장소로 나와 자기들이 하는 말을 듣고 가면 된다는 투다. 복장 터질 노릇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북측은 개성공단과 관련, 이제까지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를 전면적으로 재 검토하겠다”는 말이다. 통보 내용인즉 1), 2014년부터 내기로 한 공단 토지 사용료를 4년 앞당겨 2010년부터 내라. 2), 개성공단 임대차 기간을 50년에서 25년으로 줄이겠다. 3), 3만9천여명의 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실화, 현제 1인당 약 73$( 보험료 포함)을 중국 노동자 임금 수준(지금의 2배)으로 인상 하겠다. 4), 공단 근로자들의 숙소 문제를 해결해 달라. 그리고 5), 개성 공업지구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 협상을 통해 정하겠다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 ‘판을 깨겠다’는 투는 아니지만, 경제 활동에서 보고 듣는 “신의.성실”은 그 어디에서도 찾어 볼 수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특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준 특혜라는 사실이다. 개성공단사업 태생부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시작되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제 1항 “우리 민족끼리”와 제4항의“경제협력을 통한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거창한 스로건을 내 걸고 출발한 남북 공동사업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지금인가. 무엇때문에 남측에 주었던 ‘제도적인 특혜를 전면적으로 재 검토’하겠다고 나오는 것 일까? 누구는 돈때문이라 한다. 남측이 전면 참여를 발표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때문인가. 상호주의를 내 걸고, 6.15남북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외면하는 MB정권의 대북정책 때문인가.
누구말대로 “추가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자존심을 걸고 남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인가. 꼭 그것이야 할 수는 없지만, 귀 담아 들어 좋을 의견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남북관계가 “특혜”를 주고 받을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못 본척하는 꼴이 보기 싫다는 말이다. 그렇다해도 의심은 꼬리를 문다. 질문의 초점을 “왜 지금인가?”로 모아 보자. 대답은 물론 쉽지 않다.
먼저, 서울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6.15남북공동 선언과 10.4 남북정상 선언”을 이끌어 왔고, 지켜 갈 힘의 처지를 살펴 보자. 지난 4월 21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 홍승면)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단체 간부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 한국 4/22참조) ‘실천연대는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를 신봉하고…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을 노선으로 세력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비춰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얼마만에 보는 ‘이적단체 요, 간부들의 징역형’인가. 그것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다. 또 하나 눈여겨 살 필 사건이 있다. 바로 서울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박연차 게이트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공금횡령 사건이다. 그 한 복판에 노무현 전대통령과 온 가족이 있다. 진실이야 법이 가리겠지만, “노짱”만이 줄 수 있는 힘과 희망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10. 4 남북정상회담을 지켜.가꿔 갈 힘의 축(軸)이 무너저 내리는 모양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월2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이번 일련의 사건과 관련, 6번째 글을 올린다.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지지자)은 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고 밝힌 노 전대통령은 “이제 노무현은 더 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으며,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이제 ‘사람 사는 세상’ (자신의)홈페이지를 닫을 때가 온것 같다”고 무거운 심경을 밝힌다.(조선 4/22참조)
북한의 눈으로 보면 10년 공든 탑이 무너 지듯 앞이 캄캄 할 것이다. 6. 15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앞 날이 아득 할 것이다. 당연히 MB정부를 흔들고, 새로운 남북 대화.교류.협력의 물꼬를 터 기가 꺽인 “친북 인심”을 되 살려내려 할 것이다. 북한 형제.자매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인심”까지도 우군으로 다지려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다. 만약 이번 일련의 사태로 “노짱님”이 무너저 내린다면, 진보 진영의 앞 날은 끝없는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북쪽의 힘이 눈 감고,못 본척 할리 없다. “노짱님”을 지키고, 친북 세력의 기운을 북 돋우기 위한 싸움을 걸어 올 것이다. 바로 개성공단 사태요, 유씨 납치다.
참으로 긴 안목과 깊은 호흡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상생.공영”의 참 모습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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