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북한은 큰 일을 저지른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 한다. 장장 3,600여km를 날아간다. 11년전, 1998년 대포동 1호(1,620여km) 때보다 배나 멀다. “실패중에도 성공”이라 할 만하다.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의 소형화를 곁들여 보면 더욱 그렇다.
일본도 속셈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 열도가 들썩, 화들짝 놀란다. 오보 소동까지 벌인다. 그러면서 “보통국가” 이상의 흉심이 드러난다. 군비 확충의 빌미를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켠다. 일본 자민당의 사카모도 고지(板本剛二) 조직본부장은 7일 개최된 임원 연락회의에서, “저쪽(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도 ‘핵을 보유한다’고 말해도 좋은 것아닌가”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그런가 하면 입을 모아 북한의 군사기술 발전을 높게 평가한다. 미사일기술 전문가인 노기 게이이치(野本惠一)는 “로켓 디자인이 미끈하게 빠젔고, 구조도 안정감이 있어 북한의 로켓 기술이 크게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또 군사평론가 에바타 겐스케(江畑謙介)는 “로켓의 크기가 상당히 대형인데도 발사 직후 상승 속도가 굉장히 빨라 북한의 기술이 크게 진전됐다”고 평가한다. 겉모습만으로 ‘기술’ 운운하다니, 남쪽 왜족의 검은 속이 보일 뿐이다. 심지어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이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km로 제한되어 있어 북한에 대항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도 미사일 사거리 확대와 MD 체제 구축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떠벌리고 있다. 위하는 척 남북 사이에 이간의 쇠꼬챙이를 꼽고, 자기들의 군비확창의 명분을 찾겠다는 말장난을 서슴치 않는다.( joins.com 4/9참조) 이 참에 한 몫 잡겠다는 심보다.
그렇다면 서울 인심은 어떤가. 누가 뭐라해도 그것이 “대내용이던, 미국과의 협상용이던, 기술수출 판촉용이던, 아니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출범(4/9)과 건국 60주년 기념(9/9)을 위한 축포용”이던 북한이 쏘아 올린 장거리 로켓은 사실이다. 플로토늄 40여kg이나 핵무기 몇개 보유도 냉엄한 현실이다. 핵무기 소형화나 로켓(=미사일)기술 혁신은 바로 오늘의 문제다. 남과 북 사이의 군사적 균형을 깨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핵탄두 무게를 500kg 이하로, 로켓(미사일)발사 사거리를 8,000km 이상으로 늘린다면 어찌 되는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서울에서는 말 뿐이다. 먹거리 주권, 검역주권을 외치던 촛불은 물론 보수, 진보도 따로 없다. 핵 주권이나 미사일 주권은 모두가 ‘모르쇠’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북한이 주민들 식량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우주에다 그 큰 돈(3-5억달러)을 날리고 있다”고 하거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잘못된 일”이라 내쏟는 훈계 뿐이다. 정부도 주춤거린다. ‘대화와 제재’를 함께 들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기대는 것 말고 별 뾰족한 제재수단이 없는데도 말이다. 더더욱 지구촌 생활에서 중국은 엄청 컸고, 미국의 힘은 몰라보게 빠젔다. 한반도 문제를 두고서는 미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것은 아닌지 모르는데….
중국은 더 이상 “잠 자는 사자”가 아니다. 13억 인구, 1인당 국민소득도 3,000달러를 웃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는 나라.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움켜 쥐고 있는 나라. 미국과 “맞장”뜨겠다고 숨을 고르는 중국이다. 거기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중국과 북한, 서로 멀리 할 리 없다. ‘동북공정’이 아니고서라도 한반도를 두고 물러설 중국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 “초강, 절대권위의 미국”이 아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과 실패 그리고 뉴욕 월가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는 미국의 권위와 영향력을 크게 손상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1일에 발표할 보고서에서 세계 부실금융자산 4조 달러 가운데 미국발 부실규모가 3조1천억달러나 된다고 밝힌다.(한국 4/8참조)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머리 깍인 ‘삼손’이 아닐까. 북한은 어쩌면 ‘속으로 피멍든 미국’을 겨냥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유엔도, 6자회담도 제 몫을 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 질서, 새 흐름을 올라타야 한다. 믿을 것은 한 핏줄 “형제들” 뿐이다. 남과 북은 공멸의 정치군사 논리에서 벗어나 “상생과 공영”을 일궈낼 경제논리에 귀기우려야 한다. 서로 싸워 얻을 것은 없다. 오래 기다렸다. 손 마주 잡을 때다. 함께 사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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