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전 샌프란시스코 의 명물 “스테이시”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났다. 마켓스트릿과 2가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50여년넘는 역사를 가진 이 책방은 근래 대형서점과의 경쟁 에서 밀리고 급기야는 손을 들기에 이르렀다. 책은 벌써 다 정리 되고 나머지 집기를 팔고 있었다. 오랜 고객들이 와서 그동안 도와준 스탭들과 마지막 인사도 할겸 하여 서성대기도 한다. 그날 6시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장면을 목격하려고 원근 각지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서점 역사의 한 부분을 간직하려고 책 진열대 일부를 사기도 한다. 한때는 같은 건물 4층까지 매장을 갖추었던, 당시 수준으로는 큰 규모의 서점이었다. 일반 교양서적을 포함해서 나에게 필요 했던 경영서적과 회계서적이 항상 잘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신간 문학책도 구색을 마추어 잘 진열되어 있었다.
고객을 위한 푹신한 소파도 명물이었다. 좋아하는 책을 갖고 몇시간씩 있어도 나가라고 등 떠미는 사람도 없었다. 어떤 때는 퇴근길에 잠시 들려 책을 보다가 당시 다니던 대학원 저녁 클래스에 늦기까지 하였다. 어떤 책들은 표지와 제목이 좋아 사다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서가에 장식품으로 남어 있기도 한다. 어쩌면 전문 서적이외에는 내용이 어려워 읽을 엄두를 내지못한 책들도 있을것이다.
당시 직장이 금융가인 몽고메리 스트릿에 있어서 점심 시간에도 쉽게 찾아 볼수 있는 곳이었고 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저 점원이라기 보다는 책이 좋고, 책 보는 고객들이 좋아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점원중에는 시인도 있었고 글쓰는 작가도 있었다. 여러권의 책을 출판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요한 책을 사려고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몇번이고 세세히 알려주고 고객이 만족 할때까지 함께 하는 그들의 장인 정신에 시쳇말로 감동을 먹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
미국사람들의 독서열은 참 대단 하다. 지금도 내 주위에서 매주 한권씩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제법있다. 나도 웬만하게 읽는다고 하는데 이들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1990년대말 시작하여 두번에 거처 약 5년동안 모 은행 사외이사로 일한적이 있다.
보통 한달에 두어번 회의 하는데 그은행의 특수성 때문에 캘리포니아 각지에서 온이사들로 구성이 된 은행이다. 모두 10명의 이사들이 쏘쌸 아워(social hour)때에는 늘 책 이야기로 화제가 집중된다. 거의가 비즈니스맨들인 이들이 다루는 주제가 퍽 다양했다. 정치 경제 문학등 여러 가지 분야 였다. 당시 이사장 폴은 80세 가까운 건설회사 은퇴 경영주 였다.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는데 평생 독서를 통한 해박한 지식으로 은행을 행장과 함께 진두지휘한 사람이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누구를 평가 할때 그저“똑똑”하다고 하며 말 머리를 맺는데 미국사람들의 사람 평가기준은 읽은 책의 분량으로 하는가 보다. 이들은“똑똑”한 사람을 이야기 할때“ He is well read” 라고 하며 사람의 됨됨을 독서와 연결을 짓는다. 여러 해 지나 생각해보니 그때 받은 영향 때문에 독서 클럽 시작 하는데 내가 앞장을 섰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동포서점들은 어떨지모르지만 주류 사회 서점들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얼마전에는 버클리에 있던 오래된 책방이 문을 닫지 않으려고 몇번 시도 하다가 결국은 셔터를 내렸다. 오클랜드씨티쎈터의“월든”서점이 얼마전 문을 닫고 약 100여년된“홈스”도 몇년전 폐쇄다. 14가와 해리슨에 있던 이곳은 지금 옷감을 파는 상점으로 바뀌었고 그 옆집은 동포 애주가들이 찾는 술집이 되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신문 잡지등을 읽고 책을 다운로드 받으니 우리와는 달리 서점에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아마존 닷컴같은데서 쉽사리 책을 구입할수도 있고 디스카운트 대형서점“반스 & 노블”같은 서점 과의 경쟁에서 적은 규모 서점은 더이상 명맥을 유지 할수 없었을 것이다. “스테이시”서점하면 나의 꿈을 키워준 곳이다. 7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했다.
오클랜드에 사무실을 옮긴지 30여년이 가까웠는데 마음은 늘 있었지만 찾아가지는 못했다. 산타로사에서 대학 다닐때 털털거리는 폭스 바겐 운전하며 큰 마음 먹고 찾아다닌 곳이고 CPA공부 할때 필요한 서적 구입 하려 자주 찾은 곳이다. 이제 아주 없어지니 나의 간직 했던 꿈의 한 부분이 없어지는 느낌이든다. 나의 미국생활과 함께 한 서점이여서 더 섭섭하다. 우리 주의에 책방이 없어진다면 팔장만 끼고 볼 것이 아니라 문을 닫지 않도록 지원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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