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매실적ㆍ소비심리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주가지수가 반등한 데 이어 주택시장마저 예상을 넘어서는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주택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악화하며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위기의 ‘진원지’였던 주택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최근 소매실적ㆍ소비심리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주가지수가 반등한 데 이어 주택시장마저 예상을 넘어서는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낙관론에 불을 지핀 지표는 단연 주가다. 3월6일만 해도 다우지수는 6,470으로, 지난 12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가파르게 올라, 26일 다우지수는 7,925였다. 3주 만에 22.48% 상승했다.
주가 상승을 이끈 실물경제 지표는 주택시장이다. 모기지금융사인 프레디맥이 26일 발표한 주간 모기지금리는 30년 만기 고정금리가 4.85%를 기록, 전주보다 다시 0.12%포인트 떨어지면서 197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기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모기지 신청도 부쩍 늘었다. 모기지협회(MBA)가 지난 20일 집계한 주간 모기지 신청지수는 1159.4를 기록, 전주 876.9에서 32% 올랐다. 여기에 2월 신규 주택 및 기존 주택 판매 실적도 각각 4.7~5.1% 상승해 주택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주택시장 안정 기미 불구
공실률 급등 등 부실 악화
2천5백억달러 손실 예상
부동산시장 시한폭탄으로
부동산 시장 전문가인 수전 왁터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경제가 안정되고 다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주택가격 수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며 주택시장이 바닥에 가까이 왔다고 분석했다.
개리 스턴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도 “경제에 우호적인 신호가 보인다”며 “경제가 다시 성장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에 대해 성급하다는 의견이 아직은 다수다. 부동산 시장만 하더라도 주택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악화하며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 빌딩과 호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기반으로 증권화(securitized)한 시장 규모는 7,00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현재 연체율은 1.8%로 지난해 9월에 비해 배에 달하고 있다.
주택 모기지 시장 연체율에 비해선 낮은 수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1990년대 초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높아 주목되고 있다.
당시 상업용 부동산 채권이 부실화한 것은 경기후퇴(recession)를 초래했던 큰 배경이 됐었다. 1,000개 이상의 은행과 저축대부조합(S&L)들이 이로 인해 무너졌다. 2007년 말 이래 지금까지 문을 닫은 은행들은 47개. 이들 가운데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노출이 많은 곳이 적지 않다.
사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전문가들 상당수는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가치가 오를 것이란 예상에서 가능한 것이었고, 실제 상황은 반대로 벌어졌다.
리서치 업체 포어사이트 어낼러틱스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이번 경기후퇴에서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700개 이상의 은행이 이로 인해 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가 빠르게 반등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임대가 늘어나고 공실률이 낮아질 것이며 자금조달이 쉬워지면서 부동산 가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형 샤핑몰 운영업체인 제너럴 그로스 프라퍼티즈가 파산보호 신청 위기에 처해 있으며 보스턴의 존 행콕 타워는 주택차압 경매로 넘어갔다. 또 무디스는 지난 25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신용카드와 함께 거주용 및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신용카드나 학자금 대출 등에 비해 그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거래업체 리얼 에스테이트 라운드테이블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6조5,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출이 3조1,000억달러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은 1990년대 초의 세 배에 달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의 분석 결과 1993년 당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은행 기본자본(Tier 1)의 배를 넘는 은행들은 전체의 2%에도 못미쳤는데, 지난해 말엔 1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출이 부실화하면 은행권이 받을 충격은 상당히 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산업용 부동산 관련 증권 규모가 1,545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 가운데 3분의2는 리파이낸싱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7년 정점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35~45%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하락폭 역시 1990년 초를 크게 능가하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또 7,000억달러에 달하는 상업용 모기지 증권의 부도율이 최소 30%에 달하고 손실률은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간자산 담보부증권 대출(TALF)를 통해 당초 소비자 대출 채권을 사들이는 데에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가 최근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매입에도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해 정부 역시 상업용 부동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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