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내가 책임지고 있던 교회 영어예배에 젊은 한국여자가 찾아왔다.
자기는 동부에서 왔노라고 하며 한국말은 잘하지 못한다고 어줍게 이야기 한다. 태도나 매너리즘은 완전한 미국여성이다. 나이는 이십사오세 되어 보였다. 보스톤 출신이고 부모는 자영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자기는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부모의 권유로 아이비 리그에 입학했다고 한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부모가 정해주는 과목도 택했고 전공도 정해 주는 대로 따라 했다. 자기 재능과 동떨어지는 과목을 공부하니 그렇게 괴로울수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부모가 자기를 동포사회에 전시용으로 끌고 다니는게 싫어서 집을 떠날수 있는 졸업날자만 기다렸다. 그렇게 공부했으니 졸업하고도 취직이 용이치 않아 부모가 하는 가게에서 얼마동안 일을 하다가 대학에서 사귄 백인 보이 프렌드와 도망하다시피 하여 버클리에 신접 살림을 차렸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녀 집은 떠났지만 불효하게 헤어진 부모를 만나는 마음으로 한국 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지겨웠던 대학생활이었고 부모들이 자기가 하고 싶던 학문을 못하게 한 섭섭한 마음과 혈육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겹친다고 한다.
이 젊은 여자의 부모는 어렵게 건너온 미국에서 여러해 동안 정신없이 일하며 자식을 키워 자신의 아메리칸 드림을 찾으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희생 속에서 다 못한 꿈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아이비 리그 대학에 자녀들을 보냈을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비 리그 대학이 마치 한국의 속칭 일류대학 처럼 생각 한다.
물론 학풍이나 전통이 틀리다는 게 아니고 자기 환경에 맞게 공부하는 것을 지적 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어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은 부모 집을 떠나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이 되는 마음으로 집을 떠났다. 웬만한 사람의 일년 월급에 가까운 학비와 기숙사비를 내며 동부의 전통 있는 대학에 보낸다.
학비는 적은 액수의 장학금과 나머지는 집에서 충당 하거나 아니면 융자를 받게 된다. 미국 아이들은 그 빚을 자기가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안스러운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빚까지 도맡아 어렵게 지낸다.
많은 아이들이 여름 방학때 부모들이 하는 자영업을 돕거나 일을 하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난한 60년대 70년대 유학생들은 주말과 방학때 일을 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곤하였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으며 학교 생활에 적응 하느라고 마음을 달리 쓸 여유도 없었다. 그들이 귀국하여 한국 근대화에 주역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CSU(주립대학)시스템 대학에 한국학생들이 많지 않다. 고등학교 마치면 부모들이 비싼 사립학교나 아니면 UC시스템에 보내려고 한다. 내가 강좌를 맡고 있는 대학에 낮에는 카이저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주말에만 나와서 공부 하는“첸”이라는 남경 출신 중국 청년이 있었다. 12살에 미국에 와서 인지 영어가 참 유창하다. 고등학교 졸업 하고 남들 처럼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공부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학비 융자를 받어 갈수도 있었는데 추가로 드는 돈은 부모한테 의존 할수 없었다.
그의 부모는 어렵게 식당을 하며 생활하는 처지였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물리 치료사 공부 한다음 취직과 함께 생활이 안정되며 4년제 대학에 편입했다고 한다. 학사학위 받고 같은 대학에서 MBA 하며 나 한테 두과목을 공부한 학생이었다. 졸업하며 나한테 고맙다는 이메일도 잊지 않고 인사치례하는 예의 바른 청년이다.
MBA하는 것을 알고 있던 카이저병원에서는 그에게 경영분석가 자리를 승진과 하께 마련 하여 주었다. 그리고는 언제인가는 나처럼 자기도 일하며 박사학위도 받겠다고 다짐도 한다. 졸업식에가서 그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참 당당하고 야무진 그청년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자기 앞날을 개척하는것도 미국이 자기에게 심어준 개척자의 전통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그 중국 청년이 지금도 생각난다.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동포 부모를 만나면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경제적인 여건이되거나 성적이 우수하여 큰 액수의 장학금 받을수 있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웬만 하면 집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 보내고 졸업과 함께 4년제 주립 대학에 편입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이른다. 그리고 졸업하고 실무 경험을 쌓은 다음 경제가 허락되면 아이비 리그 대학원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이야기 한다.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아이비 리그에 보내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 라고 조언도 한다.
아이들이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커가게 하는것은 부모의 할일이고 아마 이런 카운셀링을 우리 이민교회가 담당 해야될 큰 몫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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