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압위기 주택주, 그들의 선택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택시장 대란을 맞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년간 경색된 신용시장을 되살리고 차압사태를 완화시키기 위해 각종 대안을 쏟아내고, 은행들도 발맞춰 이자율을 낮춰줄 정도로 판도가 바뀌었다. 금융업계에서만 쓰이던 융자조건 조정(loan modification)이란 전문용어가 일반 경제뉴스에서 빈번히 등장하면서, 차압을 막고 월 페이먼트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각종 유료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주택주들은 물론 기존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도 혼선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업체들이 주택주들의 차압위기를 면하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옥석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수수료를 받는 관련업체에서 실제로 융자조건 조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2년 전부터 융자조건 조정 및 크레딧 교정관련 서비스 제공업체로 업무를 표준화해 제공하고 있는 어바인 소재 ‘그린 크레딧 솔루션’(Green Credit Solutions)사의 업무 흐름을 바탕으로 한인 주택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 옵션과 그 정확한 의미를 짚어봤다.
서류 준비·은행과 협상 등 절차 복잡
능력있는 업체에 의뢰땐 알아서 척척
회사 역사·업무경험·능력 등 중요
일 시작 전부터 선불 요구땐 주의해야
◇손해를 줄이는 첫 단계 손실경감(Loss Mitigation)=월 페이먼트를 내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처한 주택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안은 손실경감(loss mitigation) 방법이다. 손실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은 융자조건 재조정(loan modification), 숏세일(short-sale), 소유권양도(deed-in-lieu)의 3가지 단계로 구별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자율을 낮춰 월 페이먼트 금액을 낮추거나 원금을 삭제해 주는 방식이다. 융자 은행 입장에서도 수없이 늘고있는 차압주택을 관리하거나, 이미 마이너스 에퀴티(융자금이 집 시가보다 더 높음)가 수십만달러에 이르는 집을 수만달러 들여 차압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에 가능하다면 현재 집 주인이 살 수 있도록 페이먼트를 낮춰주는 것으로 은행과 집주인 모두 좋은 윈-윈 전략이다.
◇융자조건 조정과정의 실제=융자조건 조정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본격화된 개념으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다음은 한인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그린 크레딧 솔루션사가 제공하는 실제 업무 절차를 소개한다.
1. 융자조건 조정 신청서 작성=소비자는 자신의 재정상태 설명서(financial statement)와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hardship statement)을 설명하는 진술서를 만들어 해당 업체에 신청서를 제출한다. 업체는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 조정이 가능한지 단언하지 않는 대신 선금도 받지 않는다.
2. 소비자 연체기록(NOD) 점검 및 서류 심사(underwriting)=업체는 신청서를 받고 해당 주택의 연체기록 등을 카운티 등으로부터 확인한다. 주로 과거 은행 서류심사 부서 등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고객들이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해 은행으로부터 융자조건 조정을 받아낼 수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가능한 수준이 얼마인지 예상치를 낸다. 현재 마무리 된 케이스들을 바탕으로 볼 때 합리적인 모기지 페이먼트 감소 기대치는 22~30% 수준이다.
3. 고객확인=고객은 이 단계에서 수수료를 내고 케이스를 진행시킬지 중단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린 크레딧 솔루션사의 경우 융자조정 금액에 상관없이 3,495달러를 일괄적으로 수수료로 부과하고, 2차 모기지까지 포함될 경우 995달러를 추가한다. 만일 검토결과 융자조건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고객에게 통보한다.
4. 고객서비스 의뢰서 은행제출 및 확인=고객의 확인을 받고 수수료를 받으면, 고객이 해당업체에 의뢰해 융자조건 조정 대행을 맡겼다는 확인서를 은행으로 보내고 이에 대한 수신여부를 확인한다. 그린 크레딧 솔루션스사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런 전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전담 아웃소싱 부서를 두고 운영중이다.
차압위기 상황에서 융자조건 조정이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주택주들은 관련 업체들이 합리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라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5. 서류 패키지 준비 및 발송=은행이 대행서비스 의뢰서를 받은 것을 확인하면, 실제로 은행이 융자조건 조정을 위해 검토할 수 있도록 패키지를 준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별 심사기준에 맞춰 완벽하게 서류를 구성해 보내는 것이다. 산더미 같이 밀려드는 업무특성상 한번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뒷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서류 패키지를 발송한 이후에도 은행이 이를 받았다는 확인 전화가 진행된다.
6. 은행 협상담당자 설정 및 협상진행=은행 협상 담당자가 설정되면, 업체의 협상담당 부서 직원들과 이자율 인하 등 융자조건 조정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은행의 상황과 허용기준 등을 고려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요구해야 최선의 이자율 인하를 얻어낼 수 있다.
7. 융자조건 조정 및 확인=융자조건 조정이 마무리되고, 고객이 이에 대해 동의하면 조정이 마무리 된다. 물론 이 단계에서 고객이 만족하지 않을 경우 업체는 재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최선의 결과에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중단이 되지만, 이 과정까지 실제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에 전액 환불받을 수는 없다.
◇숏세일(Short-sale), 소유권양도(Deed-in-Lieu)=해당 융자기관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페이먼트가 가능한 수준으로 모기지 융자조건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숏세일이다.
최근 숏세일(모기지 융자잔액이 실제판매될 주택가보다 낮더라도 융자은행이 동의해줘 이뤄지는 주택판매) 붐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해당 금융기관은 숏세일을 허가해줄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의욕만 앞선 에이전트들이 바이어를 찾아왔던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융자기관으로부터 어느 정도에서까지 숏세일을 허락해 줄지에 대한 답변을 얻어내면 숏세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린 크레딧 솔루션사의 경우 일단 융자조건 조정으로 신청이 들어온 케이스라도 숏세일이 더 현실적일 경우 이를 해당 금융기관과의 사전 협상을 통해 답변을 받아내 주는 서비스를 999달러에 제공한다.
만일 숏세일에 합의해 매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경우 차압으로 가기 전 마지막 선택은 소유권 양도다. 테메큘라 등의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런 매물이 많아, 건물주 입장에서는 키만 넘겨주고 나오는 소유권양도(deed-in-lieu)라도 은행이 허가하는 한 최종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강경책인 융자소송=융자서류를 법적으로 검토(forensic review)해서 소송제기 가능 여부를 따져본 후 실제로 은행을 상대로 소송(loan litigation)을 제기하는 것이다. 손실경감 방법이 완화책이라면 소송은 강경책이다.
물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융자서류들이 부동산 호황기에 집주인과 융자 브로커는 물론 융자기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승인받은 서류들이 많기 때문에 ‘들춰서 먼지 안 나는 경우 없다’는 말처럼 소송을 제기할 만한 근거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흔히 사기성 융자(predatory lending)로 불리는 고의적인 융자사기에 걸려든 경우라면 소송이나 당국에 신고해 법적인 해결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나, 정상적인 융자를 받은 이후 소송을 통해 해결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 소송을 걸면 막강한 변호사 그룹을 고용하고 있는 은행들로부터 오히려 맞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융자서류에 대한 법률검토 서비스는 300달러 정도면 대행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 현재 은행들이 인원이 대폭 감축된 상황에서 융자조건 조정 등 폭증한 업무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대응할지도 사전에 고려해봐야 한다.
◇융자조건 조정의 필요사항과 유·무료 서비스별 장단점=융자조건 조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정교한 준비와 지속적인 은행과의 연락, 협상 등의 복잡한 절차가 수반된다. 당연히 은행과 관련된 일을 해 본 회사 연혁이나 구조적인 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한다. 복잡한 은행 부서들과 각 개인의 파일을 두고 장시간에 걸쳐 업무를 진행할 능력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 한 파일을 진행할 때 은행과 통화하기 위해서는 1~2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며, 이렇게 파일이 진행되는 동안 최대 3~4개월까지 고객과 은행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업데이트를 해줄 수 있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단 무료와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업무를 제공하는 업체라는 점을 전제로 자신이 지출할 수 있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크다면 유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LA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해 대표적인 비영리단체인 한인 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는 정부로부터 그랜트를 받아 상근직원을 고용해 차압 예방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여러 한인 주택주들을 도왔다. 물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는 업체처럼 자격조건이 충분치 않은 고객이라도 공격적으로 나설 수는 없고, 업무량에 따라 진행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린 크레딧 솔루션의 제임스 정 한인담당 디렉터는 “주택주들은 본인이 감당할 수만 있다면 융자조건 조정은 물론 소송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유료 서비스 업체들이 급증한 것인데 한인들이 보다 신중하게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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