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스님 김묘선, 나성영락교회, 서예가 김창순, 한국문화 커뮤니티후원회(FKCC), 부산 서전학원,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한민족공동체, 코리아 파운데이션, 서울대음대 동창회, 윈그룹… 여기 열거된 사람 혹은 단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 한번이라도, 혹은 지속적으로 UCLA 한국음악과의 재정을 지원한 이름들이다. 내달 25일에는 어바인 한인학부모회가 모금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니, 그 이름도 한 켠에 넣는 것이 좋겠다.
“UCLA 한국음악과를 살려주세요”
심심하면 우리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타이틀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도대체 UCLA 한국음악과는 왜 허구헌날 모금을 하는지, 언제까지 그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줘야 하는지,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이게 무슨 애들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 프로젝트도 아니고, 미국에서도 명문대로 손꼽히는 UCLA에서 한국음악과가 존폐위기에 놓였다는데, 목사님들이 모금하고, 여기저기서 전시하고 공연하며 1천달러 2천달러, 앵벌이 하듯 모아 연명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북치고 장구치며 사물놀이 배우는 한국음악과는 1970년대 UCLA 민속음악대학의 정식학과로 개설된 이래 학생들 사이에 최고인기 클래스로 꼽혀온 강좌다. 특히 영어 잘 하고 다재다능한 김동석 교수가 1996년 부임한 이래 크게 확장돼 지금은 매 학기 200여명이 수강신청을 하고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장구, 피리, 단소, 춤 등 20개가 넘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민속음악대학에서도 일본음악과는 신청학생이 없어서 1999년 폐과됐고, 인도음악과는 2클래스만 열어둔 채 명목만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2004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교육예산이 삭감되면서 UCLA측이 민속음악대학의 학과들은 자체 예산을 조달해 운영하도록 방침을 바꾼 데서 비롯됐다. 한국음악과가 수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년에 13만달러, 영구히 존속하기 위해서는 200만달러의 예산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이 끝없는 모금운동이 시작되었다.
김동석 교수에 의하면 지난 5년동안 여러 후원자들의 노력에 의해 근근히 버텨왔으나 아직껏 조교들 급료도 못 주고 제대로 된 악기조차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다들 주머니를 닫았으니 과연 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200만달러, 아닌 말로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보면 ‘껌값’에 지나지 않을 돈을 유치하지 못해 매년 커뮤니티가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창피하다 못해 한심한 노릇이다.
나는 이 일에 한국정부나 기업 아니면 재벌후원자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LA총영사관,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은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입만 열면 ‘주류사회 한국문화 홍보’와 ‘뿌리교육’을 말하면서 진짜 주류사회에 한국문화를 홍보할 수 있고 확실하게 뿌리교육을 할 수 있는 일은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 단 한번도 덕을 끼친 일 없는 평통 같은 단체를 분열시키느라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나눠주어도 여러 사람이 연례행사로 모금에 나서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달 새로 부임한 김재원 문화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문화의 해외시장 홍보 및 2세들에 대한 정체성 확립을 위한 도구로써 문화지킴이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미주시장에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미국사회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에게 오천년 한국의 소리를 가르치는 일보다 얼마나 더 좋은 방법으로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미주시장에 알릴 수 있을까?
김동석 교수에 따르면 개인이나 기업이 영구재정을 기부할 경우 클래스나 건물에 그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기증하면 UCLA ‘홍길동 한국음악과’로 그 이름이 영구히 남는다는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제는 제발 누가 좀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UCLA 한국음악과 살았다!” 이런 기사를 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숙희 특집1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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