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파트너인가, 전쟁도발 세력인가’-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에 실린 한 에세이 제목이다. 중국을 다루었다. 경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중국이 앞으로 진로 선택에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내용이다.
현 중국의 상황을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위기로 파악했다. 실업대란으로 사태는 더 악화될 조짐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답은 내셔널리즘으로, 중화민족주의 뒤에 숨어 내부 불안을 호도키 위해 외부의 적에게 관심을 돌리게 한다는 거다.
공산당 집권의 유일한 레지티머시는 경제 성장이었다. 그 경제가 스톱되다시피 하면서 체제유지의 돌파구로 모험주의를 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계속 증강되고 있는 중국의 국방비를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왜 계속된 군비증강인가. 이 에세이뿐이 아니다. 중국 관측통들마다 지적하는 사항이다. 이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공식적인 군사비 증강도 증강이지만 이른바 ‘숨겨진 군사비 항목’이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해 국방비를 14.9% 늘리는데 멈추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서방측의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숨겨진 항목’은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실제 국방비는 발표된 수치의 두 세배쯤으로 보아야 한다. 펜타곤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그 ‘숨겨진 항목’의 군사비는 그러면 어떻게 충당되나.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가 수호가 목적인 군이 아니다. 공산당에만 충성을 바치는 세계 최대의 사병(私兵) 집단이다. 이 사병집단의 ‘숨겨진 항목’의 군사비는 중국의 국가 기업들이 충당하고 있다.” 중국문제 전문가 고든 장의 말이다.
그가 정작 주시하는 대목은 그러나 다른데 있다. 경제가 말이 아닌 상황에서도 국방비가 여전히 높게 책정된 점이다. 올 중국 경제는 1~2% 성장이 고작이란 예측이다. 그런데도 국방비는 15% 가까이 늘렸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중국 정치의 뒤안길에서 군부의 입김이 상당히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몹시 긴장해 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농촌공’(農村工·도시를 유랑하는 농촌출신 노동자)만 벌써 2,000만이다. 거기다가 중산층까지 동요하고 있다. 그들의 불만이 언제, 어디를 향해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 정황에서 의지가 되는 것은 무력집단인 군밖에 없다. 군부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공산당의 막후 파벌싸움에서 군부의 향배는 상당히 중요하다. 오는 2012년은 지도부 세대교체와 함께 당내 권력투쟁이 절정에 이르는 해다. 군부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요소다. 이런 요인들로 군부의 전면부상 가능성까지 일부에서 점쳐지고 있다.
‘카키색’으로 물든 중국의 권력. 이것이 말하는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중국의 목소리가 보다 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여간 큰 게 아니다. 대만침공 사태가 예상된다, 인도양에서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마찰은 필연적이다 등등.
형편이 어려울 때는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살만해지니까 거들먹거린다. 아니, 이제는 그 정도가 아니다. 사나운 얼굴로 눈을 부라리며 우격다짐이다. 그 ‘완력국가’ 중국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한국 같은 주변국 입장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특히 우려되는 게 한반도 상황이다. 북한의 핵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중국에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한국과 일본 견제에도 유효하다. 중국 군부 강경파의 입장이다.
“중국 군부 수뇌부 입장에서는 북한은 외교 사안이 아니다. 군사적 사안일 뿐이다.” 헤리티지재단 연구보고서가 밝힌 사실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결정적 영향력을 지닌 것은 민간 지도자가 아닌 중국 군부 수뇌부라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 북한은 특수 관계에 있다. 또 중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는데 별 관심이 없다. 김정일 체제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을 해온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극히 최근에야, 그것도 아주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이 그 증좌다. 그런 마당에 북한 군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 군부의 목소리가 커진다. 어떤 상황이 올까.
중국이 거들먹거릴 때, 중국 군부가 사나운 얼굴로 사방을 돌아볼 때 한반도는 소용돌이에 빠졌었다. 그 중국 견제의 묘수는 그러면…. 앞으로의 과제 같다.
옥세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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