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보다는 차라리 기우제가 더 영험이 있지 않을까.” 마치 햇볕만이 살길인 양 퍼주기에 정신이 없던 시절 북한전문가 에이던 포스터카드가 한 말로 기억된다.
전혀 변화의 기미가 없다. 그런 김정일 체제에 못 퍼주어 안달이다. 그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비웃은 것이다. 동시에 사교(邪敎)집단을 방불케 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발한 것이다.
사실이지 마치 블랙홀 같은 체제다. 그 가운데 김일성-정일 부자는 신(god)같은 존재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그 god, 다시 말해 그 우상에게는 햇볕보다는 ‘기우제나 드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조롱을 퍼부었던 것이다.
하여튼 인간적 판단을 초월한 체제가 북한이다. 때문에 그 체제의 움직임을 인간의 잣대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경우가 많다.
한 북한 전문가는 관련해 ‘김일성에서 정일’의 부자 권력세습은 가능하지만 손자까지 3대 세습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뭐 내밀한 정보를 근거로 한 전망이 아니다. 삼위일체론에 근거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북한에서 영원한 수령이자 신이다. 그 신과 하나인 것이 아들이다. 그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 됨을 설파한 이론이 이른바 주체사상이고. 삼위일체론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손자도 하나가 된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 3대 세습은 불가능하다. 뭐 이런 식의 논리전개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그런 북한 내 권력승계문제를 야유한 것이다.
그 북한의 권력승계문제가 새삼 클로즈업이 되고 있다. 당장의 관심사는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할 때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수령이 죽었다. 그러니 그 수령절대주의 체제는 붕괴한다. 동시에 설이 구구하다. 대대적 탈북사태에서, 내전발발, 핵무기 유출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의 전망이다. 지도자가 갑자기 사망했다고 체제나 대외관계가 바뀐 경우는 지난 한 세기 정치사를 통해 볼 때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독재체제도 마찬가지로, 김정일이 사망한다고 북한 체제가 갑자기 변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 체제의 권력구조를 지도자 중심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되고 정치 파워란 측면과 국제관계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과 함께 나온 주장이다.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린다. 과거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가 생각나서다. 1994년 7월8일 김일성이 갑자기 사망했다. 그러자 곧바로 봇물 터지듯 나온 게 북한 체제 조기붕괴론이다. 그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조전을 보냈다.
“조선 인민들은 김일성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고 김정일 동지를 위수(爲首)로 하는 조선 노동당 주위에 단결하기를 바란다.” 이후 북한의 권력구조는 그 조전 내용 그대로 됐다.
중국은 당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고상태가 발생하자 바로 김정일 지지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면서 권력구조에까지 훈수를 했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100%다.” 일찍이 황장엽씨가 한 말이다. 포린 폴리시도 그 황장엽씨를 인용해 중국이라는 후원세력이 건재 하는 한 ‘김정일 돌연사망’은 생각보다 그다지 엄청난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으로 김정일 사망이후에 이미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다.
관련해 아무래도 흘려보낼 수 없는 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한국에서의 발언 같다. 미 국무장관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으로 ‘포스트 김정일’ 문제를 공개적으로 끄집어냈다. 그 발언을 압축하면 현 김정일 체제가 불안정하니까, 미국, 한국, 중국은 김정일 이후를 대비해야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중국을 향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북한문제는 중국에 아웃소싱을 할 수도 있다. 종래의 미국 입장이다. 중국의 속셈을 그러나 알 길이 없다. 걸핏하면 미사일 위협을 해대는 북한을 방치하는 것으로 봐서 그렇다. 그래서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최대존엄’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다. 역공세를 펼친 것이다. 공은 이제 중국에 넘어간 셈이다.
그건 그렇고, 김일성 왕조의 그 해괴한 권력승계 놀음은 언제나 종지부를 찍게 될까. 피로감만 더해준다. 그게 북한 뉴스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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