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rching for the Ox / 소를 찾아서
The Ox has never been lost.
What need is there to search?
Only because of separation from my true nature,
I fail to find him.
애초에 잃지 않았는데
어찌 따로 찾을 손가?
내 참된 본성을 등진 결과
그만 소를 찾지 못하네.
아득한 어린 중학생 시절 처음 본 십우도(十牛圖).
왠지 뜬구름처럼 늘 내 존재 위에 어른거리는 심우도(尋牛圖).
우리나라 어느 산 속 웬만한 절엔 거의 어김없이 그려져 있는 ‘소 찾는’그림 열 폭이 늘 내 삶의 소리 없는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올해 기축년 소띠 해를 맞는 원단[元旦]에도 제일 먼저 뇌리를 스쳐간 생각이 바로 심우도(尋牛圖) 열 폭. 늘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계신 ‘웃는 소’아저씨의 모습 위로 엷은 연두색 수채화 물감처럼 번져간 그림들이 바로 낯 익은 동자의 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풍경들. 왠지 비상하게 친근한 모습으로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음이 신기합니다.
오늘 오후 강의를 마치고 잠시 들른 학생회관, 거기서 우연히 마주친 대만출신 스님의 권유로 참석하게 된 ‘Zen Buddhism Club’, 그리고 거기서 자상한 설명과 함께 다시 만난 심우도 [The Ten Oxherding Pictures]. 초롱초롱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열 폭의 심우도 얘기를 경청하던 여러 인종의 학생들 사이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스님의 설명을 잘 듣고 있는 내 모습도 보입니다. 늦겨울 가랑비가 제법 쌀쌀한 바람 속에 흩뿌리던 창 밖을 보며 실내에 둘러앉아 듣는 십우도 얘기. 영어로 푸는 ‘소 찾는 얘기’가 미상불 더 쉽고 가깝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열 폭의 그림 얘기가 구도의 여정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후,
30분 좌선, 20분 ‘walking meditation’, 그리고 잠시 침묵으로 하는 마무리, 다들 잘도 따라 합니다. 키 큰 백인 남학생들이 청바지 안의 긴 다리들을 구부려 접은 채 하는 좌선 모습들도 대견하고, 예쁘게 차려 입은 여학생들이 조근조근 조심스레 살살 바닥을 밟으며 하는 걷기 명상도 그럴듯하게 진지합니다. 다들 침묵 속에 목례와 눈인사로 마감하는 종례도 분위기에 딱 맞아 떨어져, 이 모든 걸 조용히 이끄는 대만 스님의 법력도 꽤 높아 보입니다.
The Ox has never been lost.
What need is there to search?
Only because of separation from my true nature,
I fail to find him.
중국 송대[宋代]의 곽암사원(廓庵師遠)스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십우도(十牛圖)는 이제 불교, 특히 ‘Zen’으로 영역되는 선[禪]을 알고자 하는 동서양 모든 학생들의 귀감이 된지 오랩니다. 소로 상징되는 나의 본 모습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여정을 아주 함축적으로 그려낸 ‘The Ten Bulls’, 그 영어표현들을 간단히 살펴 봅니다.
1. Searching for the Bull:
소를 찾아 나섭니다. (심우, 尋牛) 길을 떠납니다.
2. Discovering the Footprints:
소의 자취를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견적, 見跡)
3. Seeing the Bull:
소를 봅니다. (견우, 見牛) 소를 보고 소라고 알아챕니다.
4. Catching the Bull:
소를 얻습니다. (득우, 得牛) 하지만, 아직 고집 센 황소입니다.
5. Taming the Bull:
소를 기릅니다. (목우, 牧牛) 고집 센 소를 순하게 길들입니다.
6. Riding the Bull Home: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기우귀가, 騎牛歸家)
7. Transcending the Bull:
소는 잊고 그 너머에 사람만 있습니다. (망우존인, 忘牛存人)
8. Both Bull and Self Transcended:
사람도 소도 다 잊습니다. (인우구망, 人牛俱忘)
9. Reaching the Source:
원래 근본으로 돌아갑니다. (반본환원, 返本還源)
10. Returning to Society:
시가지로 돌아옵니다. (입전수수, 入廛垂手) 저자에 들어가 손을 드리웁니다.
떠나왔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옴에, 이제 표주박을 들고 저자에 들어가고 지팡이 짚고 집으로 돌아온 후, 시장에 나가 교화를 펼쳐 만나는 사람들 모두 부처를 이루게 합니다.
심우, 견적, 견우, 득우, 목우, 기우귀가, 망우존인, 인우구망, 반본환원, 그리고 입전수수 이렇게 짤막한 한자표현들이 영어로 또 우리말로 풀어지면 그 뜻이 한결 쉬워집니다. 찾는다는 searching, 발견한다는 discovering, 본다는 seeing, 잡는다는 catching, 길들인다는 taming, 탄다는 riding, 잊고 초월한다는 transcending, 다다른다는 reaching, 그리고 돌아온다는 returning, 그렇게 간단한 영어 동사들이 다 함께 십우도(十牛圖)를 명료하게 풀어냅니다.
한 마디로, 떠나고 보니 돌아옴이 목표였음을 간곡하게 이르고 있습니다.
길 떠남은 결국 돌아옴을 위함이라는 진리를 열 폭의 그림으로 잔잔하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애초에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소가 내내 나와 함께 늘 공존하고 있었음을 늦게나마 깨우치게 됨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가도가도 그 자리, 와도와도 떠난 그 자리” - “행행본처 (行行本處) 지지발처(至至發處)”임을 단순한 그림과 간결한 해설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열 폭 그림 심우도(尋牛圖)입니다.
The Ox has never been lost.
What need is there to search?
Only because of separation from my true nature,
I fail to find him.
애초에 잃지 않았는데
어찌 따로 찾을 손가?
내 참된 본성을 등진 결과
그만 소를 찾지 못하네.
알고 보면 내 주머니 안의 다이아몬드를 평생 바깥에서 찾는 놀이인 심우도. 늘 내 안에 있는 그 소를 끝까지 밖에서 찾는 매트릭스[Matrix] 게임 십우도. 학생회관 정문까지 배웅 나온 대만 스님이 가느다란 눈매에 미소를 얹으며 인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여기 학생들 소 찾기 놀이에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Of course, I will!” 그렇게 돌아오는 길 밖에는 아직도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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