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한인타운의 한 한식당에서 친구와 동창 등 10여명이 함께 모여 저녁회식을 했다.
금요일 저녁시간대인데도 넓은 식당에는 우리 일행을 포함, 고객이 있는 테이블이 4개에 불과했다.
여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외국 식당으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인업소를 애용하자며 일부러 이곳에 왔다”고 덕담을 했더니 너무나 고맙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면 저럴까’라는 안쓰러움이 고객을 들었다.
역사책에서나 배웠던,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이라는 불황과의 전쟁을 이 업주는 일선에서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업주는 “너무나 힘들고 막막해 어떨 때는 그냥 어디로 잠적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서도 “초롱초롱한 자녀들의 눈망울에서 희망을 얻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있으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격려해주는 단골 고객에게서 용기를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이민을 와야 하나, 어디에 살아야 하나, 어떤 집을 살지, 배우자를 누구로 선택할지, 직장은 어디로 정할지 등등 인생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도 있다.
반면에 사소한 것 같지만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외식은 어디서 하나, 특정 제품은 어느 브랜드, 어느 업소에서 구입할지 등등도 분명한 선택이다.
기자는 한인들이 앞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가능하면 우리 업소와 우리나라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선택을 ‘의도적’으로 했으면 하는 희망을 감히 품어본다.
“우리부터라도 실천을 하자”며 편집국을 비롯한 본보 직원들은 점심이나 회식시 한인업소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연말을 시작으로 한인단체들도 미팅, 회식 장소로 한인업소를 애용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인은행권의 경우 추수감사절과 연말때 직원에게 나눠주는 용도로 매년 수십만달러 이상씩 구입했던 랄프스 마켓의 100달러 선물권을 올해부터는 한인마켓 선물권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구입한지 불과 7년만에 수명이 다한 소니 트리니트론 TV를 교체하기위해 전자가게에 들렀다. 첫 번째 업소에서 원했던 한국산 모델이 없어 두 번째 매점에 가서야 한국산 LCD-TV를 선택한 후 계산대 라인에 서 있었는데 내 뒤에 마침 30대 한국인 부부가 일본산 LCD-TV를 고른 후 계산대 라인에 들어섰다.
눈이 마주쳐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기자는 그 부부에게 “가격과 성능에서 한국산이 전혀 뒤지지 않는데 이왕이면 한국산을 구입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조언했고 고맙게도 그들 부부도 “한국 제품을 사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것 같다”며 흔쾌히 한국산 LCD제품으로 바꿔서 구입했다.
이 부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정작 일본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며 “말로만 듣던 나라사랑을 직접 실천으로 옮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칼럼을 쓰면서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산 제품 목록을 점검해봤다. 냉장고, TV, DVD플레이어, 홈디어터 시스템, 휴대폰, 밥솥, 마이크로웨이브오븐 등 10여가지가 됐다. 5년전만 해도 전무했던 한국산 제품이 이렇게까지 많아진 것도 사실 그동안 ‘의도적’으로 한국산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한국산 제품이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이제는 갈등없이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점도 기자의 선택을 수월하게 한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지난달 열렸던 2009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을때 주류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하는 등 오히려 주류사회에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앞으로 1년반후 현재 타고 있는 차의 리스가 끝나면 기자도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차를 구입할 생각이다. 몇 년전 기자는 칼럼에서 일본 영사관에서 항의데모를 가졌던 한인들의 타고 왔던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일본차라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우리업소, 우리제품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업소, 우리제품을 우리가 사랑할 때 외국인도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본보가 주축이 돼 지난해부터 전개하고 있는 ‘한인업소 애용 캠페인’이 한인들에게 우리 업소 애용과 우리나라 제품 구입의 중요성을 심어주고 실의에 빠져있는 한인 업주들에게는 작으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희망이다.
조환동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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