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 나무 마을’이라 한들 뭐가 문제인가. ‘Oak’란 낱말에 그렇게 억매일 필요는 없다. ‘상수리’면 어떻고, ‘도토리’면 또 어쩔 것인가. 그냥 책 읽는 사람들, 그들의 발길을 따라가 본다. 2 주(週)에 한 귄의 책을 읽는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 열 다섯 회원들은 한 곳에 모인다. 도란 도란 느낌같은 것,책 읽는 뒷 맛을 나누고, 읽다 목에 걸린 대목은 내 뱉어 벗님들의 의견을 듣는다.훌쩍 시간 반이 지난다. 8년에서 16주가 모자란 세월,한번도 쉬거나 걸르지않고,그렇게 2백권의 책을 읽는다. ‘상수리 독서회’ 회원들의 이야기다.
상수리 독서회(회장 ; 윤무수) 회원들이 지난 2년동안 읽은 책 목록을 살핀다. 뜻 밖이다.
16번째, 김희봉 님의 “불타는 숲”. 58번째, 이연택 님의 “그들은 나를 기다려 주는가?” 63번째, 신예선 님의 “무반주 발라드”. 118번째와 196번째, 이재상 님의 “아들의 그림”과 “영혼 건드르기”. 125번째, 이동휘 님의 “대륙의 바람” 그리고 184번째,주대식 님의 “황 야에 서다”등 이다. 눈길을 사로 잡는다. 격려와 함께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는다.
부러 윤무수 회장을 찾어 묻는다. ‘읽을 책은 어떻게 정하는가?’. 윤 회장의 대답은 이렇다.
“먼저 Aladdin.com 이나 Yes21.com에서 ‘어떤 책이 많이 읽히는가?’를 살핀다. 서평을 읽는다. 단 전집류나 비싼 책은 제외한다. 한 두 종류의 책을 택하여,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정한다”는 것이다. ‘상수리 독서회’ 회원은 열 다섯이다. 한 뜻 되기가 말 같이 쉬울까.
배 고푼 것은 참아도 배 아푼 것은 못 참는 다는 우리들이다. 꼭 다는 아니겠지만,잘 되는 꼴을 못 본다. 찟고, 까 뒤집어 짓 이겨야 속이 풀리는 몽니들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김희봉 님, 이연택 님, 신예선 님, 이동휘 님, 주대식 님 그리고 이재상 님의 작품을 읽고, 느낌을 나눈 것 이다. 내 고장, 내 이웃, 내 것을 아끼는 모습이다. 놀랍다. 자랑스럽다.
우리들의 이야기다. 돈 벌겠다고 쓴 글도 아니다. 그 냥 쓰고 싶어 썻고, 틈틈이 그렇게 써 모아둔 사연들이 책이되어 우리 앞에 펼처 진 것이다. 거친 솜씨 속에 감춰 진 풋풋한 삶을 본다. 행간에 녹아 든 삶에서 하나되는 향기를 나눈다. 작가의 ‘작업 일지’속에 감춰진 속살은 엿 보았는가. 씹히는 맛은 어뗐는가. 씁쓰레한 도토리 묵. 아끼는 바로 그 맛 이다.
2백권의 책도 책이지만, 8년이 다 되는동안 단 한번도 쉬지않고,걸르지도 않고 “모임”을
꾸려 왔다는 사실이다. 2주에 한 번의 만남이고, 토요일 아침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과다.
크던 작던, 단 한번이라도 “모임”을 주관해 본 사람이면 사람 모으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무엇 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먹고,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신이 나 어울리도록 다독이어야 한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 모임,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별한 “참석의 의미”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책 읽기”만으로 회원들 의 발 길을 붙잡을 수 있을까? 한 두명,한 두번이라면 모른다. 그러나 열 다섯 회원이다. 8년여 동안 200차례의 모임, 200권의 책을 읽었다.주먹 구구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7일,상수리 독서회 모임 200회 기념 잔치 자리에서 윤무수 회장은 말 한다.
“이 곳 생활에서 쉽지 않는 여정이나 (회원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 서로간의 배려와 신뢰로 200회 모임의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다”고 말 한다. 7년여 동안 회장 직분을 지키는 윤 회장이다. 회원들과 나누는 신실함이 묻어 나는 대목이다. 책 읽기는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졸리고 짜증나는 고역이다. 눈은 아려오고, 다리는 저려 온다. 책에 대한 사랑 과 열정을 불러 이르키는 것도 말 같이 쉬울리 없다.회원들 사이의 “관계”도 문제다. 어느 모임이나 ‘체 하는 얼굴’, ‘척 하는 눈길’, ‘꼴갑 떠는 몸짓’이 있기 마련이다. 책이라면 집에서 혼자 읽고 말지,누가 모임에 나오겠는가. 눈치 보다 어느 틈에 슬슬 빠저 나간다.
회장은 모임의 중심 축이다.(회원)서로간의 배려와 신뢰는 회장의 몸가짐을 먹고 자란다. 솔선수범의 뒤를 따른다. 지도력이다 .모임은 크게 번성한다.그러나 회장이 허튼 수작을 부린다. 패를 가르고 무리지어 어울린다. 당장 활기를 잃는다. 살림은 박살나기 십상이다.
“참 나무 마을, 책 읽는 사람들”은 온 몸으로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 책을 잊고 사는 이웃들에게 포그-혼(fog ?horn)을 들려 준다. 상수리 독서회, 앞 날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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