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곳 남가주에 단비가 내렸다. 예상보다 많은 강우량은 아니지만 가뭄으로 목말라하는 대지에 숨통을 트여주는 반가운 비였다.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세계 경기와 부동산 시장에도 행복한 숨을 쉴 수 있을 좋은 소식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에는 같은 에이전트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개선되어야만 하는 것에 대해 같은 한인으로서 이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한인타운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때 가끔은 이 지역 부동산 거래를 하는 에이전트들의 도덕성과 자격에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필자 역시 누구를 판단하고 자격 조건을 언급하기에는 가끔은 실수도 하고 본의 아니게 손님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이를 바로 시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다른 지역 에이전트들도 많이 느끼고 알겠지만 유독 다른 지역에 비해 한인타운을 주로 하는 에이전트들의 마음가짐은 어딘가 모르게 다른 것 같다. 물론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에이전트들의 경쟁이 심하고 콘도나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으며 교통이나 주차문제도 다른 지역에 비해 힘든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일부 소수의 에이전트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전체 한인 에이전트에게 피해를 주며 주류사회 에이전트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많은 일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열쇠 도난이다.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이곳 한인타운은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율이 높고 복잡해 집에 셀러가 살고 있는 경우 거의 대부분 예약을 해야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빈집의 경우는(특히 은행 매물의 경우는 집이 비어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집 주변에 키박스(열쇠를 놓아두는 곳)를 설치하고 안에다 열쇠를 넣어두는데 요즘은 거의 두 집에 하나는 열쇠가 없어져 집을 보러 오는 에이전트나 손님들이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일이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보니 외곽지역의 에이전트들이 특정한 보드의 수프라 키로만 열 수 있는 키박스(보통 수프라 키박스라고 하는데 전자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어떤 에이전트가 왔다 갔는지 알 수 있다)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키박스를 설치할 경우 특정한 보드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나 열 수가 없어 그 만큼 팔리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비교적 선호하지 않는다.
지난주만 해도 나온 지 이틀 밖에 안 된 콘도를 보는데 두 집 다 키박스는 있는데 열쇠가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한 백인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인타운에 있는 집들을 팔려면 열쇠 복사를 많이 해두지 않으면 집 팔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인 에이전트의 한 사람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서로 경쟁하듯이 죄의식 없이 열쇠를 가져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하나의 범죄행위이다. 가끔씩 오피스 밖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어떤 에이전트는 자랑 삼아 자기가 그 집 열쇠를 가지고 복사해 놓았으니 손님이 있으면 가지고 가서 보여주라고 당당하게 동료 에이전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어쩌다 한번 손님이 생겼는데 모든 바이어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격이 좋은 숏세일이나 은행 차압을 찾다 보니 경쟁이 너무 심해 거래하기가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남들이 못 보게 열쇠를 가져가면 모든 것이 해결난다는 단순한 유아 식 발상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이러한 열쇠 도난사건이 이어진다면 나 하나쯤으로 시작된 안일한 사고방식이 머지않아 이 지역 상도를 무너뜨리게 되고 주류사회에서 고립되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자격미달인 에이전트들은 이제는 사라져 주든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을 해서 에이전트들 간에도 신뢰회복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내가 아닌 우리 전체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가 프로다운 신중한 행동을 해 준다면 한인타운의 불명예도 벗어날 수 있고 더 나아가 서로간의 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818)357-7694 에릭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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