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I(Philanthropic Giving Index)란 용어를 아는가. 많은 사람에게 상당히 생경하게 들리는 말이다. 번역하면 ‘자선기부지수’라고 해야 하나. 어찌됐든 PGI는 비영리 단체에게 소비자신뢰지수((CCI)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공익을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기부를 할지 예측하는데 중요한 바로미터란 점에서다. 그 PGI가 지난 6개월간 83에서 65로 떨어졌다. 비관적으로 들린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체적인 지수일 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불경기에는 자선기부금을 대폭 줄인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불황에도 기부금을 별로 줄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불경기에도 기부금을 별로 줄이지 않고 있을까. 보수, 혹은 극보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보수로 분류된 사람은 42%인데 이들이 낸 자선기부금은 전체의 56%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극보수로 분류된 사람들의 기부 율은 특히 높아 소득의 평균 4.5%를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반면 그 대칭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1.5%를 내놓았다는 것.
보수 쪽 사람들이 더 많은 기부금을 내놓는 이유로는 종교, 신앙생활이 지적된다. 교회생활을 통해 자선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 그만큼 기부금도 많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불경기에 사람들이 보이고 있는 기부에 대한 태도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소득이 10% 떨어지면 기부금도 10% 줄였다. 진보 쪽 사람들은 16%이상 줄였다.
이 ‘미국적 스토리’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수년 전 한국의 한 보수계 인사가 전한 말이 새삼 생각나서다. 좌파가 한창 기승을 떨 때다. 보수진영은 상당히 긴장했다. 그 위기감의 발로로 시국성명을 계획했다.
그 일의 간사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많은 보수파 인사들을 참여시켜 연명으로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문 광고지면을 샀으니 돈을 내야한다. 그런데 도무지 돈이 걷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 인사들이 분담하면 한 사람 당 돌아가는 액수는 그 분 표현대로 ‘껌 값에 불과했다’는 것. 그 보수계 인사들은 다 살 만큼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 ‘껌 값’을 내는데도 사리더라는 것이다. “나도 보수파지만 보수파 사람들 더 혼나 봐야해.” 그 분의 독백이었다.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들어섰다. 그 이명박 정부가 벌써 2년차를 맞았다. 그런데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취임 초 광우병 촛불 망령에 시달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용산 참사 촛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리멸렬이다. 한 쪽에서 나오는 한 숨에, 혹평이다.
무엇이 걸림돌인가. 두 말할 것 없이 좌파의 공세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 별 문제도 안 되는 이슈다. 그런데도 무조건 MB 정권퇴진으로 몰고 간다. 옳고 그름의 판단도 없다.
인터넷과 좌파시민단체, 좌파 정당, 그리고 일부 방송이 연합해 정부를 압박하고 흔들어대는 것이다. 틈만 나면 남남(南南)갈등을 확산시키려든다. 온갖 증오의 언어를 내뱉으면서.
분명히 문제다. 그러면 다른 측면은 없을까. 공익에 무관심하다. 아니, 보수의 대의를 지키는 데에도 인색하다. ‘보수의 닫힌 돈지갑’이 그 한 설명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한국의 진보 정치 엘리트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대중과 격리된 채 안일에 젖어있다.” 한 정치평론가의 지적이다.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잘 모른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으면서 공허한 구호나 내걸고 있다. 게다가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게 한국 보수의 체질이라는 것이다.
그 보수 세력이 오래간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체질이 변해서가 아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 원인은 친북좌파 정권에 국민들이 진저리를 낸데 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10년 동안 광야에 내몰렸다. 그러나 체질개선을 위한 진정한 몸부림, 뼈를 깎는 노력이 없었다.
그 결과는 여전히 ‘닫힌 정치’에, 무능력이다. 지난 1년 내내 이명박 정부는 인사(人事)문제에 함몰돼왔다. 이게 바로 그 증좌다. 선거 공신 중심의 돌려막기 인사에 급급했다. 보수 정부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다수 시민들과의 심정적 거리는 오히려 벌어져만 간 것이다.
처방은 그러면 무엇일까. 우선 보다 분명한 노선 설정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고히 하면서 친북좌파에 대해 결연히 대처하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 정치’시스템 구축과 함께 여러 정치세력을 폭넓게 아우르는 것이다.
그 출발은 먼저 닫힌 지갑을 여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 보수의 대의(大義)를 위해서라도 지식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또 투자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념부재 형 권력’과 ‘병든 좌파’의 틈바구니에서 불안정은 가중될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