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음력설 저녁에, 우리 내외와 아들 내외, 그리고 딸과 딸의 미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우리 가족 여섯은 한데 모여 저녁식사를 마친 후 윷놀이를 하였다. 우리는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나누어 두번 지는 팀이 다음주에 영화구경을 시켜주기로 하였다.
윷놀이는 시작부터 쫓고 쫓기는 매우 박진감이 있고 스릴이 가득한 분위기로 시작되었고 마침내 2대1로 남자팀이 이겨, 나는 다음주에 영화구경의 대접을 받게되었다. 그런데 윷놀이 도중 딸의 남자친구가 윷에 대한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하였는데 선듯 대답이 나오지 않아, 후에 윷에 대한 공부를 하였고 매우 유용한 상식으로 여겨져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새해를 맞으면 연날리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등 다양한 민속 놀이를 즐기며 풍년과 행복을 빌었다. 우리나라 민속 놀이의 85% 이상이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사이에 행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현대화·서구화되면서 이런 세시 유희들은 대부분 우리 일상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윷놀이만은 설날이면 집집마다 모여 즐기곤 하는 친숙한 정초 민속 놀이로 남아 있다. 윷놀이는 네개의 윷가락을 던져 나오는 수로 승부를 다투며 보통 정월 초하루에서부터 대보름까지 즐긴다. 조선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윷놀이를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풍습으로 보았으나 중국의 여러 기록에 백제에 윷놀이와 비슷한 형태인 저포라는 놀이가 있었다고 기록 된 점으로보아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개 가족이나 친구 등 두 세명 정도가 즐기지만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이는 등, 참가자가 많을 때는 두 패 또는 세 패로 나뉘어 각각 말 네 개를 가지고 진행하며 서로 윷가락을 던져 끗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차례를 정한다.
윷판은 29개의 동그라미로 되어 있는데 바깥 원은 하늘을 본떴고 안의 직선 부분은 땅을 본떠 우주 만물을 상징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윷판은 하늘이 땅바닥까지 둘러싼 것을 뜻하며 말의 진행방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나타낸다. 즉 윷놀이는 우주 전체를 말판으로 삼아 만물을 움직이는 장쾌한 놀이인 것이다. 윷가락을 던져서 네 개가 다 엎어진 것은 모, 네개가 다 잦혀진 것 은 윷, 두 개가 엎어지고 두 개가 잦혀진 것은 개, 한 개가 엎어지고 세 개가 잦혀진 것은 걸, 한 개가 잦혀지고 세 개가 엎어진 것은 도라 한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도는 한 발, 개는 두 발, 걸은 세 발, 윷은 네 발, 모는 다섯 발을 가는데 이는 각각의 가축 체구와 걷는 속도를 응용한 것이다. 개보다는 양, 양보다는 소, 소보다는 말이 더 크며, 또 말이 한발자국을 뛰는 거 리는 돼지의 다섯 발자국 뛰는 정도의 거리가 되므로 이런 점들을 기준으로 끗수를 정한 것이다. 윷놀이는 윷가락을 잘 던지는것 못지않게 말을 잘 쓰고 못 쓰느냐에 따라서도 승패가 좌우된다.
요즘에는 잡고 잡히는 긴장감을 만끽하기 위해 윷가락 한 개 에 X자 표시를 한 뒤 그 윷가락만 잦혀지면 한발 후진하도록 하는 이른바 백(Back)도 윷이라는 변형 놀이법이 유행하고 있다. 또한 윷놀이에는 한민족 고유의 철학과 성수신앙(칠성신왕, 삼신신왕)의 정신이 들어 있다고 한다. 윷판의 29개의 원중 중앙에 있는 천원점은 황극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지않고 나머지 28개의 원들은 하늘의 28개의 별자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28수는 칠성신앙과 관련이 있는데 4 X 7=28, 즉 4계절과 7을 기본단위로 해서 맞춰진 것으로 윷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두칠성이 북극성을 돌아가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또한 윷놀이로 한 해의 운수와 풍년을 점치기도 하였다. 마을사람들이 편을 짜 집단으로 윷을 놀아 그 결과로 마을 한 해의 운세와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였다. 다른 하나는 윷을 놀아 개인의 1년 운수를 점치기도 하였다. 윷을 세번 던져 떨어진 결과로 64가지 점괘를 만들어 주역의 점사에 대비하여 한 해의 점을 쳤는데 보통 정월 대보름날 밤에 쳐야 점복이 잘 맞는다고 믿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윷놀이도 즐기고 희망찬 한 해를 점쳐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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