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 갈 거야?”
“나 여행 싫어하잖아요.”
“이제 늙어 가면서 여행하는 재미로나 살아야지.”
“되었네요. 혼자 갔다와요.”
‘화려함은 없지만 태곳적 신비함이 인생을 한번쯤 음미해 볼만 한 곳이다.’란 친구의 말을 듣고 상구는 기옥을 3개월 동안 설득하였다.
“여기가 데스 밸리에서 가장 높은 곳 타운 패스야.”
상구는 차를 세워놓고 내렸다. 매서운 찬 눈바람이 귀 끝을 얼얼하게 하였다. 계곡은 적막하고 깊고 검은 흙으로 되어 있어 섬뜩하기조차 하였다.
“춥고 나무 한 그릇 없는 곳으로 와. 그냥 가요.”
기옥이 화가나 돌아섰다.
“저쪽을 봐.”
기옥은 산 아래로 넓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을 바라본다. 아직 화가 안 풀어졌는지 그냥 차안으로 들어갔다. 상구는 차를 몰고 언덕길을 내려왔다. 5천7만 에이커에 달하는 광활한 데스 밸리의 길은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길손을 맞이해 주었다. 한곳을 지날 때는 노란 꽃들이 여행객들한테 손짓을 한다.
“여기가 미국의 지형에서 가장 낮은 282피트인 곳이고, 또 배드 워터야.”
“이물 마시면 정말 죽을까?”
기옥은 상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한번 마셔봐.”
기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죽어. 당신보다 더 오래오래 살 거야.”
“우리도 소금밭을 걸어볼까?”
상구는 소금밭으로 내려와 걷는다.
“여기 오니 후끈한 바람이 불어오네요.”
기옥의 음성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러네. 다들 옷을 가볍게 입었네.”
“우리가 데스 밸리에 들어와 여기까지 오는데 사계절을 다 느낀 것 같아요.”
“그렇지. 처음엔 한 겨울이었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노란 꽃들을 봤고, 여기로 오는 길은 쌀쌀했고, 여기 소금밭은 여름 같은 기후네.”
“정말 특별한 지형인 것 같아. 여보 저거 좀 봐.”
기옥은 사람들이 걷지 않는 곳을 가르쳤다.
“꼭 쟁기질한 흙같이 되어 있네.”
상구는 뒤집혀 있는 흙 옆에 앉아 안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1.
“이봐. 수정처럼 맑고 색깔을 나타내고 있어.”
기옥도 고개 숙여 들여다본다.
“참 맑고 아름답다. 이 소금 덩어리 하나 가져갈까요?”
“이렇게 봐야지 집에 가져가면 별로야.”
“사람들이 많네.”
기옥은 주위를 둘러보고 말을 했다.
“잘 왔다는 생각 안 들어?”
“그냥 그런 내요.”
상구는 차를 몰고 한참 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들었다.
“저거 봐. 흙과 돌들에 색이 새겨져 있지.”
“야! 신비하다. 어떻게 저렇게 되었을까?”
“조물주가 당신 보라고 만들어 놓았잖아.”
상구는 아트 팔레트에 차를 세웠다. 기옥은 얕은 산에 새겨져 있는 오묘한 색감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기옥의 마음이 풀어진 것 같다. 구경을 하고 골짜기를 나오니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상구는 스토브 파이프 웰스 캠프장에 차를 파킹했다. 상구는 야외 테이블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제 저녁 먹었으니 일찍 자요. 그래야 새벽에 일어나지.”
차로 돌아와 의자를 뒤로하고 담요를 덮고 누웠다. 한참을 자고 난 상구는 화장실 가기 위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황량한 벌판에서 불어오는 겨울밤의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구는 마른 세수를 하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몇 번이나 눈을 끔벅이다 차 문을 열었다.
“여보, 춥지만 빨리 나와봐.”
“왜, 그냥 잊을래.”
“빨리 나와, 후회하지 말고.”
상구는 문을 활짝 열고 기옥의 손을 끌어당겼다.
“여기 서서 저 하늘을 올려다 봐.”
기옥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다.
“와아! 정말 장관이네. 저렇게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었어요?”
상구는 기옥을 꼭 안아준다.
“별들도 크고, 참 맑게 반짝거리네. 이런 아름다운 별들의 축제를 왜 못보고 살아 왔을까? 새벽잠 설치고 온 보람 있네.”
“우주에는 1,000억 개나 넘는 은하가 있고 각 은하는 1,000억 개의 별들을 갖고 있다고 해. 그 많은 별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그런데 왜 도시서는 별이 안 보였죠?”
“화려한 불빛 때문이야. 불을 끄고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마음이 될 때 행복이 오는 거야.”
“당신이 이렇게 멋있는 줄 몰랐어.”
“태고 때도 이런 현상이었을까. 잔잔한 바람소리와 별빛만이 쏟아져 내리는 밤.”
기옥은 돌아서면서 상구의 가슴에 꼭 안겨 들었다. 쏟아지는 별빛을 지붕 삼아 불
2.
편한 자동차 속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다. 상구는 차를 출발 시켰다.
“여기가 14평방 마일에 달하는 샌드 듄스야. 저 모래 언덕 봐.”
상구는 기옥과 함께 모래 언덕을 걸었다.
“더 가지말고 여기서 그냥 봐. 이젠 곧 해가 떠오를 거야.”
잠시 후 태양의 빛이 모래 위를 덮었다. 회색의 모래 언덕이 벌겋게 타오르는 용광로처럼 보였다.
“여보 정말 멋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 별의 축제. 이 신비스러운 자연의 모습, 당신 사랑해요.”
기옥은 상구의 가슴에 꼭 안겨 들었다. 해가 더 높이 떠오르면서 모래는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고요한 사막의 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상구는 자브리스키 포인트에 차를 세웠다.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올랐다.
“저기 봐. 사람 몸의 실핏줄이 포개진 것처럼 울퉁불퉁한 능선과 색의 조화는 마술을 부린 것 같잖아.”
“이곳은 사람의 마음을 야릇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여보 내년에 또 와요. 안내 책자에 있는 곳을 다 못 봤잖아요.”
“여행길에 바람났네.”
“여행이 이렇게 좋은 것 인줄 몰랐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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